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의 방향성 제안

출처 : http://bit.ly/ZBff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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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를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창조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몇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미래부라는 중앙 부서를 만들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아직도 “창조경제”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없는 듯 합니다. 때문인지 미래부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책 공모까지 나온 상황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나온 기사를 보니 17세 300억 갑부 댈로이시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기사가 떴네요.

’17세 300억 갑부’ 댈로이시오 프로젝트 가동한다

사실 저는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한숨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보면 더 한심했습니다. “5월중 코딩확산 포함 SW육성책 발표”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 처음 컴퓨터를 접했고, 8비트 컴퓨터로 베이직으로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영어도 모르면서 포트란도 뭣모르고 수업을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중학교 이후로 DOS배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실제로 코딩은 특별히 하지 않았고, 중학교때 엘빈토플러나 빌게이츠의 책을 보고, 컴퓨터로 방향을 잡았고, 대학교는 모두 컴퓨터학과를 지원했고, 졸업 후 개발자로 취직해서 최근 기획으로 전향하기전 까지 수년간 개발자로 일을 했습니다.
어쩌면 미래부에서 방향을 잡고 있는 “코딩 확산”을 미리 체험한 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면 저에게는 그 코스가 생각만큼 환상적인 코스는 아니었던 것 같으며, 개발자로서 주커버그나 빌게이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찍이 코딩을 할 줄 알고, 대학때도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는 평가를 들었던 저였지만, 쉽사리 창업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제 모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컴퓨터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학교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의 초기 개발 멤버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창업을 시도 했던 이들은 극히 드물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초기 개발 멤버들 역시 대부분 스톡을 좀 받아 챙긴 이들을 제외하고는 “개발자”가 회사의 오너나 전략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여기서 드는 제 의문은 하나입니다. “생활 코딩”을 할 줄 알면, 주커버그나 댈로이시오가 나올까? 전 단연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겁니다. 물론 제 모교에도 그 정도 스킬들을 가졌던 엔지니어들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들 누구도 코딩 실력이 있다고 페이스북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쉽 코스를 밟았고, 페이스북 그룹 내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친구는 삼성전자직원이 아닌 전산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1. 성공을 목적으로 가르치는 소프트웨어 효과에 의문

그러나, 빌게이츠와 주커버그의 이야기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는 찬성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곧 코딩을 할 수 있다고 이들이 주커버그나 빌게이츠가 되서 나라가 원하는 일꾼(성장동력)이 되기 때문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이들이 국어나 미술을 배우듯이 살면서 늘쌍 접하게 될 정보기기의 원리를 알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마츄어 집단이 두터워지면 프로집단의 실력이 올라가듯, 분명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질이 올라갈 수 도 있겠죠. 그러나,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 아이들이 국영수에 미쳐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대학은 왜 가려할까요? 좋은 회사를 가려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좋은 기업이란, 삼성전자일까요? 금융감독원 일까요? 컴퓨터는 교과서에 있긴 있습니다. 문제는 열심히할 욕구가 그다지 없다는 거죠. 대학 가산점에 넣어준다면 열심히들 하겠지만, 시험을 위한 코딩의 결과란 공무원 시험대비용 시험으로 전락한 정보처리기사 자격 시험이 될거라는데 한 표를 더하며, 오히려 아무나 할 수 있는 개발이라고 우습게 보면서, 품질에는 신경을 끄는 사장님들만 늘려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2.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이들이 창업을 해도 되는 이유는 양질의 시니어 개발자들과 멘토들이 있기 때문

주커버그가 처음 페이스북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안정된 성장이었습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는 순간, 이 성공신화는 끝이라고 생각했죠. 그가 한 일은 결국 자신이 코딩을 손을 놓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실력있는 누군가를 영입하는 일이었죠.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직군이 개발자인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티브잡스, 빌게이츠, 주커버그가 개발자 출신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보통 개발자들의 근무 여건이 좋으며, 실력있는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 부지이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실력있는 개발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앞에서 말씀드렸죠? 대학교에서 부터 소프트웨어 멤버쉽 코스를 밟아 갤럭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벤처기업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또한 쉽지 않죠. 그나마 대기업에서도 개발자들이 40대를 넘어 일 할 수 있을까요? 그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서른에서 마흔을 바라볼 때 즈음, 제 나이만 되도 동기들의 걱정은 비슷합니다. 현재 제법 비싼 몸값에 아이들의 하우스푸어에 두 자녀의 아버지인 이들을 벤처로 수혈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창조 경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3. 열매보다 토양을 바라보길

멋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이 필요합니다. 창조경제라는 열매만을 바라보고 시한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창의성은 주입식으로 가르칠 수 있는것이 아닙니다. 이미 주입식이라는 말이 창의성과는 반대말입니다. 정부 부처가 주도해서 성과를 가지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수백, 수천개의 기업들이 그러한 목표로 무언가를 하고 망하는게 벤쳐와 인터넷 서비스 산업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 1개의 대박 서비스가 나오려면 더 수많은 실패의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중요한것은 실패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도전을 위한 리소스를 공급하는 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도전을 위한 리소스 조차 사실 제대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 리소스는 바로 풍부한 토양에서 나옵니다. 왜 이 토양이 척박해졌는지에 관해서는 아마도 훨씬 더 긴 장문을 써야 할지도 모르니 그건 넘어가겠습니다. 아마도, 조금만 의지를 가지시고 업계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왜 토양이 척박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3.1. 토양을 만드는길, 창조를 만드는 리소스는 잉여와 사람이다.

