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Guru] 차라리 혼자 생각할 시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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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영국 의회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보수당 지도자와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 대화는 방송국 카메라에 우연히 녹음돼 세상에 알려졌다. 둘은 현명한 의사결정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오바마는 “(의사결정에) 성공하려면 하루 중에 오직 `생각하기`만을 위한 상당한 시간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되고 큰 그림을 놓칩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감각을 잃게 되죠.” 그러나 오늘날은 조용히 생각하는 게 힘든 시대다. 끊임없는 자극이 우리를 방해한다.

이메일 도착을 알리는 휴대폰 알림음이 대표적이다. 노리나 허츠 영국 런던대학교 교수는 “칸막이 없는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음, 휴대폰 진동 소리, 전화벨, 웹사이트의 유혹 등으로 우리의 생각은 끊임없이 방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극에 중독되면서 인간은 가만히 생각하는 게 더욱 힘들어졌다.

티머시 윌슨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대학생 4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학생들은 홀로 생각하기를 싫어한 나머지 전기충격의 고통을 택했다.하지만 의사결정에 효과적인 리더들은 `생각할 시간`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차고 위에 방음이 되는 사무실을 만들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내도 출입 금지다.

허츠 교수는 “내가 만난 최고의 의사결정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며 “그것은 바로 생각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츠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생각하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얘기했다.

-이메일 등 수많은 잡음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우리의 생각을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뇌를 MRI로 스캔한 실험이 있었다. 뇌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의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 전문가 말을 들으면서 생각하기를 멈춘 것이다. 전문가의 말이 틀려도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함정에 쉽게 빠져든다. 미국 일리노이 의대 연구팀이 한 배우에게 교수 역할을 맡겨 학회에서 강연하게 했다. 강연 내용은 터무니없었다. 하지만 강연을 들은 교수들은 `좋은 포인트를 지적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단 한 명도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했다.

-그래도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은 특정 분야를 오래 연구한 사람들이다.

▶전문가들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판단의 오류를 범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 의견은 연구비를 대는 스폰서들에 유리하도록 편향되기 쉽다. NEJM 등 최고의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 중 40% 이상이 그렇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내 전공인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은 지난 10년간 이념에 영향을 받는 과학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이념`이라는 렌즈를 통해 데이터를 바라보며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와 부합되는 정보만을 찾는다. 그 결과 경제 시스템에 균열이 오고 있다는 신호를 못 봤다. 이는 경제학자 대부분이 2008년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전문가들을 추종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똑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술과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오바마 대통령처럼 오로지 생각만을 위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

▶나는 헤지펀드와 할리우드 영화사, 대기업 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을 인터뷰했다. 응급실 의사들과 비행기 조종사들도 만났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생각을 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달력에 `프로젝트 X`라는 가상의 일정을 끼워넣는다. 방해받지 않고 생각만을 하기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비서들이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다. 리더들은 반드시 달력에 `프로젝트 X`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내는 것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자신의 믿음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찾는 편향이 인간에게는 있다고 했다. 혼자 생각한다고 그런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 그에 부합되는 증거만을 보려고 한다. 반대되는 증거는 보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곁에 `최고 이의 제기자(chief challenger officer)`를 둬야 한다. 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말이다. 리더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의 회의 진행 방식도 좋다. 그는 회의에서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는 “당신의 견해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현장 사람들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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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장 경험을 무시하곤 한다. 현장 사람들은 대개 직급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통찰이 있다.

구글은 현장 직원들의 통찰을 활용하기 위해 `예측 시장`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도입했다. 회사 제품이나 정책과 관련된 미래 예측이 게임의 대상이다. `구글은 러시아 사무실을 열까` `이번 분기 말 지메일 사용자는 몇 명이나 될까` 등이다(예측 시장에서는 직급과 상관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팀장이나 CEO와 맞서는 내기를 걸 수 있다. 이 때문에 낮은 직급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효과가 있다).

구글은 예측 시장 게임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직급이 높은 직원일수록 예측이 틀렸다. 반대로 낮은 직급 직원들의 예측이 더욱 정확했다.

-직급이 낮은 직원의 예측이 더 정확하다는 게 뜻밖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매장 직원, 콜센터 직원, 공장 바닥에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현장 직원이 가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정보에서 소외된다. 현장 직원들과의 대화가 점점 줄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하 직원들은 경영자에게 나쁜 소식은 아예 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경영자들은 조직 안에서 (정보가 차단된) `거품` 안에 갇히게 된다.

-전문가ㆍ이메일ㆍSNS 외에도 우리의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수면 부족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하룻밤에 4~5시간만 자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술이 취한 채 판단을 하는 것과 같다(이런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비슷한 정신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이 농도가 0.08% 이상이면 운전이 불법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시 최악의 의사결정은 잠이 부족할 때 나왔다”고 했다.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 최악의 참사를 낳은 잘못된 의사결정의 원인도 수면 부족이었다.

-수면 부족 등 신체 상태가 판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외다.

▶먹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이스라엘에서 판사들의 가석방 허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재소자의 성별이나 범죄 유형, 인종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판사가 아침 간식을 먹기 전에는 가석방 승인 확률이 거의 0%였다. 점심 식사 전에도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심 직후에는 그 확률이 65%까지 올라갔다.

-감정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물론이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터널 비전(터널 속에 들어갔을 때 터널 안만 보이는 것처럼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는 현상)`에 빠지기 쉽다. 행복감에 빠져도 판단 착오를 범할 수 있다. 기분이 좋으면 식당에서 팁을 너무 많이 준다.

그러나 감정이 없으면 아예 의사결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뇌에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손상된 사람은 사소한 의사결정도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감정 상태에 주목해 우리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온라인 모의 주식투자 실험은 마음 챙김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이 최고 수익률을 낸 게 아니었다. 본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승자였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조언 하나만 한다면.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들은 최악이다. 한 가지 정보원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전문가와 현장 지식인의 의견을 함께 들어야 한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영국의 대형 출판사들이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 출판을 거부한 것도 데이터에 입각한 결정이었다. 그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두꺼운 판타지 소설을 싫어했다.

■ Who she is …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는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교수다. `부채 위협(Debt Threat)`이라는 책을 통해 2008년 경제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Eyes Wide Open)`라는 책을 통해 똑똑한 의사결정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세계경제포럼과 TED 등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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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인수 기자(매일경제)
출처 : http://goo.gl/g1YF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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