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구호 “측정하고 관리하라”를 빅데이터, 스타트업이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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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flic.kr/p/9f6G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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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대통령 선거본부의 일원이라고 하자. 선거본부의 가장 큰 지상과제는 후보의 당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제를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당신의 후보에게 절대로 투표하지 않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정된 예산을 퍼붓는 것은 엄청나게 멍청한 짓이다. 아울러 당신의 후보가 어떤 도덕적 결함을 지녔다 하더라도 후보라는 이유로 투표할 절대지지층에게 지속적인 투표 독려를 하는 것도 쓸데없는 짓이다.

가장 효과적인 전법은 당신의 후보와 상대 후보 사이에서 결정을 못하고 있는 부동층을 설득하여 당신의 후보에게 투표하게 하고, 투표날 놀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잠재적인 지지자들을 설득해서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낼까? 미국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조직 관리를 한 매트 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제발 신께서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초록색 코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부터 선거전날까지 코가 초록색인 사람만 상대할 겁니다. 제발 신께서 투표장에 가지 않을 유권자에게 보라색 귀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선거 당일에 귀가 보라색인 유권자만 상대할 겁니다.”*

물론 신에게 기도하는 것만으로,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초록색 코와 보라색 귀를 가진 사람들로 지지운동 대상자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과학, 통계, IT기술을 활용한다면 초록색 코와 보라색 코를 가진 사람을 가상의 세계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바마가 재선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단순히 직감에 의존한 선거가 아닌, 빅 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서, 유권자를 선택하고 그들에게 집중한 결과다.

린스타트업이란 책을 읽어보면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경영 기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이 책의 대표하는 조언은 “측정하고 관리하라”일 것이다. 측정하고 관리하라,는 상당히 고전적인 경영기법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스타트업이 생기고, 그렇게 생긴 스타트업이 몇 달만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회사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측정하고 관리하라는 금언은 상당히 진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변하고 더 많은 변수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지금, 측정을 통해 현상을 명확하게 판단하여 통찰을 얻고 그 다음 행동을 취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는 듯하다.

스타트업이 멋진 아이디어를 잘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즉 이 작업이 잘 되고 있는지를 알려면 결국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말하자면 단순히 이 아이디어를 구현해서 잘 만들면 고객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가정만으로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물론 지나친 비유일 수 있지만, 이런 가정만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상상 속에서 무한 동력 기계를 만드는 아마추어 엔지니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무한 동력 기계는 자연의 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을 어기기 때문에 구현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상상에 갇힌 아마추어 엔지니어는 이게 가능하다 믿는다. 어떻게 보면 고객이라는 돈을 벌어야 하는 경제적 중력법칙에 놓이지 않은, 멋진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현실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아마추어 엔지니어의 무모함과 비슷하다.

굴뚝 산업 시대의 기업에서 “측정하고 관리하라”는 구호와 스타트업에서 “측정하고 관리하라”는 말은, 형식은 비슷하나 방법론과 지향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굴뚝 산업 시대의 기업에서 측정의 지향점은 회사 내부였다. 즉 효율적으로 잘 만들고 빠르게 만들면 시장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굴뚝 기업도 경쟁자와 경쟁을 하였으나, 내부 프로세스을 효율화하기 위한 경쟁이었다. 즉 측정의 대상이 자사 안이란 뜻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측정하고 관리하라”는 구호의 지향점은 외부다. 웹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만큼 고객을 시험대상으로 삼기에 좋은 업태도 없다. 영원한 베타라는 딱지가, 산업시대의 완전한 품질이라는 요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즉 스타트업에서 추가하는 기능이 최종 고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쉽게 측정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오바마 재선의 성공요인이었던 잠재적인 유권자를 알아낸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최신 IT기술을 사용해서 말이다.

당분간은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IT 유행어가 마법 은총알로 유행하고, 린스타트업이나 오바마의 재선이 측정하고 관리하라는 구호의 부활을 알리는 사례연구로 쓰일 수 있기에 측정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측정과 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 반드시 무엇을 측정하고 왜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선행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바마 캠프의 최고기술책임자인 하퍼 리드가 겸손하게 말했듯이 테크놀로지는 ‘화력 증가자’일 뿐이다. 승리하기 위한 전략과 이를 위한 구체적으로 표현한 핵심성과지표가 명확할 때만 빅데이터는 의미를 가진다. 전략과 목표가 없는 빅데이터는 ‘빅 쓰레기더미’일 뿐이다. ‘무엇’을 ‘왜’하는지 확실할 때 ‘어떻게’ 할지도 알 수 있다.*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에서 인용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80

About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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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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