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사와 구글: 로비에 위협받는 월드와이드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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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독일연방의회는 찬성 293표, 반대 243표로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원문 보기)은 일명 “(언론사) 성과보호법(Leistungsschutzrecht)’라 불린다. 이번 사건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언론사)성과보호법’의 역사와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구글이 언론사의 지적 재산을 도둑질해간다”

2009년 6월 독일신문협회는 “독일 언론사는 인터넷에서 정당한 대가없이 언론사의 지적 재산이 착취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일명 ‘함부르크 선언(원문보기)’을 채택한다(관련 글: 돌아온 한국에서 바라본 독일 인터넷 선언). 함부르크 선언에 표현된 착취자는 구글이다. 기사를 위한 투자와 생산은 언론사가 하는데, 그 과실의 적지 않은 부분이 구글 검색과 구글 뉴스를 살찌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함부르크 선언에 참여한 언론사는 약 600여개. 정치적 색깔을 떠나 사실상 독일 언론사 대부분이 선언행렬에 동참했다. 또한 함부르크 선언은 그 해 가을에 있었던 독일 총선을 노린 언론사의 공개적 로비활동이다. 독일 기성 정당 중 이들의 목소리를 거부할 곳은 아무 곳도 없었고,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하게 된 보수 기민당/기사당(CDU/CSU)과 자민당(FDP)은 연립정부 협정서에 언론사의 지적 저작물이 전달자(=구글)에 의해 침해받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을 담아낸다.

독일 집권 여당과 언론사의 저작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항한 거센 저항이 구글을 비롯한 블로거, 해적당 등 인터넷 활동가들에 의해 조직되었다. 해를 거듭하며 밀고 당기는 과정을 반복한 법 개정 논의는 마침내 2013년을 맞게 되었다. 바로 독일 총선이 다시 있는 해이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연립정부의 공약을 지켜야한다는 난처한 처지를 떠나 목전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독일 언론사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절실하다. 또한 공식적으로 저작권법 개정에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는 야당 사민당(SPD), 녹색당(Die Grünen), 좌파당(Die Linke)의 당 대표, 원내 대표 등 지도급 의원 총 57명이 투표에 불참했다(투표 통계 보기). 야당의 높은 투표 불참율과 그로 인해 저작권 개정법이 의회를 통과한 것이 독일 언론사의 막강한 여론 장악력을 고려한 야당의 전술적 선택이었는지는 물론 확인할 길 없다.

문제가 된 구글의 도둑질: 기사 제목 + URL + 발췌

그렇다면 구글이 독일 언론사를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의 내용은 무엇일까?

아래 그림에서 빨갛게 처리된 기사의 발췌(excerpts 또는 snippets)가 경제적 대가없이 구글 뉴스 또는 구글 검색에 노출되는 것을 독일 언론사는 지적 재산 침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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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황색저널 ‘빌트(Bild)’를 소유한 악셀 쉬프링어(Axel Springer)의 되프너(Döpfner) 대표는 라이센스 협약없이 언론사의 기사 제목, 발췌를 노출하는 구글을 ‘장물아비 집단’으로 비난하고(출처), 악셀 쉬프링어의 로비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구글은 탈리반의 한 종류다(Google ist eine Art Taliban)“라며 구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다. 이 정도되면 어느 독일 정치집단이 언론사의 거친 감정을 무시할 수 있을까?

독일 다수 블로거들과 해적당은 독일 언론사의 요구를 “택시가 레스토랑까지 손님을 모셔가니, 레스토랑 주인이 택시에게 돈을 달라는 꼴”이라며 저작권법 개정에 반대운동을 조직한다. 나아가 “어쩌면 구글은 독일 언론사에 경제적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 기사를 인용하거나 링크를 거는 행위에 블로거나 신규 뉴스 서비스는 대가를 지불할 처지가 아니다. 아니, 이것은 월드와이드웹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2013년 2월 수정안: “몇 개의 단어와 최소한의 발췌는 사전협의 없이 가능”

독일 의회는 양측 입장을 중재하기 위해 약 2년에 걸쳐 담당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였고, 지난 2013년 2월에는 ‘수정안’을 제시한다. 이 수정안이 지난 3월 1일 독일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이다. 수정 내용은, 검색 서비스를 비롯하여 블로거는 언론사의 기사를 제목과 함께 몇 개의 단어 또는 최소한의 발췌(single words or the smallest excerpts)를 통해 링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의 경우는 라이센스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서 “최소한의 발췌”는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독일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석을 사실상 법원의 몫으로 돌려 놓은 것이다.

리어 왕: “이 시대의 비극은 미친 사람들이 눈 먼 사람을 이끄는 것이다”

이번 법안을 따라야 한다면 기사의 일부를 참조를 위해서 또는 비판하기 위해서 ‘인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링크라는 월드와이드웹의 기본 질서를 붕괴시키는 시도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언론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혁신과 협력 정신이지, 언론을 정치 권력화하는 것은 인터넷 전체를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리어 왕>에는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왕을 빗대어 멋진 표현이 등장한다.

“이 시대의 비극은 미친 사람들이 눈 먼 사람을 이끄는 것이다. ‘Tis the time’s plague when madmen lead the blind.” (이러한 인용은 저작자와 사전 협의 없을 경우 불법이 될 수 있다)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의 기본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 정치인이 눈 먼 사람들인지, 피할 수 없는 종이신문의 몰락 앞에 떨고 있는 독일 언론사가 눈 먼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두 집단이 역사를 비극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

첨언: 구글의 문제점

2011년 한 해 구글의 독일 시장 점유율은 95퍼센트다. 그렇다면 구글이 독일 (주)정부에 내고 있는 세금은 얼마일까? 사실상 0에 가깝다. 독일 언론사가 저작권법 개정 논쟁에서 천문학적 수익 대비 무세금이라는 구글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전술이었다.

글 : 강정수
출처 : http://www.berlinlog.com/?p=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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