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4] 새로운 투자방식으로서의 SAFE 투자에 대해

당연한 말이겠으나, 기업운영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 하나 믿고 쌈짓돈을 모아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흔치는 않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풍족한 자금을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겠죠. 아무튼 기업 활동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데, 오늘은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자금모집과 관련하여 많이 선택하는 SAFE 투자방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SAFE 투자방식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나.

기본적으로 기업이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주식과 채권이라는 전통적인 두 가지의 형태로 나뉩니다. 주식은 회사에 자금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투자된 회사의 주주로서의 권한을 획득하게 되는 것인데, 회사의 이익에 대한 배당금을 받는 것, 회사의 성장에 따라 주식가격이 상승한다는 것, 그리고 회사의 주인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주주로서의 권한이라 하겠습니다. 반면, 채권을 통한 투자는 투자금에 대한 정해진 수준의 이익을 보장받는 대신 배당금과 주주로서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권한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전통적인 투자방식은 투자자에게나 투자를 받는 기업 모두에게 여러 가지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만듭니다. 주식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고, 주당 매수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는 게 좋을지를 회사와 협상해야 하고, 특히 이런 내용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중견기업들에게는 문제가 덜 되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더욱 어려운 판단이 될 겁니다. 또한 공식적인 투자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은 각종 투자계약서에 나오는 복잡한 내용검토에 필요한 시간, 이에 따르는 상당한 법률비용들을 감안하면 회사나 투자자 모두에게 쉽게 진행하기 어려운 결정이 됩니다.

채권투자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채권투자 및 발행에 대한 각종 규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적정이자율, 만기를 얼마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이해당사자간 협상, 만기시 원금 및 이자를 회수하지 못할 리스크 등 고민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바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스타트업계, 그리고 지금은 창업 초기 단계라 펀딩을 받는데 이것저것 따지기에 시간도 없고, 투자자들과 협상할 만한 내용도 아직 부족한 회사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데 신경 쓰기보다는 지금은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럼 빨리 연구개발 등 초기단계에 필요한 돈은 받으면서 이런저런 투자계약 등 고민은 나중에 회사가 준비가 되어 대규모 투자를 받을 때까지 미룰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투자자입장에서도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본인이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투자자와 회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SAFE투자방식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SAFE 투자란?

그렇다면 SAFE 투자는 뭘 말하는 걸까요. SAFE는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의 약자로, 투자자는 지금 당장 회사에 현금으로 투자하고 이에 대한 대가인 주식은 바로 발급받지 않고, 나중에 회사가 대규모투자모집 (보통 우선주시리즈펀딩) 을 할 때까지 미루고, 이때 이 투자금에 대해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계약을 말합니다.

바꿔 설명하면, 투자자는 지금 바로 현금을 회사에 제공합니다. 그 대가는? 회사와 투자자간 서명된 SAFE 계약서입니다. 그럼 이걸 가지고 무슨 일이 있냐 하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투자자는 기다리고, 회사는 그 투자금으로 제품개발, 임금 등 회사운영에 사용합니다. 언제까지? 회사가 대규모투자자금을 모집할 때 까지. 그때가 되면 그때 참여하는 신규투자자들과 같은 (또는 더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발급받게 됩니다.

 

그럼 누가 SAFE투자계약을 하나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자금은 필요하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좀 아쉽습니다. 아주 많은 자금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거나, 대규모펀딩에 필요한 법률비용, 시간과 노력 등을 감안할 때 회사의 준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 시리즈펀딩은 어렵고, 또 한편으로는 회사의 가치가 아직은 이렇다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적은 금액의 투자금이라도 외부투자를 받게 될 경우, 창업자 본인이 희생하게 되는 지분율은 커질 것이므로 주저하는 창업자가 일단 SAFE를 원할 겁니다.

한편 투자자입장에서는, 이 회사에 투자할 생각은 있는데 회사가치에 아직 확신이 안서고 따라서 회사가 잘못될 경우 일반주식투자보다는 우선적으로 상환 받을 권한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이 회사가 대규모투자 모집에 성공한다면 그때는 어느 정도 회사가 불확실성을 없앤 상황에 올라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테니, 그때 다른 참여자들과 같이 지분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겠다. 만약 게다가 이러한 다른 참여자들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배정을 받을 수 있다면, 즉 더 싼 값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고… 이런 생각을 하는 투자자들이 SAFE을 원할 겁니다.

게다가 회사나 투자자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인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분도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즉, VC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투자가 결정되는 시점에는 그 절차상 전문적이고 “공정한” 밸류에이션을 하는 과정이 들어가게 될 테니, 그때 결정되는 밸류에이션에 따라 지금 제공하는 투자금에 대한 주식배정가격도 결정하면, 지금 이에 대해 고민하거나 따질 필요도 없고,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결정이 되겠죠.

결국 투자자와 회사 모두의 입장에서 회사의 밸류에이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투자자권한, 의무 등 어려운 결정을 지금 당장 자기들끼리 결정할 필요 없이 대규모 투자시점으로 미룸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소비도 줄이고, 비용까지 줄여, 서로 부담 없이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SAFE의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CAP과 Discount, 그리고 외환송금규제의 문제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SAFE투자는 CAP과 Discount적용 여부에 따라 몇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CAP은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는 시점에 회사의 평가액이 일정수준 (CAP)을 넘어설 경우 SAFE투자금에 대해서는 에 대한 CAP 금액에 따른 주식배정을 하겠다는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CAP이 $5백만 불인데 실제 시리즈펀딩에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8백만 불이 나온다면, 같은 투자금에 대해서 SAFE투자자들은 할당받는 주식수가 다른 시리즈투자자들보다 많게 되겠죠. 왜냐하면, SAFE투자자들은 더 싼 회사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이므로 그만큼 지분을 많이 받아야 하겠고, 결국 다른 시리즈투자자들보다 유리한 대접을 받는 게 될 겁니다. Discount도 비슷한 규정입니다. 즉, 대규모투자시점에서 SAFE 투자자들에게 할당하는 주식수 산정을 위해서는 이때 결정되는 회사평가액을 그대로 쓰지 않고 디스카운트된 금액을 사용합니다.

이밖에도 별도의 규정을 둘 수도 있습니다만 많은 경우 이 이상으로 복잡하게는 안합니다. 심플하게 가고 중요한 결정은 다음으로 미루자는 게 SAFE의 취지인데 굳이 뭐 필요이상으로 복잡하게 갈 필요가 없겠죠.

 

한편, 이렇듯 스타트업들에게 각광받는 투자방식이지만, SAFE방식으로 투자를 정하고 한국에서 미국회사로 투자금을 송금하는 경우 아직까지 외환송금절차상 아주 매끄럽게 흘러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외환당국에서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방식이 아니다보니 전례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검토, 허가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SAFE투자를 한국에서 진행할 때에는 이에 대해 충분한 경험이 있는 미국, 한국의 전문변호사들과 작업을 진행하는 게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 JC&Company 존 정 대표 info@jclawcpa.com

벤처스퀘어는 미국 로펌인 JC&Company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시 꼭 알아야 할 법률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전체 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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