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MCN과 오리지널 콘텐츠

지난 9월 1일 목요일, MCN 협회가 주관하는 ‘MCN 시장의 미래-오리지날 콘텐츠를 말하다’세미나를 다녀왔다.

당초 200명 정도 참석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거의 500명에 가까운 청중이 몰려 입추의 여지가 없는 성황을 이뤘다. 이 바람에 행사를 주관한 MCN 협회 유진희 사무국장이 감격해서 울었다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왔다. 이는 현재 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가 MCN임을 증명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세미나는 미디어 산업 분야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제작 사례, 서비스 플랫포머들의 정책 방향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1부 첫 번째 순서는 SK 경제 연구소 수석 연구원 조영신 박사의 ‘오리지날 컨텐츠에 대한 개념 정의’에 관한 발제였다. 이어 MCN의 대표 격이라 할 만한 트레져헌터 박진우 이사의 ‘오리지날 컨텐츠 기획 방향 및 프로모션 사례’, 최근 통메모리즈라는 웹 드라마를 히트 시키고 있는 SKB 옥수수 담당 신흥식 매니저의 ‘오리지널 콘텐츠 프로젝트 사례들 및 이후 방향’, 네이버 김태옥 부장의 ‘오리지널 콘텐츠 포맷 및 유통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2부 토론회까지 다 듣고 나서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거리를 정리했다.

주지하다시피 MCN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1인창작자(Creator)들의 등장을 빼놓고는 설명 할 수 없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아마추어적 개인들이 취미나 호기심 등으로 창작비디오를 만들고 유튜브에 공유하기 위해 개설한 채널들 중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어 구독자 수가 엄청난 채널들이 등장했다 이 채널들은 자연스럽게 광고와 직결되면서 큰 수익을 창출했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셀러브리티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결과 개별 크리에이터들이 관리하던 여러 채널을 묶어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며 사업적인 성장을 돕는 것 자체를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이른바 MCN이다. 즉, 유튜브의 여러(Multi) 채널(Channel)들을 묶어(Network) 제품, 프로그램 기획, 결제, 교차 프로모션, 파트너 관리, 디지털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판매 및 잠재고객 개발 등의 영역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비즈니스의 탄생이다.

MCN은 어떤 특정 기업이 여러 채널을 모아서 시작하는 경우부터 여러 채널들이 자생적으로 연합하여 기업을 구성하는 형태까지 출발점은 다양하다. 어쨌든 MCN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 MCN이 진화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소속된 여러 채널 관리를 넘어서는 스튜디오의 성격을 띠게 되고, MCN 스스로가 콘텐츠 제작자로서 자체 콘텐츠를 기획 제작 배포하는 단계에 이르면서부터 오리지날 콘텐츠가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긴다. 언급했다시피 MCN 최초 출발점은 개별 크리에이터들이 개설한 독립적 채널들을 묶어서 보다 전문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MCN에 속한 여러 채널들은 기존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던 콘텐츠의 변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MCN 전체적으로는 채널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형태로 나아간다.

하지만 MCN이 스튜디오로서 MCN 자체의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하면, 개별 채널들이 지니던 변별성 보다는 MCN 자체의 새로운 지향점을 목표로 한 콘텐츠를 제작 하는데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가 등장 한다. 전통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미디어 문법에서 출발한 아마추어 크리에이터 채널 중심의 MCN이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 문법을 답습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MCN이 원래 그 출발의 토대가 되었던 새로운 문법의 미디어 정체성을 유지하기보다 수익 위주의 웰메이드 콘텐츠라는 전통 미디어의 범주로 회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MCN의 산업적 미래에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 할 것인지 하는 점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요소 아닐까 하는 얘기다.

MCN은 한마디로 콘텐츠를 실어서 전달하는 TV와 극장을 근간으로 한 기존 동영상 컨테이너가 ICT, 특히 유튜브와 스마트 폰에 의해 근본적으로 해체되고 대체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비즈니스다.

그런데 단지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콘텐츠 전달 배포 매체만 달라졌을 뿐 이미 해체되기 시작한 전통 미디어 컨테이너에 적합한 콘텐츠 제작 방식으로(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기간의 기획과 유명 배우 등이 출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심 범주로 삼는 것이 과연 바람직 한 것일까? 최근 히트작인 통메모리즈 제작 방식을 모든 MCN의 콘텐츠 제작 방식에 다 적용할 만큼 거액의 투자가 과연 MCN 산업 분야에 지속적으로 유입 될 수 있을까?

물론 통신 3사와 같이 거대 자본력을 지닌 OTT 플랫포머들은 자신들이 CPNT 가치 사슬에서 이미 PNT를 장악하고 있다 보니 이제 통 큰 투자를 통해 동급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가치사슬의 출발점인 C영역까지 장악하면서 한국 미디어 산업 분야 슈퍼갑의 위치를 차지해왔던 공중파 3사 등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전략을 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 MCN이 아니다. 발표에서 대표적인 MCN의 제작 사례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IP 내지 독점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제작 되는 그런 OTT 플랫포머의 관점에서 정의되고 제작 될 수 있겠지만 MCN 산업의 차원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미디어 콘테이너와 컨텍스트를 중심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크리에이터들이 당초처럼 자신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게 아니라 어찌 보면 배우와 같은 역할을 하는 형태로 협업하는 전통적 의미의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MCN의 오리지날 콘텐츠가 지향하는 바라면 갸우뚱해진다.

페북기고

MCN의 관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란 새로운 미디어 맥락과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제작 배포 유통・소비 될 수 있는 그런 것이라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 맥락과 컨테이너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은 링크 참조)

그런면에서 MCN도 아니고 본격적 OTT 플랫포머라 할 수도 없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영상 소비 패턴을 전제로 수립한 네이버 TV캐스트의 여러 새로운 정책 방향들에 대한 김태옥 부장 발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접근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 신선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나.
‘MCN 시장의 미래 – 오리지날 콘텐츠를 말하다’ 세미나 발표와 토론회를 보고 난 뒤 느낌이다

글/ Alexander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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