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워싱턴 포스트 인수를 둘러싼 말.말.말.

8월 5일, 135년 전통의 올드 미디어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가 아마존(Amazon)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게 신문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하였다. 베조스는 아마존과 무관하게 개인 자격으로 2억 5천만 달러(약 2,8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베조스가 가진 자산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좀 더 격한 비교를 하자면 6월 말, 사진 채팅 앱인 Snapchat이 8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본 인수 건을 두고 저널리즘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애통(?)의 목소리도 들리고, 지금의 아마존을 있게 한 소프트웨어 기술, 데이터마이닝과 이커머스 역량이 워싱턴 포스트에 도입되면 그나마 신문 산업의 미래에 대해 낙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뉴스가 터진 뒤 신문 업계는 지금 혼돈기이고, 인터넷 기반의 테크 업계는 환호하는 분위기이다. 테크 전문 미디어인 기가옴(GiGaOm) 창업자인 옴 말릭(Om Malik)은 ‘A new Babylon and the rise of the tech tycoon’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는데 그가 가장 들떠있는 것 같다.

지난 한 주간 거의 모든 언론사, 테크 미디어들은 이번 인수 건에 대해 신문 산업이 얼마나 위기인지, 베조스가 위기의 워싱턴 포스트를 왜 인수했고 어떻게 혁신하려는지, 베조스의 그간의 행보가 얼마나 혁신적이고 신문 산업을 구할 구세주로 적임자인지 등등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분석, 추측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인수 이유와 향후 계획인데, 필자도 많은 기사를 읽어봤지만 답은 하나다. 현재로서는 베조스 외에 아무도 모른다는 것. (여러 기사 중 제일 재밌었던 표현 중 하나는, Did he buy it in One-Click? 정도?)

아무튼 이번 컬럼을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바는 왜 베조스가 뉴스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지, 앞으로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 트렌드는 어떻게 진화할지에 관한 것이다.

 

베조스는 왜 뉴스 사업에 관심을 보였을까?

베조스가 뉴스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개월 전인 4월 5일,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비즈니스 인사이더 창업자 · CEO · 편집장인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이 당시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살펴보면 왜 베조스가 뉴스 사업에 관심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베조스의 비즈니스 인사이더 투자 결정은 1년 전 블로젯과의 저녁식사 이후에 진전된 사항인데, 둘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고, 블로젯이 보기에 제프 베조스가 디지털 뉴스 사업과 자신의 사업 간에 유사한 점이 있다며 흥미로워했다고 한다(블로젯은 아마존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Customer-first에 대한 강박관념, 사업에 대한 장기적(Long-term) 관점은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포함해 모든 사업가들이 모방하고 싶은 점이었다고 덧붙이고 있다. 베조스와 블로젯이 목표로 하는 바는 매우 심플했는데, “To become the best digital business publication on the planet”이다).

블로젯은 최근 베조스가 왜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을지에 대한 나름의 추측 기사를 기고했다. 여기서 디지털 뉴스 사업과 이커머스 간 어떠한 유사점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고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디지털 뉴스 / 이커머스 사업은 전통적인 경쟁자들과 달리 깊이와 넓이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다. 오프라인 매장과 올드 미디어는 장소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Best Buy나 Automotive Week처럼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거나, Walmart나 워싱턴 포스트처럼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비즈니스는 이러한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이 Broad하면서 동시에 Deep한 것도 가능하다.

둘째, 디지털 뉴스 / 이커머스 사업은 완벽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아마존에 방문할 때마다 고객들이 서로 다른 프론트 페이지를 보게 되는 것처럼, 디지털 뉴스 사이트에 방문하는 고객 별로 서로 다른 스토리 섹션을 보여 줄 수 있다.

셋째, 커머스와 미디어는 모든 마켓을 다 겨냥할 필요가 없는 세분화된 비즈니스 분야이다. Tech 비즈니스는 승자독식(Winner-take-most) 경향이 있는 반면 미디어와 커머스는 광범위하고 세분화된 시장이기 때문에 작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더라도 잘만 하면 빅 비즈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체 시장을 다 차지할 필요가 없다.

 

유사한 속성을 지닌 콘텐츠와 커머스,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베조스가 아무리 개인 자격으로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다 하더라도 아마존의 자산과 연계해 아마존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선순환을 꾀하리라는 것은 예상되는 수순으로, 블로젯은 다음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1) 콘텐츠 생산/유통 사업과의 결합.