창조는 잉여에서 발생합니다. 미리 정해놓은 업무가 아닌, 그 외의 업무나 지식들이 예상치 않게 결합하는 경우에 발생하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거나 실행해보려면, 당장 시킨 길만을 가야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에는 압박감이 너무 넘쳐납니다. 학생때는 공부를 못하면, 대학을 못가 인생에 실패할까 딴짓을 못하고, 대학은 취업을 위해 학점과 스펙을, 회사에서는 철야를. 그런 잉여란 사치입니다. 특히 개발자하면 업무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에서는 창조와는 거리가 먼 직군이죠. 동종업계 취업금지. 투잡금지. 근로기간 발명은 모두 회사꺼.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근로자들이 창조적여질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담당 서비스 일정만해도 애들이 아빠 얼굴 잊어버리겠는 상황에서 창조라뇨. 더군다나 졸업과 동시에 아이들 결혼시킬 때까지 빚잔치에 허덕이는 대한민국에 이런 여유는 그다지 없습니다. 없는 시간을 더 쪼개서 창조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근무시간과 사람머릿수로 가격을 메겨 버리는 대한민국과 현업에서는 너무 먼나라 얘기로만 들립니다.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잉여가 발생해야 하며, 잉여를 만든답시고, 비용을 줄여서는 또 안됍니다. 결국 사람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늘어야 한다는 의미 이며, 이는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는 잉여에 대한 비용으로 투입되야 함을 의미합니다.

3.2. 정부의 역할은 플랫폼 사업자

대단위 프로젝트를 출범시켜서 실력있는 사업자를 뽑아 일감을 던져주고 값을 후하게 쳐주면 과연 토양이 좋아질까요? 최소한 박하게 주는것보다는 낫겠죠. 그러나 그 증가한 비용은 현재의 하도급 구조에서 어디로 흐를까요? 이를 애플의 아이튠즈 같은 앱마켓에서 적용한다고 해봅시다. 아이튠즈를 살리기 위해 브라우져, 맛집, 검색, 소셜네트워크에 비용을 배정하고 사업공고를 마켓타이틀에 겁니다. 그리고 그 사업에 입찰 가능한 사업자의 규모도 정해져있으며, 최소한의 품질만 만족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보니 100억에 100명프로젝트에 100명이상 보유한 회사만 입찰가능한 사업이라고 공고된 사업은 실제적으로 10억에 10명 프로젝트였습니다. 100명이상 보유한 큰 회사는 이를 따서 밑으로 내리는것이 당연하겠죠.
애플이 한 일은 무엇을 할지와 얼마의 페이와 자격조건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튠즈 마켓은 니즈를 가진 소비자와 생산이 가능한 생산자들을 잘 만나게 하고, 중간의 유통마진을 확 빼버리는 방식의 접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심지어는 하나의 상위 앱이 다른 앱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금지 한다는 정책도 세웠습니다. 이는 카카오나 네이버로 들어가는 강력한 퍼블리셔들의 유통마진을 애플 혼자 갖겠다는 의미도 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애플 혼자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중소 사업자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도 됩니다. (물론 이게 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ㅡㅡ)
정부의 역할은 바로 플랫폼 사업자의 일이 되야 합니다. 단일 정부(회사)는 IT업계를 리딩할만큼 똑똑하지 않다라는 것을 사실 인정해야 합니다. IT업계의 똑똑한 사람들도 모든것을 예측하고 모든것을 맞추지는 못합니다. 다만 수많은 다양성과 경쟁 속에서 운이 좋게 많이 맞춘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죠. 따라서 ICT산업이라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정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장의 니즈와 생산자들을 연결해주는 것, 사업자들끼리의 협업이 손쉽게 가능하도록 mesh up도구를 제공하듯, 사업자간의 협업과 경쟁에 대한 흐름이 잘 돌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 다양성이 해쳐지거나, 집중화되어 불공정 경쟁이나 담합이 발생하는 것 이것에 대한 감시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3.3. 패스트 팔로우 전략 보다는 유연성 높은 개인화 및 미래의 맞춤형 전략

현재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의 실리콘벨리의 사례에만 너무 목을 메는 것 같습니다. 이를 패스트팔로우로 따라가고자 하죠. 문제는 우리와 그들은 뼛속부터 다른 상황으로 가야할길이 너무 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와 똑같아졌을때 ICT시장은 몇번 뒤집어 엎어졌을겁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할 때 반드시,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변화를 함께 선상에 놓고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모바일 중심의 시장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우리의 토양이 깔렸을 때도 여전히 그 중심은 모바일에 있을까요? 유연성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개발방법론중 XP란 방법론은 실행과 유연성을 중심에 둡니다. 먼저 행동하고, 실수를 재빨리 인정하고 수정하며 올바른 길을 찾는 방법이죠. 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합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ICT환경은 이와 닮아있습니다. 임기 초반에 정하고 끝까지 그걸 가지고 갈거라는 믿음은 버리기 바랍니다. 성과는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실수를 쿨하게 인정하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만반의 프로세스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과 측정과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합니다. 귀를 크게 여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실제 서비스를 만들 때도 측정도구를 반드시 함께 개발하는데 이 비용의 비율은 꽤 큽니다.

4.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는 기업(그룹)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경제

전반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 ICT 뿐만 아니라, ICT가 가져온 사회의 변화에 있습니다. 집중화 보다 분산화 되고 개인에 대한 가치가 강화됩니다. 과거 방식대로의 중앙집중적인 학교나 정부의 방식은 이제 경쟁력을 잃기 쉽상 입니다. 우리 손자때(약 2050년 정도?)는 현재 모습의 중앙집중 교육인 학교는 사라질거라고 저는 예측합니다. 그때 교육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미 기업들은 이를 인지하고 생존을 위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시대에 맞는 미래의 정부와 정책상을 구상할 때입니다.

글 : 숲속얘기
출처 : http://bit.ly/ZBf1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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