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wall 작동이 ‘콘텐츠 유료화’ 성공 의미하진 않는다

1201494369

“공짜 콘텐츠는 없다”
“콘텐츠는 유료가 될 수 있는가?”

경제적 측면에서 국내 언론이 당면한 현실은 무겁다. 미국 시장 대비 구독 및 광고 수익의 하락세는 완만한 편이지만, 이는 비시장적 광고 시장 구조에 따른 차별적, 한시적 혜택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하기는 어렵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신문 산업의 성장세는 이미 꺾인 국면이고, 하락세는 보다 또렷해지고 있다. 신문 광고의 위축으로 점진적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수익 모델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신문사들은 ‘콘텐츠 유료화’를 새로운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내일신문 등이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료화 시도에 직접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의 paywall 모델 성공 사례에 고무돼 국내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추세이다. 감소하는 신문 광고 수익을 벌충할 수 있을 만큼 대안적 수익 모델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언론의 암울한 비즈니스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준다.

이 글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 그 자체의 수익 모델이 왜 허상일 수밖에 없는지를 확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paywall의 성공이 왜 콘텐츠 유료화로 인식돼서는 안되는지, paywall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등을 함께 다루려고 한다. 현상과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늘상 그렇듯 그릇된 전략의 도출로 귀결되고 만다. 현재 국내 신문의 생존 전략이 이러한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paywall이 언론사의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는 착각, 뉴스라는 정보 콘텐츠가 디지털 시대에 유료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은 향후 언론사의 생존 전략을 위해서도 빠른 시일 안에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Paywall의 정의

영미권 신문사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paywall 모델. 국내 언론의 주요 임원들과 전략 담당자들은 paywall을 ‘콘텐츠 유료화’로 번역 혹은 이해하고 있다. paywall의 성공은 루퍼트 머독의 교시처럼 “콘텐츠는 공짜일 수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국내 언론사들은 주요 임원들은 환호를 외치고 있다. 세계편집인협회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2013년 정기 컨퍼런스를 통해 전세계 언론이 즉각 paywall에 나설 것을 적극 권장하며 담론의 확산을 주도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내 언론도 적극 편승하며 유사 paywall 모델을 속속 도입 중이다.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내일신문 등이다.

하지만 정작 paywall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디지털화에 따른 뉴스 소비 문화의 변화, 경기 변동이라는 경제구조적 전환 속에서 등장한 기술적 프레임인 paywall이 국내 상황에 적합한 기술적 인공물의 형태인지, 국내 뉴스 소비자에 적합한 방식인지, 변형과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는 검토되지 않고 있다. 단순한 벤치마킹 수준의 기계적 도입 및 적용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반추해볼 일이다.

paywall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자. paywall은 엄격하게 구분하자면 콘텐츠 유료화와는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지 않다. 해외 적지 않은 신문의 paywall 연구 논문은 Radoff의 정의를 대체로 인용하고 있다. Radoff는 paywall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a digital mechanism to separate content that one has to pay for from the rest of the content on the net”(넷 상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콘텐트와 아닌 콘텐트를 구분하는 디지털 메커니즘.)

비용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뉴스 콘텐트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뉴스 콘텐트를 분리하는 디지털 기술 장벽이다. 미국의 IT 전문 인터넷 언론인 Mashable의 정의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다.

“system that prevents internet users from accessing webpage content without a paid subscription.”(인터넷 이용자가 구독료 지불 없이 웹페이지 내 콘텐트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시스템.)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Paywall을 적용한다는 것은 곧 인터넷 뉴스 웹페이지 내 콘텐트에 대한 차별적 접근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인공물을 구축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세밀하게 설명하면 콘텐트 그 자체의 구매와 연결되는 개념이 아니라 접근권의 구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제품을 소유할 있는 권한을 얻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 안에 있는 상품을 구경할 권리를 갖는 디지털 기술 장치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뉴스 콘텐츠 디지털 입장료 모델’로 부르고자 한다.

