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터뷰 53] 간호사들의 생활방식 맞춤 앱, ‘마이듀티’

학교 수업에 관심 없던 정석모 대표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야 정석모, 문제아!” 학생들 앞에서 수학 선생님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단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원에 다닐 수 없던 그는, 혼자 이를 악물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전교 1등을, 그다음에는 학생회장을 했다.

올해로 개발 경력 15년 차인 그는 어떤 목표가 생기면 이를 반드시 성취해내는 집중력을 가졌다. 주어진 일에 관해서는 딱히 흥미가 없다가도,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에는 용감해졌다. 간호사인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른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강남의 한 카페를 찾았다.

(주)포휠즈(4wheels)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이준하 개발이사(33), 김아현 디자인이사(33), 이윤주 개발이사(29), 정석모 대표(35).
(주)포휠즈(4wheels)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이준하 개발이사(33), 김아현 디자인이사(33), 이윤주 개발이사(29), 정석모 대표(35).

Q. 팀원은 어떻게 모았나.

■ 5년간 같이 일해본 사이

팀원들은 나와 5년간 같은 직장에서 일해본 사이이다. 이직하고 싶어 하던 시기의 팀원들에게 “그럼 이직하지 말고 우리 이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해볼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난 바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팀원들 한 명씩 다니던 회사를 나와 팀에 합류했다. 작년 8월에 창업을 결정했지만, 팀 구성이 완료된 건 작년 12월이었다.

4명의 공동창업자로 시작했기에 회사명을 ‘포휠즈(4wheels)‘로 지었다. 우리는 자동차의 4바퀴인 셈이고, 고객을 태워 가치 있는 곳으로 모시는 역할을 맡는다.

Q. 사업화 과정이 궁금하다.

■ ‘아이디어’는 고객을 만난 후에야 ‘사업’이 되었다

처음에는 두려운 게 하나도 없었다. 창업 관련 기사도 많이 읽어왔었고, 주변 사람들도 여럿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었기에 무조건 성공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론적인 것들은 쓸모없더라.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사업이라는 걸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깨달았다.

작년 9월, 간호사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얻은 사용자의 핵심 욕구는 2가지였다.

첫째, 일정표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드로이드와 iOS를 모두 지원하는 건 기본이고, 사용자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한 앱에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이 앱을 사용하지 않는 친구와 가족에게도 내 일정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둘째, 그 안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간호사 커뮤니티에 추가로 익명 게시판과 비공개 게시판을 만들었다. 일정 관리에서 시작해 하나의 큰 커뮤니티가 형성됨으로 인해 온종일 이 앱만 사용해도 되는 셈이다.

만약 처음 생각했던 대로 단순히 달력에 일정을 등록하는 기능만 구현했다면 사용자들은 우리가 만든 앱을 별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myduty

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간호사이신 어머니와의 대화

올해 5월에 출시한 ‘마이듀티(myduty)‘는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일정 관리 앱이다. 앱의 기능은 크게 일정 입력과 공유, 소통을 위한 그룹과 게시판 생성으로 나뉜다. 일정 공유 기능 외에도 ‘이브닝’, ‘교육’, ‘나이트’, ‘오프’ 등의 키워드 버튼을 클릭하는 일정 입력 방식이 특징이다.

참고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단어겠지만, 간호사들 사이에는 ‘일정’이라 하지 않고 ‘듀티’라는 단어를 쓴다. 그래서 해당 업계 분들에게 마이듀티라고 하면 일정 관리 앱이라는 걸 바로 안다.

Q. 사용자 반응은.

■ 예상치 못한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현재 사용자 수는 총 8만 명, 월 활성사용자수(MAU)는 5만 명이다. 그리고 재방문율은 97%이다.

올해 7월, 해외 파견된 간호사들로부터 외국인 간호사들과도 앱을 함께 쓰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지원을 시작했는데 현재 외국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약 20%에 달한다. 이로 인해 고객센터로 접수되는 하루 평균 30건의 요구사항 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외국어로 쓰여 있다.

특히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인기가 많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현지 앱스토어에 우리처럼 안드로이드와 iOS가 호환되는 앱이 없고, 아무리 큰 병원이라도 한 명의 간호사가 쓰기 시작하면 모두가 쓰게 되는 원리 때문인 걸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포르투갈에 사는 한 소방관으로부터 “내 여자친구에게 일정표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간호사 전용 앱이지만, 사실 교대 근무를 하는 거의 모든 직업의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셈이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여성들의 대형 커뮤니티

우리 앱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간호사들이 언제 출근하고, 언제 쉬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우선 내년 2월까지 사용자 10만 명을 모을 예정이고, 그 이후부터 수익모델을 하나씩 실험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여성들의 대형 커뮤니티로 확장할 생각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창업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나는 24살 때까지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일했고, 실력도 없으면서 내가 최고인 줄 알았다. 그때 나를 신경 써주는 선배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안 좋은 개발 습관을 지적한다든지, 일 흐름에 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과감하게 하라. 기왕이면 어릴 때 한 번 도전해보고 실패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안경은 앱센터 객원기자 bright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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