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글루 스토리(1)] 경영학 개론

대학교 때 기업가적인 사고방식 수업을 들을 때 과제로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란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와튼 스쿨의 두 창업가가 자신들이 사업을 하게된 계기와 사업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가감없이 쓴 책이었는데, 나 또한 사업 하게 되면 이런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만 했던 일을 창업을 한지 2년 반만에 실천에 옮기고자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경영학 개론 수업에서 시작해서, 실리콘벨리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 스틱톡을 거쳐 모글루가 탄생하고 겪은 이야기들로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성공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내가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창업에 대해서 경험하고 창업자들의 고뇌에 대해서 경험했던 것 처럼, 이 시리즈를 통해서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준비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첫 이야기는 내가 사업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경영학 개론 수업에 관한 이야기로 2부에 나눠서 연재될 예정이다.

모글루 스토리 – 경영학 개론1부

2008년 10월. 그날도 어김없이 지정좌석제에 따라서 맨 앞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 사는 평균 취침이 새벽4시인 학교를 다니면서 아침9시 수업을 나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경영학 개론 수업은 아침 9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한번도 빠지지 않으면 가산점이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출석을 하는 과목이었고, 나 역시 그런 학생 중 한명이었다.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경영학 개론”. 아침9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경영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중간고사 대체 프로젝트”가 가장 큰 이유였다. “중간고사 대체 프로젝트”란, 3~4명으로 이루어진 팀원들이 교수님이 지급한 시드머니 3만원을 이용해서 1주일 동안 실제로 돈을 벌어오는 프로젝트다.

사실 처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을 때는 황당하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3만원으로 돈을 벌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을 것 같은 건 뭐든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결국 경영학 개론 수업을 신청하고 말았고 드디어 그날 교수님께서 “중간고사 대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라고 발표하셨다. 그 말에 나는 잠이 확 깨면서 드디어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돈을 버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실제로 돈을 버는 1주일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난 10월 말이라 약 한 달 정도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아이디어는 기숙사 학교의 특징을 살려서 간식, 배달음식, 야식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 및 배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뭔가 남들과 비슷한 프로젝트는 하고 싶지 않았고, 매번 음식을 배달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그래서 뭔가 시간은 덜 쓰면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을까 하면서 팀원들과 계속 논의해봤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렇게 중간고사는 다가오고 있었고 프로젝트 아이템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룸메이트가 “야 중간고사 끝나고 영화나 볼래?”라고 말했고, 그 순간, 순간적으로 영화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밥, 술, 노래방을 제외한 유흥은 영화였다. 나도 영화를 상당히 좋아했고 근처 영화관 VIP가 될 정도로 거의 매주 영화를 보러 다녔다. 만약 영화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 일단 나부터 많이 구입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꼭 영화표를 아이템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표를 어떻게 싸게 구입한단 말인가? 내가 영화관 점장이면 과연 영화표를 싸게 줄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한참을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다가 문득 단체주문을 할 경우에 할인이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영화표도 100장 정도 단위로 미리 구입한다면 영화관 입장에서도 매출을 미리 확보할 수 있으니, 할인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이젠 부딪혀 보는 것만 남았다.

우리 학교 근처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영화관이 있었고 우리팀은 당연히 그 영화관의 매니저님에게 우리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메일을 보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당연히 영화관에서 제휴를 수락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1주일 후에 중간고사 기간 중에 돌아온 답변은 당연히 거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했던 것 같다. 아무리 단체 구매이지만 너무 우리 입장에 대해서만 쓰고 영화관이 얻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던 것이다.

중간고사 기간 중에 거절 메일을 받은 우리 팀은 말그대로 패닉이었다. 당장 시험이 끝나고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는데 다른 아이템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고, 결국 다시 한번 영화관 매니저님을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에는 좀 더 논리적으로 영화관의 입장에서 어떤 점들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정리해서 보냈다.

영화관 매니저님에게 제시한 논리는 아래와 같았다.

  1. 선 단체구매를 통해서 영화관은 단기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2. 영화관 입장에서 사석(아무도 앉지 않는 자리)는 순전히 비용이고 영화표 가격을 낮춰서라도 누군가 앉는다면 결국 총 매출면에서 이익이다. (조조영화 할인, 비행기 땡처리할인도 같은 맥락이다.)
  3. 시험이 끝나고 1주일 동안만 쓸 수 있는 영화표로하자, 그러면 영화표를 구입하고 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고 영화관 입장에서도 큰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4. 영화표를 할인해서 팔긴하지만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이 팝콘, 콜라 등 마진율이 높은 부가매출을 올려줄 것이다.
  5. 학교에서 영화관의 브랜드를 확고히 할 수 있어서,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학기에 다른 팀이 진행했던 음식점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었는데 실제로 프로젝트 이후에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더 높은 브랜드를 확보했다)

위의 논리들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지만 꽤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2의 경우에 물론 원래 영화를 보려던 사람을 생각해보면 할인한 만큼 손해이지만, 영화를 안 보려고 했다가 할인 때문에 영화를 보러 오는 친구들과 4를 고려하면 실제로 매출이 상승할 여지가 있고 3의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실제로 프로젝트 시작 후에 많은 친구들이 관심 있는 이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목적으로 영화표를 구입했지만, 안타깝게 데이트 신청이 잘 되지 않아서 버려지는 영화표가 꽤 많았다.)

시험 전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내용을 A4용지 3장에 걸쳐서 작성해서 매니저님에게 다시 보냈다. 그만큼 절박했고 꼭 제휴가 성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일을 보내고 2~3일이 지났을까 저녁에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경영학 개론팀이신가요?”
“네 그런데요? 어디시죠?”
“안녕하세요 **영화관 매니저에요”
“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뭐라고 해야하지? 왜 전화했을까? 수락일까 거절일까?

“보내주신 메일은 잘 봤어요, 지난번 보다 훨씬 낫네요, 제가 대학교 때 기업들한테 인터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을 많이 당했어서 내가 기업에서 일하게 되면 대학생들한테 잘해줘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이 그럴 수 있는 기회 같네요”

됐다. 수락이었다. 솔직히 정말 운이 좋았다. 물론 우리팀이 열심히 논리를 만들긴 했지만, 사실 매니저님의 호의가 없었으면 제휴는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가격이었다. 일반 영화표의 가격은 7,000원. 내가 목표한 가격은 4,000원. 그래야 영화표를 5,000원에 팔아도 1,000원 이윤이 남고 5,000원이면 충분히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가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4,000원부터 협상을 시작하면 그것보다 높게 협상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더 낮게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얼마 정도 생각하세요”
“7,000원의 반값인 3,500원 생각하고있습니다.”
“아.. 배급사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하는 금액이 있어서 그건 어려워요”

순간 아 이대로 다시 끝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4,000원 정도면 가능할 것 같에요”
“그리고 영화표도 1주일이 아니라 연말까지 이용가능 한 것으로 해드릴께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정말 짜릿한 기분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제3자와 제휴를 체결한 것이다. 거기다가 매니저님이 한가지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해주셔서 더욱 더 기뻤다. 팀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모두들 상당히 기뻐했다. 그렇게 인생 처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판매를 하려고 생각해보니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았다. 제품명은 뭐라고하지? 시드머니는 3만원인데 처음 100장은 어떻게 구입하지? 홍보는 어떻게 하지? 판매는 어떻게 하지?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았다.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23797059@N02/368797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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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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