입장료 모델이라는 칭하는 데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교환되는 상품에 비용을 지불한 이용자가 갖게 되는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기에 그렇다. paywall 정책에 따라 비용을 지불한 뉴스 이용자는 특정 기간 동안 해당 언론사가 디지털 공간에서 제공하는 모든 뉴스에 대해 접근권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의 경우 일주일 3.75달러를 지불하면 뉴욕타임스닷컴(PC웹 뉴스)과 스마트폰 앱, 100건 과거 기사에 대한 대한 제한 없는 접근권(access)을 허락받게 되며, 일주일 8.75$를 내면, 모든 디지털 에디션에 대한 접근권이 허용된다.

하지만 접근 이외의 권한에 대해서는 일절 불허된다. 접근했던 뉴스에 대한 복제 및 게시권은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해당 뉴스 콘텐트를 둘러싼 인터페이스북의 변형 등도 권한 밖의 문제이다. 상품 구매로 발생하는 뉴스에 대한 포괄적 이용권한은 paywall의 장벽이 허물어졌다고 해서 양도될 수 있는 권한이 아닌 셈이다. 즉 paywall을 넘어설 접근권을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콘텐츠 구매에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한시적 권한은 전혀 취득할 수가 없다. paywall이 콘텐츠 구매와 본질적으로 거리가 먼 개념임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paywall이란 비용을 지불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뉴스 콘텐트와 그렇지 않고도 접근할 수 있는 뉴스 콘텐트를 구분하는 기술적 장벽 및 인공물이면서, 접근한 콘텐트에 대한 포괄적 이용 및 유통 권한을 허용하지 않는 이용 제한적 디지털 장치라고 필자는 정의한다.

paywall의 종류

1040504376
출처 : http://paidcontent.org/2011/03/19/the-top-six-u-s-papers-with-paywalls/

paywall은 여러 종류의 변형태가 존재한다. 현재까지 시도됐거나 시도되고 있는 paywall 유형은 대략 4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Merja Myllylahti(2013)의 구분법을 인용하고자 한다.

Hard Paywall : 비용 지불 없이 어떤 콘텐트도 접근이 불가능한 유형
Soft Paywall : 일부 뉴스에만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유형
Metered Paywall :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뉴스의 양을 제한하는 유형
Freemium Paywall : 프리미엄 콘텐트에 접근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형

일부는 Soft paywall과 Metered Paywall을 동일하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Merja Myllylahti는 이를 구분하고 있는데, 필자의 관점에서도 이 둘의 모델을 구분을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Soft Paywall이 동일 뉴스 플랫폼 내에서 특정 뉴스에 대해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모델인 반면, Metered Paywall은 특정 뉴스에 대한 접근 비용 지불 방식이 아닌 접근 가능한 뉴스 개수의 제한을 제약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별된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Freemium Paywall은 Merja Myllylahti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존재한다. 본인은 Freemium Paywall을 이중 플랫폼 전략으로 접근한다. 즉 프리미엄 뉴스가 게시된 뉴스 플랫폼과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뉴스 플랫폼을 이중화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스톤 글로브와 댈러스 모닝 뉴스의 듀얼 사이트(1free-1Premium Sites)을 들 수 있다.

국내 언론사가 적용된 paywall 모델은 현재 모두 Freemium Paywall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기존의 광고 수익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프리이엄 뉴스 사이트를 개설해 부가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취할 때 적합하다. 이 경우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을 위한 별도의 뉴스 생산 조직 및 비용 투입이 요구된다.

Paywall은 B2C 비즈니스 모델

paywall은 앞에서 정의했다시피 기본적으로 일반 독자 혹은 이용자를 상대로 차별적 접근 비용을 부과하는 모델이다. 전형적인 B2C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2011년 paywall 실행을 알리는 기사에서 그 의미를 확인해볼 수 있다.

