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의 종말, 과연?

동료가 전자책의 용도로서 아이패드 미니가 어떠냐고 물었다. 무게와 성능 면에서 보면 괜찮은데 해상도가 많이 아쉽다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 동료와 전자책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서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자책 기계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여러가지 전자책 기기를 구매해서 써봤다. 그런 중에 후지쯔에서 나오는 스캐너와 절단기까지 구매해서 기존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꿔서 읽기도 했다. 스캐너를 구매한 이유는 쌓여만 가는 책과 부족한 수납공간 때문이었는데, 공간 문제가 해결되면서 스캐너로 전자책을 만드는 것도 최근 일 년 새 없었다. 스캐너가 확실히 성능이 뛰어나서 전자책 만들기가 쉽지만 책을 자르고 스캔하고 다시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손이 가는 것도, 전자책으로 바꾸는 일이 줄어드는 데 한몫했다.

전자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킨들도 있고,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아이폰도 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도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고 리디북스에서도 인터파크에서도 사서 본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앱을 사용해 다양한 기기에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사서 읽어 봤는데, 거의 접해 보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읽기에는 전자책은 좋은 매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메모도 하면서 읽어야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전자책은 이런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반해서 빨리 읽을 수 있고 늘 접했던 분야의 책은 전자책이 좋다. 집중력이 떨어져도 확실히 읽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종이책을 찾게 됐다. 따라서 그때부터 전자책을 잘 사지 않게 된다. 전자책의 가장 큰 단점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놓고 책을 읽지 않는데 드는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종이책은 욕심 때문에 몇 권 씩 사두고, 쳐다볼 때마다 독서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 이에 반해서 전자책은 과소비로 몇 권의 책을 사두어도, 전자책 뷰어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종이책에서 느끼는 죄책감 따위는 없다. 그래서 낯선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어야만 한다면, 확실히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다. 아울러 에버노트와 같은 메모앱이 좋아져서 종이책에 메모한 것을 전자화하는 데도 부담이 적다는 게 종이책을 찾게 하는 한 가지 이유다.

아마존에서는 진작에 전자책의 매출이 종이책의 매출을 앞섰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작년에 아마존에서 발표한 종이책과 전자책의 판매량을 그려놓은 것이다. 전자책의 성장세가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전자책의 매출 때문에 종이책의 판매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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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서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건,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트랜드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억지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더 많다. 미국처럼 거의 모든 신간이 전자책으로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간을 전자책으로 바꾸는 것도 빠듯한 출판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모두 몰아낸 것처럼,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전자책만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독서의 다양한 목적을 떠나서 정말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한 책은 아직까지 종이책이 최고인 것 같다. 물론 전자 교과서가 종이 교과서보다 공부할 때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조사가 있고, 이것이 실증적으로 광범위하게 입증된다면, 학교에서도 전자 책이 종이 책을 대체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스마트 혁명 이후, 압도적인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전자책이 아직까지 주류가 되지 못한 건,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일 수 있다. 이유야 어떻든지 고도가 찾아 오지 않은 전자책 시장에서, 읽고 싶은 책이 종이 책으로 나오는 현실은 다행이다(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말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bit.ly/XDqw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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