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식물, 맹그로브

from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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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맹그로브라는 식물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는가? 솔직히 필자도 개인적으로 잘 몰랐던 식물이다. 어렴풋이 여기저기서 들어본 기억은 난다. 아마존이나 동남아시아의 정글을 소개할 때 흔히 “맹그로브 숲”을 간혹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면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맹그로브를 영어로 쓰면 “Mangrove” 이다. “Man”은 인간을 뜯하는 것이고, “grove”는 숲을 의미하는 단어이니 “인간의 숲”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어쩌면 인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식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생소한 식물이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맹그로브는 열대지방의 해안지역에 주로 서식하는데,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의 숲을 보호하면 기후변화와 생물의 다양성 보존과 지역사회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맹그로브 숲은 보통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를 하는데, 지구 전체의 숲에서 맹그로브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0.7%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매년 전 세계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2.5배 정도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고 이곳에 새우양식이나 물고기 양식, 또는 쌀농사를 위한 간척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간에는 이런 개간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안슾지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류의 다양성과 식물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농어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생태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많이 일반화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맹그로브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에 있어서도 중요하지만,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데에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와 관련한 논쟁을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사진에서도 보듯이 어떻게 보아도 인간의 입장에서 맹그로브 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도 별로 없다. 나무가 두껍지 않아서 목재로 쓰기에도 적당하지 않고, 사람들이 왕래를 하거나 인근에서 살기에도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것도 아니고 모습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구경을 하러 올 수 있는 그런 녀석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나무가 지구의 기후를 지키는데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고, 동시에 해안슾지 전체의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편협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라는 작품에 보면 언제나 독을 뿜어내는 엄청난 숲인 “부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인간에게 천적이나 다름이 없는 이 “부해”가 결국에는 핵전쟁으로 상할데로 상한 지구를 치유하는 소중한 생물들이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한 수 많은 생물들의 생태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무모한 도전을 끊임없이 했던 장면들이 기억이 난다.

세상은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가끔은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크게 느낀 아침이다.

참고자료:
Restoring Mangroves May Prove Cheap Way to Cool Climate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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