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교육계의 ‘레고’ 꿈꾸는 ‘엔트리’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 혹은 비전공자들에게는 프로그래밍 툴을 설치하는 것부터가 곤욕이다. 고생해서 툴을 깔더라도 대다수는 이유도 모른채 #include <stdio.h>와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도록 주입받는다. “이 명령어는 이 명령을 실행한다”, 영어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처럼 명령어들을 주입받고, 외워서 프로그래밍에 사용한다.

코드그루는 프로그래밍 교육용 언어인 ‘엔트리’로 이러한 현재의 프로그래밍 교육에 도전장을 내민다. 엔트리룰 통해 프로그래밍에 ‘첫 걸음’을 내딛는 어린이, 비전공자들이 프로그래밍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웠으면 좋겠다는 코드그루의 김지현 대표를 만나보았다.

코드그루의 구성원. 왼쪽부터 오진욱 프로젝트 매니저, 김지현 대표, 심규민 개발자
코드그루의 구성원. 왼쪽부터 오진욱 프로젝트 매니저, 김지현 대표, 심규민 개발자

 “영화와 프로그래밍은 많이 닮았어요”

김지현 대표는 ‘최연소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로 이슈가 되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초등학생 시절 집에 있는 캠코더로 친구들과 영화를 찍어 하와이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도 받았었다. 그런데 그녀는 영화를 제작하는 일이 프로그래밍과 매우 닮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이 만든 영화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컴퓨터를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으로 전환하게 된 특별한 전환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영화를 찍던 어린 시절부터 엔트리를 개발한 지금까지의 제 삶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라고 답한다.

 매력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러나 높은 진입 장벽 

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 입학한 대학교에서 처음 접하게 된 프로그래밍 과목은 김 대표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그 순간 생각을 표현해내는 새로운 방법인 프로그래밍에 영화보다 매료되었다. 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하는 동아리 ‘전자파’를 만들고 게임 등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을 제작하는 한 편 프로그래밍 기술도 익혔다. 그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해 프로그래밍 기술을 공부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는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와 같은 툴을 설치하는 것도 곤욕이에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할지 모르겠어서 정말 힘들었어요.”라는 김 대표의 말처럼 기존의 프로그래밍 교육은 그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김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처음부터 쉽고 재밌게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교육 플랫폼, ‘엔트리’이다.

쉽고, 재밌게, 누구나  

코드그루가 프로그래밍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쉽고, 재미있게, 누구나”이다. 김 대표는 “저희는 프로그래머 양성 목적으로 엔트리를 제작한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는 누구나 다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기기들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잘 모르고 사는 건 ‘그냥 사는 거’예요.” 김 대표는 프로그래밍 교육이 앞으로는 살아가는 데 있어 선택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프로그래밍은 앞으로 모두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언어’예요. 영국에서는 제 2의 라틴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언어라고 이야기한대요. 특히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언어이구요.”

보드게임 용으로 출시될 ‘엔트리봇’. 블록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게임하듯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다.
보드게임 용으로 출시될 ‘엔트리봇’. 블록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게임하듯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다.

 ‘엔트리 봇’ 게임으로 쉽고, 재밌게, 누구나 

이러한 코드그루의 생각만큼 엔트리는 아이들이 다가가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한다. 엔트리의 ‘학습 모드’는 ‘루츠(LOOHCS) 공장’의 강아지 로봇 ‘엔트리봇’이 자아를 갖고 공장을 탈출하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는 총 10단계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각각에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한다.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명령어 블록들을 순서대로 배열해야 하며 엔트리 봇은 블록에 쓰여진 명령어를 순서대로 수행한다. 직관적으로 블록을 연결해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반복문은 물론 if문, 함수 등의 개념까지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이 외에 ‘만들기’에서는 더 다양한 명령어 블록들을 이용하여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코드그루는 이 외에도 보드게임 ‘엔트리 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엔트리 봇 보드 게임 역시 엔트리의 ‘학습 모드’와 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며,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미션 카드를 뽑아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학습 모드’의 명령어 블록들과 같은 명령어 블록들을 이용하며, ‘컨트롤 보드’에 제한된 수 이내의 블록들을 배열해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스크래치(Scratch)’보다, ‘코드카데미(Codecademy)’보다 ‘엔트리’가 좋은 이유

엔트리는 블록을 조립해 일련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하는 ‘블록 코딩’ 방식을 채택했다. 그런데 블록 코딩 방식을 채택한 것은 엔트리가 처음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교육계에 널리 알려진 MIT 미디어랩의 ‘스크래치’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엔트리’의 베타버전 ‘만들기’는 블록 수가 줄었을 뿐 MIT 미디어랩 스크래치의 ‘만들기’와 매우 비슷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먼저, 엔트리가 스크래치를 벤치마킹했음을 인정했다. 또한 스크래치 외에도 ‘코드카데미’를 벤치마킹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스크래치’의 경우,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여 직관적이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장점이 있으며 하나의 독립 툴로써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습 시 전문 교육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며 실제 전문 언어 학습을 위한 텍스트 프로그래밍(text programming) 교육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 반면 ‘코드카데미’의 경우 혼자서도 진행 가능한 강력한 튜토리얼을 갖추고 있고 실제 전문 언어별로 특화되어 있어 텍스트 프로그래밍 환경 적응 및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크래치의 강점인 직관적, 흥미를 유발하는 인터페이스에 비해 텍스트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비직관적이고 흥미를 저하시킨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독립 tool로써 작용할 수 없는 단지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지속 및 응용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엔트리는 엔트리 봇 캐릭터와 블록 코딩을 통해 스크래치의 장점인 그래픽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스크래치보다는 적은 수의 블록을 사용해 교육의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앞으로는 직접 간단한 앱으로 출력가능하도록 하여, 하나의 독립 툴로써의 활용 가능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동시에 ‘학습 모드’로 코드카데미의 장점인 강력한 튜토리얼을 흡수했고, 앞으로 자바스크립트, 파이썬(Python)과 같은 실제 전문 언어와의 연계 학습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코드그루 - 엔트리

프로그래밍 교육계의 ‘레고’ 꿈꾸는 ‘엔트리’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엔트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장난감 ‘레고’를 롤 모델로 한다. 김 대표는 “레고는 리얼 월드에서 사용하는 장난감이잖아요. 우리는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아이들이 가장 처음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런 레고 같은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밝혔다. “레고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소프트웨어 세계에서도 엔트리를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김 대표가 영화를 통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아이들이 엔트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표현하는 미래가 바로 코드그루가 꿈꾸는 미래이다. ‘누구나’ 프로그래밍을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미래를 만들어 갈, 앞으로 프로그래밍 세계의 ‘레고’가 될 코드그루의 행보를 기대해보자.

글 : 벤처마이너(정희원, 인수용, 김나연, 이민표, 김홍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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