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스토리 (3): 고릴라바나나 ‘레드블러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제가 작년 상반기에 고릴라바나나에서 개발하고 있는 ‘레드블러드’라는 MMORPG에 20억원을 투자했었는데, 그 비하인드스토리를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고릴라바나나를 처음 접한 것은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퍼블리셔’의 추천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냥 짧게 얘기하면, “팀이 좋고, MMORPG에 SNS/웹게임 컨셉을 접목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해주시더군요. 그래서 회사에 대해서 research를 조금 했고, 좋은 팀인 것 같아서 홈페이지의 contact us을 통해서 연락을 했습니다. 제게 추천해주신 분을 통해서, 아니면 다른 퍼블리셔를 통해서 연락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연락을 받는 회사에서 ‘선입견’을 갖게 될 수도 있게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무식하게 연락을 했었더랬죠.

그렇게 해서 김찬준 대표님과 정무식총괄 PD님을 만나뵙고 회사 및 게임에 대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100억원 정도의 규모로 제작되는 MMORPG이고, (1) 논타게팅 액션 게임으로 더 좋은 타격감과 액션성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고 (2) 웹게임/SNS게임의 성격을 일부 반영하여 facebook 페이지 및 웹게임 페이지에서 아이템 거래 및 간단한 시물레이션을 할 수 있고 (3) 레드블러드라는 90년대 인기만화의 motive를 적용시킨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갖고 있었던 MMORPG에 대한 생각은, (1) 그래도 가장 돈을 잘 벌 수 있는 장르이다 (2) 많은 개발비와 쉽지 않은 개발로 인해 의외로 정통MMORPG는 1년에 몇 개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많은 퍼블리셔들이 MMORPG를 소싱하려고 노력한다 (3)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가장 무난하게 흥행을 할 수 있는 장르이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 것이죠.

그리고 나서 레드블러드를 지켜본 거의 모든 퍼블리셔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고, 다양한 긍정적인 피드백과, 일부 우려되는 피드백을 받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흥행성적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본’은 하는, 즉 제대로 된 작품은 낼 수 있겠다였습니다.

이런 확신이 들기까지 가장 중점적으로본 것은 결국 핵심 개발진에 대한 검증이었습니다. 레드블러드를 총괄하고 있는 정무식PD는 개발자 1세대로, 개발자협회를 설립하고 회장을 지낸 분으로 모든 분들로부터 좋은 평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무식PD와 함께 게임을 기획하는 이정욱 Chief와 김주관 Chief도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면서 많은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전략기획실 지인분을 통해 당시 이 분들이 담당하셨던 일들과 내부의 평판을 확인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검토를 진행하기 몇 개월 전쯤에 join하신 김병철TD님은 사실 저랑 인연이 있으셨던 분이어서 ‘아 이분이라면 수작을 만들어내실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병철TD님과 제가 개인적으로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2009년 상반기에에 제가 ‘그리곤엔터테인먼트’를 검토했었는데 당시 김병철님께서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CTO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만나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고, 투자자 앞에서도 게임의 단점도 솔직하게 말씀주시는,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2009년 여름쯤 그리곤엔터테인먼트가 상장사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결국 부도가 났었더랬죠. 그래서 ‘참 아까운 회사였는데…’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핵심이신 김병철 CTO님이 고릴라바나나에 join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김병철 TD님이 계신 것을 알고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김병철TD님은 그리곤엔터테인먼트라는 큰 회사에서 CTO 역할을 하시면서 ‘씰온라인’을 개발하고 운영하신 경험이 있기에 기존의 고릴라바나나의 좋은 팀과 힘을 합쳐 수작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투자자한테 제일 큰 걱정은 흥행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완성이 안 되는’ 리스크가 가장 크기 때문이죠. (그리고 게임 업계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실제로 MMORPG를 개발한다고 천명을 하고 개발 자체가 완성이 안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신생 게임사들의 인력을 보면 다 엔씨소프트/넥슨 등 최고의 회사에서 게임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이력서만 보고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대작 MMORPG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백명 중의 한명일 수도 있고, 실제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두 경험하기보다는 일부만 경험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그 개발사의 한 두명은 물어봤을 때 end-to-end로 제대로 경험을 하신 분이라는 것을 확인해야지만 마음이 편해집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투자를 결심한 것은 (1) 정통 MMORPG 시장은 여전히 기대해볼만한 좋은 시장이다 (2) 고릴라바나나가 만드는 레드블러드는 나름대로의 차별점을 갖고 있는 좋은 수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타게팅, SNS/웹게임 연계, 만화 원작 기반, 가문 시스템 등) (3) 이 팀은 최소한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였습니다.

사실, 게임이 오픈해서 동접이 얼마가 될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사기일 것입니다. 그것을 제가 미리 예측하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수작을 만들면, 어느 정도의 반응은 나오기 마련이고, 국내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해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 수준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좋은 게임을 만들면, 전 세게 시장은 충분히 넓기에 어느 곳에서는 분명 성과를 낸다는 것이죠.

또 마지막으로 제가 온라인 게임 시장에 배팅을 한 이유 중 하나는, 대형 게임 개발사/퍼블리셔들은 결국 M&A를 통해서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게임회사는 결국 게임들을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수 밖에 없는데, 각 게임들의 매출은 ‘거꾸로된 U자’의 곡선을 보일 수 밖에 없고 (물론, 이 거꾸로된 U자의 곡선은 5년 이상 유지될 수도 있죠 ^^) 그런 측면에서 대형 게임 개발사/퍼블리셔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in-house로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거나 외부에서 M&A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in-house로 매번 성공할 수는 없으니 때가 되면 좋은 작품을 인수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에도 수 많은 게임업계의 M&A가 일어났었던 거죠.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로세스르 레드블러드라는 좋은 작품에 투자를 하게 되었고, 레드블러드는 2011년 하반기에 OBT를 할 예정에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게임회사가 투자유치를 하는데 있어서의 핵심은 항상 그렇듯이 기본으로 돌아가서 (1) 좋은 팀이다 (2) 시장을 제대로 읽고 괜찮은 기획을 했다 (3) 퍼블리셔/VC에게 꾸준하게 잘 만들어지고 있음을 업데이트 한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1년도 더 지난 2009년 말 버전의 동영상이라 지금 버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어떤 종류의 게임인지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youtube 동영상을 아래 넣으면서 마무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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