“The change will primarily affect those who are heavy consumers of the content on our Web site and on mobile applications. This change comes in two stages. On Thursday, we rolled out digital subscriptions to our readers in Canada, which will enable us to fine-tune the customer experience before our global launch. On March 28, we will begin offering digital subscriptions i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st of the world.”(NYTimes, 2011)

뉴욕타임스는 당시 기사에서 paywall의 실행으로 영향을 받을 집단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중이용자라고 쓰고 있다. 그 첫번째 적용 대상이 캐나다 독자임을 밝히고 있고 이어 미국과 기타 국가의 뉴스 소비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paywall을 통해 접근권(뉴스 접근 입장료)을 판매하고자 하는 타깃이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독자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댁내 구독자에게는 무료로 접근을 허용한다는 문구도 여러번 등장하는데 이 또한 paywall이 일반 독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paywall이 B2C 모델이라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국내 언론이 시행하고 있는 paywall이 일반 뉴스 중이용자를 겨냥하기보다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그렇다. B2C 모델로 개발돼 소개된 paywall 모델이 국내에서 B2B 모델로 변형되고 있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여러 시사점을 가져다 줄 것을 생각된다. 하지만 이 글에선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계획이다.

Paywall과 Syndication 모델

paywall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Syndication 모델과 비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 속에서 paywall이 콘텐트 유료화와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보다 명확해진다. Syndication 모델은 AP, AFP, REUTERS와 같은 뉴스 통신사들의 주된 수익 모델 가운데 한 가지였다. 일반적으로 뉴스 Syndication 사업은 표준화된 메타데이터 정보를 지난 뉴스DB의 판매 방식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콘텐츠 유료화 전략인 셈이다. 국내 통신사들도 이 수익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일정 규모의 수익을 국내 언론사들을 통해 획득하고 있다. paywall과 다르게 B2B 모델이라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가 아닌 일간 주요 신문사들이 이와 유사한 형태의 뉴스 Syndication 모델을 시도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쿠아 아카이브 사업이다. 2004년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주도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참여 언론사들의 뉴스를 공급받아 뉴스를 표준화하고 이를 외부에 판매함으로써 콘텐츠 판매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 하에서 탄생했다. 포털과의 관계 속에서 뉴스 생산자의 우월적 지위를 재구성하는 한편, 콘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광고 시장 침체를 대비하겠다는 발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의 뉴스 저작권을 위탁받아 포털의 뉴스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고, 디지털 시대 뉴스 유통권의 이니셔티브를 다시 쥐겠다는 포석도 깔여있었다. 그 전략과 관계 없이 아쿠아 프로젝트는 통신사가 아닌 일반 신문사의 뉴스 Syndication 모델로서 가능성을 탐색해봤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Syndication 모델은 이처럼 포털 등 기업 등을 상대로 뉴스를 유료로 판매하는 전형적인 콘텐츠 유료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뉴스 저작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License Deal)으로 이를 구매한 측은 자사가 운영중인 여러 넷상의 공간에 포괄적으로 뉴스를 게시할 수 있고, 해당 영역에 광고를 부착함으로써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 유통에 관한 권한도 취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api, rss 등으로 허락된 범위 안에서 외부로 뉴스를 제한적인 콘텐츠 영역을 유통할 수도 있다.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함으로써 구매자 측은 뉴스 이용 및 유통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paywall은 라이선스 구매 방식의 Syndication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적 시스템이다. 접근권 이외에는 어떠한 권한도 허락되지 않는다. paywall이 왜 유료 콘텐츠의 구매, 콘텐츠 유료화와 관련이 낮은지는 이러한 차별적 특징 속에서 명확해진다.

