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다 매거진] 핀테크, 금융과 기술의 만남 #4

벤처스퀘어는 P2P 대출 플랫폼 펀다와 함께 핀테크와 금융에 대한 컬럼을 연재합니다. 펀다는 지역 상점의 POS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출 상환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대출 시장을 효율화 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지역 상점 전문 P2P대출 중개 플랫폼입니다.

핀테크, 금융과 기술의 만남

1. 사람과 컴퓨터, 누가 더 리스크 관리를 잘 할까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상징되는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위기 직후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저술가인 나심 탈렙(Nassim Taleb)은 그의 저서 ‘블랙 스완(The Black Swan)’에서 극단적인 금융시장 변동의 원인으로 컴퓨터에 대한 시장 종사자들의 과도한 의존을 지목하였습니다. 즉 복잡한 금융모델과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무장한 헤지펀드들이 인공지능 컴퓨터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맹신한 것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금융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을 약화시켰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21세기 들어 대중의 머릿속에 점진적으로 자리잡게 된 ‘사람보다 컴퓨터가 리스크 관리를 잘 한다’는 믿음을 단숨에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 7월 미국에서는 세계 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 개혁이라고 불리는 Dodd Frank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는 시스템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에 대한 예방대책을 마련 하고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합니다. 즉, 시스템을 이용한 리스크 관리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당국(사람)의 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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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의 최후 승자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간을 조금만 더 앞으로 돌려보겠습니다. 계량적 분석을 활용한 매매기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AQR(Applied Quantitative Research) 이라는 이름의 미국계 헤지펀드가 있습니다. AQR은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운용자산이 390억 달러에서 172억 달러로 줄어들면서 고성능 컴퓨터의 리스크 관리능력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2년이 채 안 된 2010년 말 이 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다시 330억 달러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률이 53%에 불과했으니 시장 평균 수익률의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을 올린 셈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컴퓨터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였음은 물론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AQR의 창업자인 Cliff Asness가 이 무렵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로부터 Facebook에 대해 500억 달러 valuation에 지분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지나치게 고평가 되었다는 이유로 거절한 일화입니다. 2015년 6월 기준 Facebook의 시가총액이 2450억 달러에 달한 사실을 돌아보면 Asness 라는 개인보다 그가 개발한 컴퓨터의 판단이 때로는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참고: Atlantic Man vs. Machine on Wall Street: How Computers beat the market)

Zopa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Giles Andrews
Zopa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Giles Andrews

사람보다 컴퓨터의 리스크 관리가 더 뛰어나다는 사례는 대출시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개인간 대출을 중개하는 P2P 플랫폼을 창업한 영국의 조파Zopa는 10년간 총 대출 금액이 10억 파운드 (1조 8250억원, 2015년 9월초 환율 기준)를 넘어섰지만 연간 대손액이 연간 0.5% 이하로 바클레이즈나 HSBC 등 대형은행의 3 ~ 5%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여신 산업 데이터를 이용하며 은행과 비슷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용하고 더욱 현명하게 이용한다. 그뿐 아니라 대안 데이터의 일부 원천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 Giles Andrews (조파 CEO, 예문 출판사 ‘핀테크 전쟁’ 일부 발췌)

은행에서 대출을 위해 검토하는 각종 연체 기록과 소득 관련 정보 외에 추가로 자영업자의 매출 데이터와 SNS상의 활동기록을 분석함으로써 대출자의 상환 능력과 상환의지까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출 부실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P2P업체 펀다

국내에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P2P대출 업계에서도 컴퓨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출 부실율을 낮추고자 하는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상점 전문 P2P 중개플랫폼 펀다는 일 매출이 발생하는 상점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여 향후 매출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상환능력을 파악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8퍼센트, 렌딧, 어니스트 펀드 등도 신용평가 정보 외에 개인 SNS 이용 현황 등을 토대로 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내놓았습니다.

사람과 컴퓨터, 누가 더 리스크 관리를 잘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그 상황과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는, 그리고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사람보다 시스템(컴퓨터)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점차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리스크가 내재하는 금융산업에서의 컴퓨터와 데이터 분석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입니다.

 

핀테크 특집 기획 시리즈 순서

프롤로그: 금융, 새로운 변화의 물결

모바일, 금융의 역사를 바꾸다

데이터는 곧 무기다

사람과 컴퓨터, 누가 더 리스크 관리를 잘 할까

글로벌 핀테크 최강자 열전 (上)

글로벌 핀테크 최강자 열전 (中)

글로벌 핀테크 최강자 열전 (下)

화폐도 결국 하나의 상품이다

빠른 것이 경쟁력이다

핀테크 2.0, 콧대 높은 대형 은행을 굴복시키다

기술의 미래, 금융의 미래

 글/ 펀다 구대모 팀장 www.fund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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