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from Robotis.com
from Robotis.com

로봇하면 요즘 떠오르는 생각은 “일자리가 사라진다”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로봇의 대두와 이로 인한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전 세계를 뒤덮기 시작했다. 최근 영미권에서 <기계와의 경쟁 (Race against machine)>에 이어 <세컨드머신(Second Machine)>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면서 더욱 그런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산업용 로봇들은 자동차 공장과 전자제품 공장, 다양한 중소규모의 제조업체에 이르는 많은 곳에서 인간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서 다소 과장된 공포가 아닌가 싶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부의 불균형을 초래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적은 시간의 노동으로 생산성은 더욱 좋아지게 될 것이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에 따른 화이트컬러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이런 경향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일이기에 그렇게까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올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바뀐 것일까?

중요한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이 현재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주범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200년 전에는 90% 이상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했고, 100년 전에는 40%가 공장에서 제조업에 종사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80% 이상을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면서 업종이 바뀌었듯이 거대한 산업구조의 재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변화의 본질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건설이나 제조업 자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는 것은 동일한 현상이다. 이런 전체적인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통찰없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탓하는 것은 과거 산업혁명 시절 방직공장에서 산업용 기계들을 때려부수던 러다이트(Rudite) 운동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산업구조의 재편도 빨라질 것이므로,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역할이 거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물론 잘못일 것이다. 아마도 향후 20~30년 정도의 미래와 산업구조는 어느 정도로 변할 것인지 사실 예측하기도 힘들다. 병원에서는 로봇들이 수술과 진료를 담당하면서 과거보다 의료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고, 택시와 트럭운전을 로봇들이 대신하면서 물류유통과 교통비용 등은 감소할 것이며, 법률소송과 회계처리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로봇 에이전트 등에 의해 전문직들도 이들에게 일자리를 내줄 지도 모른다.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질문들이 가득하다. 기계들은 일은 하지만,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는 계층이다. 그렇다면 누가 소비를 하고 돈을 내는가? 미래의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보다 똑똑하다면 굳이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교육이 중요하다는 동기부여가 가능할까?

그렇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바로 그 시기에 대한 점이다. 현재 로봇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계단조차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하며, 정교한 손동작을 하기도 어렵다. 창의성은 0에 가까우며, 감성이라고는 없다. 최첨단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만든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어느 정도 봐줄만 하지만, 이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만들어져서 우리 사회에 진정한 위협으로 다가오기까지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듯하다. 아마도 향후 40~50년 뒤에는 상황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지난 50년 전을 뒤돌아보면 정말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가 있었다고 회고할 지 모른다. 그러나, 수십 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지 않고, 찬찬히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지나치게 걱정을 하면서 과도하게 규제를 하거나, 불안해하는 것도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난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이 별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도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아니다. 적절한 수준의 긴장과 관심을 가지고, 윤리와 법률, 철학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냉철한 준비가 지금은 더욱 필요하다.

참고자료: How to Freak Out Responsibly About the Rise of the Robots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987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