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스토리(1): 선데이토즈

전에 제가 투자한 회사들의 비하인드스토리들을 적어보겠다고 글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사실, 꼭 비하인드스토리라기보다는,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투자가 이루어졌는지를 공유하면 기업가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해보는 것이고, 그 첫번째 주자로는 오늘 투자 사실이 발표된 선데이토즈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후에 시간 나는 대로 제가 투자한 다른 업체들도 적어보겠습니다)

썬데이토즈 로고
썬데이토즈 로고

선데이토즈를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초였습니다. 제가 nhn을 다닐 때 함께 일하던 지인분께서 참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다고 소개를 해줘서 이정웅 대표님을 만난 것이죠. 이정웅 대표님은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본인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주셨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신뢰’가 갔습니다. 그리고, 그 때 미팅을 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것이 맞던 틀리던 본인만의 명확한 전략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뭐였냐면, (1) “소셜게임은 게임성보다는 소셜이 훨씬 중요하다”와 (2) “우선적으로 seed user를 많이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네이트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모으고, 그리고 나서 cross promotion을 통해 확장을 하겠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제가 그 때까지 만나뵌 몇 몇 분들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의 저력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면서 게임성이 매우 높은 소셜게임을 만드시겠다고 하셨었고, 또 올 초까지만 해도 국내 플랫폼에 ‘올인’을 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분들께서 ‘북미 facebook 시장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거기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맞다’라고 하시곤 했었습니다. 둘다 좋은 전략일 수 있지만, 어찌되었던, 북미 facebook에만 승부를 거는 것이 resource 대비 비효율적일 수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 주신 이정웅 대표님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것은 ‘시장의 크기’였습니다. 저는 투자를 할 때 경영진/창업팀을 가장 많이 보지만, 결국 투자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시장의 크기 혹은 시장의 dynamics’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2009년 9월말에 오픈한 네이트 앱스토어의 ‘전체 누적 매출’이 2010년 2월이 되어서야 1억원을 돌파하고, 3월이 되어서야 2억원이 된 것은 너무나도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서양에서는 잘 되지만, 혹시 우리나라는 이미 온라인게임과 캐주얼게임 그리고 각종 보드게임이 많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시간을 쓸 수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이 너무 오픈되지 않은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는 이정웅 대표님께 지속적으로 말씀을 주고 받자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꾸준히 네이트앱스토어와 소셜게임 시장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해보고, 소셜 기능들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네이트에서 발표하는 누적 매출 기사들도 꾸준하게 봤습니다. 몇 몇 소셜게임 개발사들과 미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이 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4월에 출시된 선데이토즈의 아쿠아스토리는 꾸준하게 잘 성장하고 있었고, 네이트 앱스토어의 누적 사용자수가 5월경에 20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네이트 앱스토의 월 매출이 6월~7월에는 3억~4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너무나도 작은 규모이지만, 성장하는 속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진지하게 소셜게임 개발사들과 미팅을 진행했고 이정웅 대표님과도 다시 말씀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정웅 대표님과 시장의 ‘key success factor’들을 논의했고 많은 부분 생각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마음속으로는 ‘투자를 한다면 선데이토즈에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진 채 시장의 크기를 해석하는데 많은 고민을 기울였습니다. 네이트 앱스토어의 담당자이신 김영을 부장님, 네이버 소셜앱스의 담당자이신 권순선 팀장님을 뵙고 또 많은 말씀을 나눴고, 두 플랫폼 모두 ‘맛뵈기’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닌 정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소셜플랫폼을 추진하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었고, 단순한 비교이지만 페이스북은 당시 5억명의 회원수가 있는데 소셜게임을 하는 인구가 3억명으로 자그마치 60%의 회원들이 즐기고 있었지만, 네이트 앱스토어의 경우에는 월 방문자수가 1,800만명 수준이나 되는데, 월 앱스토어 방문자수는 200만명이 안되서 약 10%만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플랫폼이 조금만 더 오픈하고 바이럴 채널을 만들어준다면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예를 들어 지금이 월 5억원 수준의 매출이지만, 현재의 ARPU가 2배 성장하고, 소셜게임을 즐기는 유저 비중이 50%까지 늘어난다면 현재 시장의 크기의 10배, 즉 월 50억원 수준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수준 높은 게임들이 더 많이 나온다면 유저가 즐기는 게임의 수가 늘어날 것이기에 거기에 또 다시 몇 배가 늘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또, 2011년부터는 스마트폰으로 연동되는 모습이 나올 것이기에 시장이 충분히 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10월이었습니다. 물론, 최종 투자까지 집행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는 행정적, 또 경쟁적 시장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선데이토즈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한국 소셜게임 시장 자체가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 소셜게임은 일종의 winners take all인 시장이다. 온라인 게임 혹은 iphone/android appstore의 앱들은 전작과 후속작이 성공할 상관관계가 매우 낮거나 거의 없을 수 있지만, 소셜게임의 경우에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Cross-promotion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데이토즈는 매우 유리하다 (3) 이정웅 대표님은 ‘소셜’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분 중 한명이고, 공동 창업자인 박찬석 이사님은T3에서 오디션을 담당하시면서 ‘서비스’를 매우 잘 이해하시고 , 또 공동 창업자인 임현수 이사님께서는 NC의 오픈마루에서 다양한 ‘기술적 경험’을 하셨기에 3명의 팀이 너무 훌륭하다. 게다가 대학교 동기인 점은 스타트업을 스타트업 답게 잘 이끌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자금액 자체를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30억원으로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금번 투자로 인해 다른 벤처캐피탈들도 소셜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서 많은 소셜게임 개발사들이 투자도 유치하고 (저희가 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수준 높은 게임들을 네이트/네이버 등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그래서 2011년에는 어디 모임에 나가면 서로 “야, 너 아직도 아쿠아스토리(혹은 정글스토리) 안해? 이런 시대에 뒤쳐진 놈”이라는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회자되길 바랍니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