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절하 되어 있는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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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교 때 MSX(8bit PC)를 만나, 중학교 2학년 시절, 컴퓨터로 진로를 정해 컴퓨터 학과를 전공하고 개발자로 사회 초년 생활을 시작한 골수 컴퓨터 맨입니다. 제 인생에 컴퓨터를 빼 놓으면 할 얘기가 별로 없을 정도죠. 기획을 거쳐 지금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고민해보는 곳에 도달했습니다. 제가 속한 조직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얼마전 있었던 소프트웨어 산업 살리기 끝장 토론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가 막말로 이찬진과 안철수 선배님들을 보고 자라 이 자리에 까지 왔지만, ‘속았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의외로 아직도 낮다는 사실에 깜짝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네이버와 넥슨이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야?    11

전 제가 다녔던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더군요. 네이버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IT서비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때 지망했던 게임업계도 문화 콘텐츠로 분류되어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랍니다. 이게 왠 봉창 뚜드리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날 벤처붐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란 이상한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더 웃긴것은 컴공과 학생들은 좋은 학교, 좋은 실력이 있을 수록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대표적인 IT기업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윈도우즈를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팔기 때문이죠. 오피스 365같은 인터넷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넘어가버리면, 이 기업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게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과소 평가 받는 이유중의 하나는 대중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알고 있는 기업 조차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 1.1. 인터넷 서비스는 왜 소프트웨어 산업인가? –

2번 얘기하기전에, IT서비스가 왜 소프트웨어 산업인가를 좀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프로그램, 곧 코드는 그 자체로는 사실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이게 무슨 봉창 뚜드리는 소리인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코드, 곧 프로그램은 문학으로 치면 글자입니다. 문장은 소설을 의미하지 않듯이 소프트웨어는 코드 그자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란 프로그램의 로직,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의미합니다. 물론, 글을 좀 더 수려하게 쓰는 작가가 있듯이 더 멋지고 효율적인 코딩을 하는 이들도 훌륭한 개발자이긴 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우리가 야구를 할때 쓰는 배트가 하드웨어라면, 야구의 룰은 소프트웨어입니다. 따라서 IT서비스 산업에서 말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소프트웨어이며, 그 중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다면, 앞에서 말한 코딩 곧 개발 기술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제품이 프로그램, 곧 소프트웨어로 나오게 되니, 분명한 소프트웨어 산업입니다. 좀 더 예를 들 자면 웹툰 산업의 경우, 과거에는 책이 HW를 담당했던 것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HW를 담당하게 되었고, 출판업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이관된 겁니다. 만화 출판 시장이 만화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변화한 것이죠. 온라인 쇼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오프라인의 매장이 인터넷 소프트웨어로 이관되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는 소프트웨어 산업 중 가장 익스트림(개발 방법도 익스트림)한 산업이기도 합니다.

 

2. 삼성전자도 알고보니 소프트웨어 기업17

이번에는 대중들이 또 잘 모르는 사실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삼성전자 인력중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매우 높다는 사실입니다. 제 모교에서는 다른 학과 대비 삼성전자 취업이 매우 쉬웠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는 소프트웨어 멤버십 같은 과정을 통해 일찍이 우수 소프트웨어 인재를 싹쓸이를 해가고 있었습니다. (제 아내는 제가 삼성전자 따위(?)는 맘먹고 준비했으면 쉽게 갈 수 있었다는 말을 믿지 않아요 ㅡㅡ;)

그리고 아시다시피 글로벌의 휴대폰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구글은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애플의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천후로 하던 기업이라는 사실이죠.

제목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썼지만,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기업이 아니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하드웨어 기업이지만, 아주 많은 부분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으며,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첨단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속성은 종적으로 타산업에 배타적인 속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들어가 있고, 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각 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횡적 산업임을 의미합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알아야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는데 이 이야기도 나중에 추후로 별도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딩이 아니에요.)

 

3.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든 산업들

앞에서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매우 높고, 높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겉으로는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업체인 경우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최적화 되어 개발되고, 덤으로 주는 현상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킨들의 전략이 그러한 예입니다. 아마존의 킨들은 원가 혹은 원가 이하에 판매가 되어 아마존의 e커머스의 수익을 위한 기반을 만듭니다. 소프트뱅크에서 최근 시연한 페퍼가 200만원 미만이라는 소식 역시, 일반적인 하드웨어로 수익을 내는 회사라면 도저히 생각을 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원래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시작했고, 야후등 인터넷 사업이 주체였던 소프트뱅크로서는 다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봅니다. 때문에 발표와 동시에 개발자를 위한 SDK를 내놓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죠. 하드웨어만 주력하던 한국 대기업들이 페퍼와 같은 기계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어떻게든 하드웨어는 따라간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 영역인 인공 지능과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4. 가치절하 되어 있는 소프트웨어, 다시 한번 주목하자.

이렇듯 세상의 중심은 소프트웨어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은 매우 평가절하되어 있습니다. 낮은 개발자 처우, 협소한 국내 시장,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는 공짜라는 일반인들의 인식, 사실 천만해요. 소프트웨어는 공짜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네이버와 구글도 공짜로 사업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유지하고 이익을 남길정도의 적절한 광고수익을 얻고, 일부 다양한 유료 서비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소프트웨어는 속성상 매우 파괴적이고 혁신적이어서 공짜라고 느낄 만큼의 파격적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소프트웨어라는 무기를 통해 시장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사용자의 욕구를 파고 든 것이지, 없던 돈이 나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유료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들도 그만한 가치나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판매를 하는 것이며, 구매 즉시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하드웨어 대비 소프트웨어의 만족도는 매우 오래가는 편이며 가격 또한 더 세밀화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그 유연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만큼 최초의 구매 비용보다도 오히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서비스를 통한 만족도를 높여가며, 여기에서 그만한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죠. 초기 구매 비용은 높지만, 만족도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초기 구매 비용은 비교적 낮지만, 만족도는 유지되며 지속적인 투자와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입니다.
이러한 인식전환은 향후 우리가 어디에 더 가치를 둘 것인가에 대한 시금석이 될겁니다. 어린아이들한테는 우리들이 늘 말합니다. 외모보다 내면을 가꾸라고.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그것입니다. 닳지 않지만,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줄 수 있고, 때로는 혁신을 가져오는 수단이 바로 소프트웨어 입니다.

글 : 숲속얘기[양병석]
출처 : http://goo.gl/UOwvZC

About Author

/ fstory97@naver.com

숲속얘기군은 꼬꼬마때 부터 컴퓨터를 좋아해, 컴퓨터학과를 졸업, 네이버에서 개발,기획을 거쳐, 현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많은 분들과 배우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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