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의의결, 네이버 다음의 사회적 책임 각성 계기 되길

어제(2013년 11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네이버 및 다음 검색서비스와 관련해 이른바 ‘동의의결 1)’ 절차 개시신청을 받아들였다.

 

불공정행위 판단의 다섯 가지 근거 (추정)

실제로 다음과 네이버의 검색서비스를 불공정행위로 판단할 ‘위법’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의 다섯 가지가 그 근거로 나열되고 있다.

  • 통합검색방식을 통해 정보검색 결과와 자사 유료전문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점
  • 일반 검색결과와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한 점
  • 특정 대행사가 확보한 광고주에 대한 이관제한 정책
  • 네트워크 검색광고 제휴계약 시 우선협상권 요구
  • 계열사인 ‘오렌지크루’에 대한 인력파견

시장획정 절차 없이 어떤 근거로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부르는지, 앞선 다섯 가지 모두가 과연 어떤 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 ‘위법’ 혐의를 포함하고 있는 네이버 및 다음의 검색서비스를 오늘도 변함없이 이용하고 있는 절대다수 이용자에게도 ‘위법’ 혐의에 대한 근거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공개될 날을 기대해본다.

이 기대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그 신뢰를 기초로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으로 대변되는 네이버 검색서비스 정책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과연 국가 개입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뒤로 미루고자 한다. 그러나 정부 행위에 대한 이 작은 신뢰는, 치마 길이와 머리카락 길이의 적절성까지 국가권력이 판단하고 규제했던 과거의 치욕스러운 역사에 대한 기억과 마음 안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동의의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한편 이번 ‘동의의결’ 사건은, 주요 인터넷 기업이 정부(관료) 또는 일부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와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글의 최근 행보는 값진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지난 2013년 10월 7일 미국정부, 영국정부, 구글 그리고 이베이(eBay) 창업자 오미다르(Omidyar)와 그의 부인 팸(Pam)은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을 위한 연맹(Alliance for Affordable Internet)”이라는 기구를 출범시켰다. 아프리카 국가 등 저소득 국가의 이용자가 무선 및 유선 인터넷에 대한 접근권을 갖도록 노력하는 이 기구에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인텔, 시스코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지상 32km 위를 떠다니는 풍선(balloon)을 통해 산간오지 등 유선인터넷을 설치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을 통해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을 위한 연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프로젝트 링크(Project Link)’라는 이름아래 우간다(Uganda)의 수도 캄팔라(Kampala)에 100km에 이르는 고속인터넷망을 설치하고 있다(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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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Loon – Launch Event (출처: 위키백과)

 

구글의 선행? 망이 확대되면 구글의 이윤도 늘어난다!

마치 망사업자로 둔갑한 듯한 구글의 이러한 행보의 동기는 명확하다. 월드와이드웹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1명 더 증가할 때마다, 세계 1위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이익은 증가할 수 있다. 물론 프로젝트 룬과 프로젝트 링크의 수익률을 직접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새로운 인터넷 이용자가 검색서비스, 이메일 등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언젠가는 이용할 점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들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구글에 의해 중개된 다양한 모바일 광고에 노출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글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은 보장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두 개의 멋진 프로젝트 뒤에는 구글의 장기적인 사업적 이해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나는 구글의 프로젝트에 존경을 표한다. 프로젝트 룬과 프로젝트 링크를 통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이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이 이들이 처한 모든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을 찾고 나누며, 연대의 대화를 보다 광범위하게 조직할 수 있다.

 

구글에 박수 치는 이유: 사회적 공익과 기업 이윤추구 조화

전 세계에 인터넷망을 제공하고자 하는 구글 및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을 위한 연맹”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 지역에 말라리아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인터넷 접근권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한다(관련 보도). 빌 게이츠에 동의한다. 하지만 UN이 총 187개 국가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조사 및 발표하는 국가별 인간 개발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161위를 기록 한 우간다에 고속인터넷망을 설치한 일은 박수를 보낼 일임이 분명하다.

구글의 행보가 안정적인 인터넷망이 우간다의 사회 진보와 경제 발전에 튼튼한 자양분이 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 삼성전자 등이 산간오지에 자사 제품을 팔기 위해 도로를 건설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 없다. 더불어 벤츠, BMW, 현대자동차 등이 자동차를 팔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 도로 건설을 지원한다는 이야기 역시 들은 적 없다.

구글의 서비스 정책에 대해 이용자는 당연히 정당한 비판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구글의 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사회적 책임(CSR)이며, 동시에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구글에 대한 질투 어린 눈을 안으로 돌려 네이버 및 다음에 개인적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다. 막 시작된 ‘동의의결’ 절차가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동의의결’ 절차가 일부 사업자의 돈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및 다음이 발 딛고 서 있는 한국 사회의 인터넷 문화를  멋지게 꽃피우는 계기로 기억되길 바란다.

 

글: 베를린로그
출처:  www.berlinlog.com/?p=1764

  1. (동의의결이란 공정위에 불공정 시장행위로 고발된 사업자가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경우를 예로 들면, 공정위가 위의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네이버와 다음을 불공정 행위로 판단해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했으나 다음과 네이버가 두 달 안에 시정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를 검토한 뒤에 타당하고 판단하면 아무런 징계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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