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팀이 말하는 IR (2)…”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요”

지난 1편에서 벤처캐피탈이 투자심사에서 자주 묻는 질문들을 유형별로 다뤘다면, 이번 편에서는 스타트업들이 투자심사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솔직한 생각과 투자 준비에 필요한 조언들을 소개한다.

스타트업 20팀은 ‘자신감으로 무장하되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를 갖고 투자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드러운 화법과 미소는 기본, 어떤 상황에서도 노여움은 금물이라는데. 그렇다면 어떤 준비와 마음가짐으로 투자 미팅에 나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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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R은 ‘경진대회’에 평가받으러 가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업의 파트너로서 오히려 ‘소개팅’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자리입니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상대방(투자사)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가야 하며 긴장할 필요 없이 그냥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을 담담히 설명하는 방법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IR을 하면서 해당 투자사가 진짜 우리 회사와 함께 갈 수 있는지를 우리 쪽에서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내부 데이터에 대해

잘 모르는 모습을 보이는 건 무조건 안 좋다고 느꼈습니다. 당연할 수는 있는데 국가별 # users/retention data/average revenue per user 등등 기본적인 수치는 다 가지고 가거나 까먹을 수도 있으니 적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숫자에 대해 물어보면 지어내는 게 아니라 솔직히 지금 기억이 나지 않으니 미팅 끝나자마자 보내드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 방법 같습니다.

3. IR 할 기회 자체가 소중합니다.

그 기회에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 가셔야…

4. 기술적으로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어설픈 변명보다는 차라리 인정하고 현실적인 우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빨리 시장에 들어가서 부딪히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아주 어려운 자동화에 대한 난제가 있는데, 어설프게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등을 당장 가용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답변보다, 최종적으로는 이런저런 기술을 사용해서 자동화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빨리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므로 우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직접 입력시키겠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시 얼마가 들것으로 예상한다. 주신 조언 받아서 장기적으로는 기술적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의 전단지 줍기, 리멤버의 명함 직접입력처럼 자동화보다 처음에는 인력으로 해결하고 제품을 내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여러 단계에 걸쳐 IR을 할 경우 앞서했던 IR에 비해 다음번 IR에서 제품 프로토타입이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는 팀의 역량, 혹은 창업가의 의지 등등을 전반적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되며, 특히 이 과정에서 앞선 IR 때 받았던 충고를 잘 반영해 넣으면 더욱 좋습니다.

그밖에 사소한 팁이 있다면, 발표 자료에 꼭 페이지 번호를 넣으라는 것입니다. 슬라이드에 페이지 번호가 있어야 질문자들이 페이지 번호를 참조하여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죠.

5. 펀드 설립 요건 상(Limited Partner Agreement)

결국에는 회사 대표나 대표 펀드매니저가 투자를 결정하게 되므로, 투자심사를 하고 있는 심사역의 말을 다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 이 돈 안 받아도 대출받아서 성공시킬 수 있다는 오만함(?)에 가까운 자신감 역시 필요합니다.

6. 그건 중요하지 않아…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사소한 것이라도 꼭 나만의 대답을 만들고 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xx 관련해서 묻는 사람들은 적기 때문에 별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제품을 도입하기 위해서 개발팀을 만나면 이 xx는 항상 언급되는 문제 사항으로 지적될 수도 있습니다.

7. VC 20군데를 만나서

90% 이상이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예비 투자심사까지 가는 곳은 5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중에 최종 투자심사까지 가는 곳이 50% 밖에 되지 않고 이 중에서도 일부는 마지막에 드롭하는 곳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두 곳만 믿고 진행하지 말고 다양하게 만나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기존에 해당 분야를 투자해본 VC가 이해도도 높고 투자할 확률도 높으니, 유사 군에 투자했던 VC를 리스트업해서 만나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시리즈 A 라운드라도 시리즈 B 규모에 투자하는 VC를 만나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IR은 결국 꿈을 셀링 하는 자리입니다. 지금은 추상화를 그려가더라도 다음 라운드에 만날 때는 정물화를 들고 갈 수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투자자들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미리부터 다양한 VC와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심사역을 만나는 것과 상무나 대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의 성공률이 다릅니다. 가능하면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아 상무급 이상을 바로 만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이러한 네트워크를 가진 엔젤 투자자를 초기에 끌어들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8.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서비스가 진화/성장할 것인지에 대해서 더욱 집중적으로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9. 흔들리지 않는 멘탈

케미가 맞는 VC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10. 발표도 중요하지만

심사역들의 피드백에 대해 Good listener가 돼야 합니다.