국내 언론의 포털 뉴스 판매와 콘텐츠 유료화

Syndication 모델의 관점에서 봤을 때 국내 언론사는 이미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 및 인터넷 언론사는 뉴스 DB를 네이버, 다음, 네이트, 줌 등에 판매함으로써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콘텐츠 제공의 대가로 연간 15~20억원의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디어오늘, 2013) 언론사마다 그 금액을 천차만별이며 일반적으로 언론사의 영향력, 콘텐츠의 품질 및 신뢰도, 브랜드 가치, 독자의 이용 정도에 포털이 지불하는 비용을 달라진다. 특수일간지 즉 경제일간지들은 HTS(Home Trading System)에도 기사를 Syndication 모델로 판매한다. 일부 언론사는 ASP 방식으로 기업에 뉴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콘텐츠 유료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양한 경로에 이미 유료로 뉴스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특징은 콘텐츠 유료화가 B2B 모델에 국한돼 형성돼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도입한 디지털 가판(PDF 지면 뉴스) 판매도 전형적인 B2B 모델로 과거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자사에 불리한 뉴스의 배치를 변형해왔던 관행과 필요를 잘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면의 배치에 홍보담당자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여지를 허락함으로써 추가적인 온라인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B2B 콘텐츠 유료화에 해당한다.

B2B 콘텐츠 유료화는 영미권과 비교하면 한국 언론사가 비교적 좋은 조건과 환경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주요 포털은 언론사들에 직접적인 라이선스 비용 즉 콘텐츠 구매 비용을 제공하는 방식을 최소화하고 있다. 뉴스 크롤링(News Crawling)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도 일부 통신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긴 하지만 AP 등 소수 사례에 불과하다.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구글은 검색서비스이지 포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형적인 포털로 부를 수 있는 야후는 어떨까. 야후는 주요 통신사(news agency)를 제외하면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대표적인 통신사로는 AP를 들 수 있다. AP와는 십수년간 이 계약을 통해 뉴스를 공급받아왔으며, 지난 2010년에는 라이선스 계약(Licensing Deal) 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계약이 뉴스 구매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가 발행한 보고서(2006 ; p.87)는 “야후는 AP나 USA투데이 등 특정 언론사 뉴스를 별도 카테고리로 제공하지만 직접 뉴스정보를 구매하지 않 고 이용자 트래픽을 기준으로 광고 수익을 분배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면 야후는 뉴스 서비스를 위해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야후나 AOL과 같은 미국의 포털은 뉴스의 직접 구매 방식보다 자체 뉴스룸 구축, 뉴스 플랫폼의 인수를 통해 뉴스 생산 행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야후가 David Pogue나 Katie Couric 등 지명도 높은 언론인을 직접 영입해왔고, AOL이 Patch.com을 운영하고 Huffingtonpost를 인수한 것처럼 직접 뉴스 서비스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포털 플랫폼이 뉴스 생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뉴스를 통한 광고 수익의 증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들 또한 콘텐츠 유료화에 회의적이며 심지어 유료 콘텐츠의 구매에도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언론사들은 3~4개의 주요 포털과 HTS라는 증권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료화로 판매해 수익을 거두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aywall과 인터페이스 이펙트, UX

아직 풀지 못한 의문이 있다. 왜 이렇듯 국내 언론사는 B2C 기반의 콘텐츠 유료화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과연 디지털 시대의 뉴스는 유료라는 가치를 지니고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일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맥락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이 글은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 힌트를 찾는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보자. 우리는 혹은 국내 언론사 관계자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그저 오프라인 플랫폼의 디지털적 전환, 혹은 변형태만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짙다. 앞서서도 언급했듯이 정의가 불명확하면서 그릇된 전략적 접근법에 도달하고 만다. 필자는 정의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연구의 권위자인 마노비치를 인용하려 한다. 디지털 미디어를 기존의 커뮤니케이션적 접근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바라볼 때, 기술적 문화적 특성을 엄격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디지털 유료화의 작동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차원에서 디지털 유료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특성과 흐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이 영역은 이미 상식 수준 차원에서 다양한 문헌에서 확인해볼 수 있기에 생략한다. 빠트리지 않아야 할 관점이 있다. 미시적 차원에서 디지털 유료화의 방식과 형태(소프트웨어적 레이어에서)를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이 구조 내에서 무엇이 교환되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 레브 마노비치의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정의는 꽤나 유용한 틀을 제공해준다.

