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영향을 미친 SF소설과 영화들 (10)

1950~60년대의 사회상과 맞물려 등장한 영화쟝르로 재난(Catastrophes)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꼽자면 1951년에 개봉한 <세계가 충돌할 때 (When Worlds Collide)>이다. 루돌프 마테가 감독한 이 작품은 재난 SF 영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다. 내용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행성 충돌과 관련한 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조지 팔(George Pal)은 고전 SF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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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충돌할 때>는 필립 와일리와 에드윈 발머의 1933년부터 연재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에서 결말과 관련한 스토리가 변경이 되었는데, 이는 루돌프 마테 감독이 이 영화를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게 전개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본 줄거리는 여느 재난 영화가 그렇듯이 간단명료하다.

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임박해서 지구가 멸망할 것이 확실시되자 로켓을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피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나치게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게 연출한 부분을 옥의 티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작품은 1951년 오스카 특수효과상을 수상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수준 높은 특수촬영을 보여 주었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당시로서는 정말 화려했던 이 작품의 트레일러이다.

1950년대 SF영화에 있어 탄생한 또 하나의 유명한 서브 쟝르는 바로 괴물(몬스터)류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SF의 원저라고 한다면 단연 1951년에 크리스챤 나이비 감독의 <괴물(The Thing from Another World)>이다. 사실 이 작품의 제목을 <괴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내 공식적인 번역이 그렇게 되어 있으므로 <괴물>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은 존 캠벨의 1930년대 고전 SF인 <거기 누구냐?(Who Goes There)>를 원작으로 하였다. <세계가 충돌할 때>와 함께 본격적인 SF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영화 크레딧에는

크리스챤 나이비 감독이 올랐지만, 사실 기획 제작은 하워드 혹스 감독의 몫이었고, 실제로 영화의 절반 이상을 혹스 감독의 연출로 진행이 되었다. 다만 노조와의 문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앵커리지 북극탐험대 6 기지 부근에 비행물체가 불시착하면서 외계인이 지구인의 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외계인 괴물에 대한 2가지 대립이 여기에서도 큰 갈등의 요소가 되는데, 낯선 외계인 괴물을 처치하려는 쪽과 괴물을 연구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소통하려는 쪽이 대립한다. 이 작품은 5년 뒤에 제작된 <신체강탈자의 침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전편에 소개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회비판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는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데, 외계인 괴물과 지나칠 정도로 소통에 집착하는 과학자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상황은 사회적 파급력이나 가치보다 과학 그 자체에 매진하는 당시 과학자들의 풍토를 빗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82년과 2011년에 각각 리메이크가 되었다. 이런 괴물류 영화가 정말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1979년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Alien)>이었다. 이 때부터 괴물쟝르는 가장 중요한 SF영화의 서브쟝르가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더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1951년작 <괴물>의 하이라이트 영상. 괴물이 거의 프랑켄슈타인이다.

<세계가 충돌할 때>와 <괴물> 모두 SF영화 역사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지만, 1950년대 최고의 걸작을 단 한 작품만 선정하라고 한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1956년 작품인 <금지된 세계(Forbidden Planet)>을 꼽을 것이다.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은 셰익스피어의 <템피스트(Tempest)>에서 따왔다. 20년 동안 외딴 행성에 살면서 강력한 기술과 지식을 가지게 된 모비우스 박사와 그의 딸 알타, 그 행성에 도착한 우주대원들이 주인공이다. 이 때 등장하는 행성 이름이 바로 알테어(Altair)이다.  달이 두 개가 떠 있 하늘 색깔도 지구와 다른 신비로운 행성이다. 알테어가 익숙하다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알테어는 스타트렉에서도 등장하는데,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이 목적지로 선정한 곳이 그곳이다.

<금지된 세계>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여러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은 귀여운 만능 로봇 로비다.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지구와 똑같은 음식들을 원소들을 분석해서 만들어내며, 커피까지 그런 방식으로 만든다. 로비는 모비우스 박사가 이 행성의 원래 주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렐 문명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영화를 찍기 위해서 로비를 실물 크기로 제작했는데, 당시 12만 5천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로봇인 것이다.

<금지된 세계>는  특수효과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스토리 측면에서도 정말 최고의 SF명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과거 크렐 문명을 멸망시킨 정체모를 괴물의 등장과 여러 인물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1950년 대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다양한 기술의 사실적인 묘사,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명작이다. 더 자세한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혹 이 영화를 아직도 보지 못한 분들이 있을 것이기에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삼가하고자 한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금지된 세계>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로비 더 로봇(Robby the Robot)에 대한 소개 영상이다.

아직 SF영화라는 쟝르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던 1950년대, <세계와 충돌할 때>와 <괴물>, 그리고 <금지된 세계>는 SF소설이 충분히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던 작품들이었다.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keHn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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