11. 꼭 보여주고 싶은

슬라이드 수치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우리 회사의 약점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습니다.

이 세상에 비밀이란 없습니다. 투자사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 정보는 세상에 공개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서비스를 승부하는 것보다 훌륭한 비즈니스가 더 중요한 법입니다. 아이디어 뺏길 걱정하지 말고, 추진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숫자보다는 로직이 중요합니다. 수치 예측은 ‘실제 달성 가능하다’라는 여러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Early 스테이지 투자이면 꿈과 팀을 팔되, Growth 스테이지이면 지금껏 해온 것과 앞으로 해 나갈 것을 팔아야 하므로, ‘실적’이 정말 중요합니다.

12. 이후에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IR하는 자리에서는 모든 질문과 비판을 일단 받아들이고, ‘대답’보다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방어적인 태도로 대답하면 투자자를 설득하지도 못하고, 발표하는 저 자신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13. 초기 밸류에이션에

연연하지 말고, 퍼포먼스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잘 나오면 밸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14. 시장 사이즈는

정확하지 않더라도,논리적으로 추론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어차피 논리적이지 않으면 투자자가 지적해주며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투자자도 수긍하는 것 같습니다.

15. 아무리 준비해도

생각 못 한 질문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투자를 이끄는 스타트업 멤버 여러분이 투자자보다 훨씬 더 전문가입니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신 있게 대답하세요. 자신 있으면서도, 질문한 투자자분을 배려해 주는 화법으로 대화를 하면 부드럽게 IR 진행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6. 스타트업의 과거와

미래가 담겨있는 IR 자료와 자신의 사업을 잘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절대 당황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세요.

17. 투자자의 투자심의 기간은

회사의 비즈니스를 배워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파운더만큼 그 회사의 비즈니스를 모르기 때문에 가치 있는 비즈니스임을 판단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설득하고 지식을 전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의 경우 파운더의 말을 100% 신뢰하기보다, 리스크를 찾아내 투자의 실수를 줄이려고 하기에 리스크가 곧 장점이 될 수 있는 전략을 명확히 투자자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천, 수조의 시장에서 막연한 마켓 포지션을 만들어 내겠다가 아니라, 단돈 몇십억이라도 현실적으로 기업이 이뤄낼 수 있는 마켓 포지션을 제시하는게 좋다는 의미입니다. 해당 마켓 포지션에 대하여 뒷받침할 수 있는 탄탄한 근거를 기반으로 투자자가 해당 기업에 대하여 판단할 때, 기업이 제시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선정이 가능하도록 투자자의 고민을 충분히 덜어 주어야 합니다.

파운더는 세상을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충만해야 합니다. 세상을 집어삼킬만한 근거 있는 배짱을 기반으로 사업을 어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8. 매출 및 수익

즉 숫자에 몰입하여 IR을 진행할 경우, 결국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게 됩니다. 반대로 비전과 방향성에 치우쳐서 이야기할 경우, 너무 꿈만 꾸고 있거나 그림만 그리는 회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숫자와 비전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19. 10명의 사람이 모이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어도 10명 중 한두 명은 우리 서비스를 돈 내고 쓸 수 있는 강력한 서비스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20.어떤 요령으로

설득을 위한 IR을 한다기보다 합리적인 데이터와 사실을 바탕으로 이를 자신감과 함께 효율적으로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투자심사 경험이 많은 스타트업일수록 구체적인 수치에 근거한 성과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또 그에 못지않게 심리적인 안정감 역시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번 인터뷰에 응답한 20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로 해외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해외 VC로부터 약 2,200억 원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펀딩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투자 피칭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IR 심사 팀의 집중도를 약 한 시간 가량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 명확한 product-market fit을 제시하고, 우리팀이 가능성이 충분히 큰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우리가 시장에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 이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국내외 VC는 모두 비슷한 근거를 가지고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투자 단계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기업이 달성해 온 그리고 달성 가능한 성과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제 3자의 입장에 과연 나는 나의 회사에 투자할 것인가? 그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서비스(제품)에 대한 확신과 그를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감을 갖고 투자 협상 테이블에 나서도 좋을 것이다.

스타트업 20팀이 말하는 IR (1)…”벤처캐피탈, 이 질문 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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