“디지털 미디어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그리고 인터페이스 컨벤션 및 메타포의 점진적 개발과 축적의 결과이다.”(Media After Software, Journal of visual culture, 2013.12)

디지털 유료화의 울타리를 오가며 교환되는 상품은 비물질적(immaterial) 요소로 가득채워져있는데, 여기엔 단순히 개별 뉴스라는 정보 상품만이 아니라 인터페이스 효과, 알고리즘, 데이터, 기타 소프트웨어에 의한 부가적 인지 상품(Cognitive Product)이 교환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반대 급부로 이용자는 다양한 비물질적 ‘인지 상품'(이용자 경험 등) 접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뿐 아니라 여전히 관심 에너지(Attention Energy) 또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Metered Paywall이라는 디지털 유료화의 특성이다. Metered Paywall은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paywall의 유형이다. 뉴욕타임스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Metered Paywall은 잠재적 가치 생산 기제로서의 Attention Energy와 직접적 교환 측면에서의 화폐라는 구독 비용을 동시에 포획하기 위한 교묘한 기술적 장치이다. 물론 여기에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복제를 제약하는 제도적 장치인 저작권이라는 울타리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디지털 미디어가 제공하는 인지 상품인 ‘이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이렇게 정의하고자 한다. 인터페이스 혹은 소프트웨어 효과(갤로웨이는 ‘interface effect’ 라는 저서를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가 만들어낸 이용자 인식의 변형 혹은 특이성이다. 왜 입장료(paywall을 넘어 지불하는 비용)를 내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뉴스를 접근하려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그 힌트가 존재한다. 디지털 미디어 제공하는 인지 상품에 대한 매력이다. 그 매력은 마노비치가 정의했다시피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인터페이스 컨벤션 및 메타포의 점진적 개발로 구축되고 구성된다. 이를 기술적 영역에서는 인터페이스 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입장료를 지불하고 1차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뉴스 콘텐트의 독점성(Exclusivity)과 독창성(Originality)은 중요한 조건이다. 그렇다고 매력도는 뉴스 콘텐츠의 품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여러 매력 조건들 가운데 한 가지이다. 인터페이스 효과가 높으면 품질 조건이 낮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매력도는 존재할 수 있다. paywall의 성공이 콘텐츠 품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연구(Jonathan E. Cook, Shahzeen Z. Attari, 2012)가 발표되고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끊임 없이 시도하는 인터렉티브 뉴스 스토리텔링, 데이터 저널리즘, 이미지 기반의 스토리텔링, 맞춤형 뉴스 서비스의 강화 등은 바로 인지 상품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매력도를 기반으로 paywall을 작동시키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인지 상품의 매력에 따라 뉴스 이용자는 클릭 한번의 수고를 던다거나 접근하고자 하는 정보에 보다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고, 기술적 참여 장치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높은 충성도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용자 경험 및 신뢰의 유료화가 현실적

국내 언론사는 인지 상품을 구성해본 경험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인지 상품을 구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접근 및 철학이 빈곤하고 그 실험적 시도 또한 일천해서 단기간 내에 이를 구축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B2B에 익숙한 사업 구조와 자원 배분은 B2C에 적합한 동력의 산출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교환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독자들에게 비용 지불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뉴스 플랫폼에서 비용 지불을 대가로 이용자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협애한 이해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Victor Picard(2013. p.13)는 신문의 시대에 “독자들 대부분은 뉴스에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유통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독자들이 무엇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지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감히 주장하자면 paywall은 특수한 경우 혹은 특정 시장에서는 부분으로 작동할 수는 있지만 디지털 신문을 구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부 해외 언론사 paywall 성공은 여전히 성공이라고 일컫기에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Merja Myllylahti의 연구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경우 paywall로 창출한 수익은 전체 수익의 7.2% 정도이며, hard paywall 방식의 The Times는 8.9% 수준으로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paywall의 성공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보다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2013 ; p.11) 혹여 성공사례로 거론된다 하더라도 이를 콘텐츠 유료화 성공이라고 인식, 이해하는 착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바로 그곳에 생존의 열쇠가 존재한다.

글 : 몽양부활
출처 : http://goo.gl/A9a5jb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