아마존은 이미 콘텐츠 생산 및 유통 비즈니스에 발을 담그고 있으며, 뉴스는 또 다른 형태의 콘텐츠일 뿐이다. 아마존은 프린트된 콘텐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의 방대한 양을 유통시켜왔는데 워싱턴 포스트가 발행 / 유통하는 콘텐츠를 번들 형태로 묶거나 아마존의 기존 콘텐츠와 함께 유통시킬 수 있다. 아마존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는 주로 커머스 관련된 콘텐츠지만 미디어 관련 콘텐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워싱턴 포스트의 콘텐츠와 융합되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or 킨들 구매자에게 결합 상품으로 제공.

아마존은 이미 회원제 구독(Subscription) 및 미디어 가젯 비즈니스에 발을 담그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배송 서비스 가입자들은 이미 영화나 TV쇼를 무료로 시청하고 있고 아마존 킨들 구매자는 책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프라임 가입자와 킨들 구매자에게 워싱턴 포스트 무료 구독권이 제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워싱턴 포스트 소속 기자들은 Kindle Singles나 이북을 출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get-an-amazon-prime-subscription-400x237

3) 지역 배송 사업과의 결합.

아마존은 지역 배송 서비스에 진입했는데, 이는 워싱턴 포스트가 이미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상품을 아침 신문과 함께 배달되거나, 신문이 아마존 배송 박스에 담길 수도 있을 것이다

4) 마지막으로, 디지털 교차로(high-traffic intersection)로서의 뉴스의 속성을 활용하는 것.

이는 사람들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뉴스 사이트를 지나가다가 쇼핑하기 위해 멈춰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콘텐츠와 커머스 업체들은 오랫동안 두 영역의 경험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성공한 업체는 거의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워싱턴 포스트가 차세대 통합 콘텐츠 & 커머스 서비스를 위한 실험소(laboratory)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마지막 시너지 효과, 바로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 트렌드이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 트렌드”를 보자!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커머스 사업자가 콘텐츠를 융합시킬 수도 있고, 콘텐츠 사업자가 커머스를 융합할 수도 있다). 방금 위에서 살펴 본 아마존의 시나리오들, 즉 고객 리뷰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 오프라인 배송과 전자책/ 디지털 영상 콘텐츠의 결합도 이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말 출시된 아마존 프라임(연간 79달러에 무료 배송과 비디오 스트리밍, eBook 대여 서비스를 제공)의 성과가 꽤 성공적이라는 기사도 올 초에 보도된 바 있다.

morningstar-400x265

아마존과 같은 거대 사업자가 아닐지라도 지난 2~3년 간 커머스 스타트업들이 큐레이션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혁신도 이 융합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콘텐츠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몇몇 업체들이 있는데, 최초는 2004년 등장한 Refinery29부터 2009년 등장한 One Kings Lane, 2010년 등장한 Fab.com 등의 폭발적인 성장은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핵심은 소비자를 만족케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그들을 유인하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유료 검색 광고 등에 단순히 투자하는 것보다 구매(커머스)로 이어질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Birchbox 류의 구독 기반 커머스는 신문 또는 잡지 콘텐츠를 정기 구독해서 보는 형태를 커머스에 도입한 것이며, 로컬 커머스 업체인 Shopkick이 지난해 말 LookBook 기능을 출시해 브라우징 콘텐츠를 강화하고 커머스(로열티 및 결제)를 연결시킨 한 것도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사업자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 방식은 무궁무진하며, 커머스는 결국 콘텐츠 속으로 Seamless하게 녹아 들어 커머스도 콘텐츠의 일부로 보이는 수준까지 진화해 갈 것이다.

이는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YouTube의 행보를 보면, 지난 7월 Merch Annotations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는 유저들이 뮤지션의 앨범을 YouTube 비디오의 Play 화면 위에서 클릭 하나로 구입하도록 지원함에 따라 뮤지션들의 수익 창출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또한 최신 루머에 의하면 Google이 비디오 채팅 서비스인 Hangout을 통해 다양한 스킬을 공유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인 ‘Helpout’이라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 기반 사업자들이 이와 같은 다방면에서의 실험을 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사업자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돌이켜보면 어떠한가? 전통적인 사업자들은 경쟁자를 인지하는 감각에서부터 뒤쳐진다. OOO 신문사의 경쟁사는 OOO 신문사, OOO 홈쇼핑의 경쟁사는 OOO 홈쇼핑인줄로만 알고 경쟁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들도 가만히 있고, 진정 Facebook, Twitter, YouTube 등을 경쟁사로 볼 줄 아는 안목 조차 없다.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인터넷이 우리가 접하는 비즈니스들의 요소 요소들을 변혁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래를 예측할 지도도 없고 방향을 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Invent하기 위해 실험해야 한다는 말을 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김소연(Vertical Platform)
출처 : http://goo.gl/yafBQ9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