아버지의 우울증이 탄생시킨 마틴의 새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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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집에 머무르는 것이 싫었다. 그에게 있어 집은 안락하고 편안함이 가득한 그런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대신 그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자상한 부모의 웃음짓는 모습 대신 술에 찌들어 떡이 되어 있는 아버지였다. 평생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빠진 채 세상을 원망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는 했었다. 가족에게는 무섭고 가혹하면서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면서 한마디 소리도 못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괴성이 바깥에서 들리자 이불을 덮어 쓴 마틴은 마틴은 하루 빨리 독립해서 이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한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게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십수년 뒤난 1967년의 어느날, 마틴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심리학과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개를 이용한 자극 인센티브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개에게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준 다음 전기 자극을 가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으로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는 회피학습을 시키고 있었다. 종소리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과 유사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개는 불쾌한 전기 자극을 받고 있음에도 낑낑 소리만 내고 있을 뿐 회피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극에 바로 반응하는가 싶었는데 어떤 순간에서부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은 개들의 비일관성에 대해 불평을 터뜨렸다.

개의 회피실험

개의 회피실험

그러나 마틴은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실험대 위에 웅크리고 있는 개의 모습에서 그는 아버지를 조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쾌한 자극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낑낑 소리만 내는 개의 모습에서 마틴은 순식간에 이 상황이 무기력에 빠진 상태임을 직감했다. 다른 연구원들에게는 비일관성으로 비춰졌던 이 모습이 마틴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것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도 고통스러운 전기 자극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곧 아무리 전기 자극을 가해도 그것을 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떤 개체가 부정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아… 나는 아버지로부터 조금도 자유로워지지 않았구나… ’

아버지의 우울증은 결국 마틴으로 하여금 심리학자의 길을 걷게 만들었던 것이다. 마틴은 이제 평생을 ‘사람’의 학습된 무기력과 우울증 연구에 매진하게 됨을 직감했고 연구활동은 물론 대외적으로 저술과 강연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마틴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운명의 소용돌이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강연에서 한 참석자는 피할 수 없는 지속적인 전기자극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기력해 지지 않았던 나머지 1/3의 개들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왜 그 개들은 계속해서 회피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인가요? 마틴은 그의 질문에 뒷통수를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미처 그 생각은 충분히 해 보지 않은 것이었다.

소용돌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CEO초청 강연을 하러 마틴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그의 옆에는 전형적인 남부출신의 활달한 카우보이 차림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비행기에서 좀 잠을 청해야지 하던 마틴의 기대는 카우보이에 의해 보기좋게 빗나갔다. 카우보이는 한 눈에 보기에도 학자처럼 보이는 마틴에게 친한척 말을 걸었다.

“뭐하는 양반이슈?”
“흠… 네 뭐 심리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하.. 심리학 어떤 거요?”
“흠… 네 뭐 무기력에 관한 것입니다.”

카우보이는 마틴의 불편한 기색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틴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파고 들었다. 살짝 짜증이 났지만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기 싫어하는 마틴의 성격탓에 그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와 강연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카우보이는 다소 과장된 눈짓과 몸짓을 보이며 아하 그렇군 하면서 그의 경청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양반, 그런 돈 안되는 연구보다는 돈이 되는 다른걸 연구하는게 더 낫지 않겠쇼?”

마틴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 작자가 내 말에 관심이나 있긴 한건가? 우울증을 치료하는게 얼마나 개인의 삶을 의미있게 살도록 하는 것인데 이딴 소리나 하다니… 시간을 떼울려고 나랑 장난친거군 싶었다. 그러나 카우보이가 마틴의 뒷통수를 크게 후려칠 준비를 하고 있음은 모른 채 말이다.

“나라면 말이요, 왜 어떤 사람은 수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훌훌 털고 일어서서 다시 도전하고 다시 성공하는걸 연구하겠소. 왜 어떤 사람은 사소한 것에도 쉽게 무기력에 빠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말이요.”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순간 마틴의 몸에는 전기가 흐른 듯했다. 바로 그거야! 크나큰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 무엇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좌절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이 자신의 연구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열쇠였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학습된 무기력이 아니라 긍정심리가 핵심이었다. 사람으로 하여금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진짜 중요한 가치임을 직감했다. 그는 곧바로 낙관주의를 가지고있는 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분명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놀라운 발견들이 드러났다. 낙관적인 사람이 직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과 낙관적인 학생이 성적이 좋다는 것, 낙관적인 운동선수가 승리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보다 오래산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낙관주의를 견지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우울증에서 긍정심리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한 평생의 연구를 하게 된다. 긍정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틴 셀리그만은 그렇게 삶의 소용돌이들을 만나며 탄생했고 세상은 세계화와 더불어 낙관주의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다.

마틴 셀리그만

마틴 셀리그만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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