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3) – 1970년대, 대항에서 공생으로

from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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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분위기가 또 한번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미국 경제는 불황을 넘어서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되기 시작했고, 1960년 대의 풍요로운 미국에서의 대항문화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백인 중산층들은 경제의 쇠퇴가 지나치게 약자들을 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급속한 보수화가 진행되었다. 또한,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함에 따라 대항운동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던 반전 활동이 사라졌고, 중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반공과 관련한 이슈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되려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문제와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경제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는데,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각국의 공적기관이 보유한 달러의 금에 대한 교환성을 정식으로 정지시키는 선언, 이른바 금태환정지선언(닉슨쇼크)를 하면서 국제통화체제는 변동환율제도로 변신하게 된다. 달러화의 금태환정지에 따른 국제통화제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다국간 국제통화회의를 통해 새로운 고정환율을 정하는 스미소니언 협약이 이뤄지면서 이런 체제를 “스미소니언 체제”라고 한다. 이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냉전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의미하고 있으며, 세계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로 정착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국제정세와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나타나자, 대항문화를 외치던 이들이 도시로 돌아가 사회에 복귀하기 시작한다.

그레고리 베이트슨 철학의 부상

대항문화를 주도하던 스튜어트 브랜드의 <홀 어스 카탈로그> 역시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스튜어트 브랜드가 선택한 것은 영국출신의 문화인류학자로 동물학, 심리학, 인류학 등을 넘나드는 연구와 사이버네틱스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준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이었다. 그의 영향을 받아 스튜어트 브랜드는 <홀 어스 카탈로그>는 폐간하고 대신 1974년에 <코에볼루션 쿼털리(CQ, CoEvolution Quaeterly)>를 창간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기계가 연결되는 상황은 살아있는 생태계와 비슷하다. 베이트슨은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개념에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든 살아있는 것을 말하는 ‘크레아투라(Creatura)’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이런 피드백 안에 흐르는 것을 정보로 보았다. 특히 그의 철학에서 정보는 ‘차이를 만드는 차이(difference that makes difference)’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이 전제되어 있어야 했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는 정보도 없다. 베이트슨은 인간과 생물,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가 생태계이고, 그 안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정보라고 주장했다.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세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았고, 기존의 대항문화의 코뮌들이 주장한 자연으로의 회귀나 도시에서의 탈출을 하는 것이 결국에는 세상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커다란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어쨌든 이들의 사회복귀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하는 그룹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그룹은 일명 보보족(Bobos, Bourgeois Bohemian)이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2000년 저술한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 (Bobos in Paradise)>에 등장한 이 용어는 정보화 시대의 개화된 엘리트를 가리키는 것으로, 부르주아의 야망과 성공, 보헤미안의 반항과 창조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고학력·고소득·전문직의 20~30대가 그 전형으로 삼았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서도 겉치레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며, 예술감각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이와 같이 1960년대 후반의 대항문화를 이끌던 투사들은 점점 보수화가 되었고, 이들이 한 때 반항했던 사회와 다시 타협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본 베이트슨의 관점은 지금 현재의 상황과도 잘 맞는다. 또한, 그 연결성이 인터넷과 웹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수직적이고 고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우리 사회가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에코시스템으로 발전해나가는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자료:
Smithsonian Agreement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Bobos in Paradise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Gregory Bateson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CoEvolution Quarterly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글 : 정지훈
출처 : http://highconcept.tistory.com/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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