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 수송 끝나면…흙으로 돌아가는 드론?

최근 들어 드론은 물자 수송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 기간 중 자동운전 차량을 이용해 드론 배송 컨셉트를 내놓기도 했다. 오토리버리(Autolivery)라고 명명한 이 컨셉트 영상을 보면 자동 운전 중인 밴 위에서 드론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포드는 지난 2월 자동운전 기술 개발사인 아르고에이아이(Argo AI)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2021년까지 완전 자동운전 차량 생산을 계획 중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운전 차량을 이용해 드론 운반도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이 개발 중인 고정익형 드론이 GPS를 통해 목적지까지 활강해 물자를 전달한 다음 과학적으로 분해, 흙으로 돌아가는 색다른 친환경 기능을 더해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인 아더랩(Otherlab)과 여기에서 스핀아웃한 기업인 에버플라이(Everfly)는 압사라(Apsara)라고 불리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젝트 엔지니어를 맡고 있는 스타 심슨에 따르면 압사라의 날개나 재질은 마치 피자 상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본체 가운데에는 화물 공간을 갖춰 900g까지 짐을 실은 상태에서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압사라의 형태는 미 공군이 운용 중인 스텔스 폭격기인 B-2를 닮았다. 물론 이 기체는 폭탄 대신 식랭이나 의약품 투하를 상정하고 있다. 기체를 보면 알 수 있듯 압사라는 동력으로 프로펠러를 이용하지 않는다. 물자를 나를 때에는 대형 비행기 등에서 현지까지 압사라 본체를 수백 혹은 수천 대까지 운반한다. 이후 상공에서 투하해 글라이더처럼 활공시키는 것이다.

이 때 본체에 내장한 GPS 센서와 날개를 조작하는 모터를 이용해 지정한 좌표 위치에 기체를 유도하는 구조다.

압사라의 최대 목적은 기체를 회수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다. 따라서 기체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버섯 균사체(mycelium)를 바탕으로 한 소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압사라는 재난 구호나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성. 에버플라이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는 미켈 테일러는 압사라가 물자를 운반하는 임무를 완수하면 자연 소재로 만들어진 기체여서 점점 분해되고 흙 속에 돌아가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실 단순하게 물자를 나른다는 점만 보자면 적재량이 더 많은 낙하산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낙하산은 기본적으로 바람에 몸을 맡겨야 하는 탓에 낙하지점이 절벽 바닥이나 강 혹은 깊은 숲이 될 수도 있다.

압사라는 이에 비해 전자 제어를 통해 치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지점에 GPS로 정확하게 유도해 확실하게 물자를 보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를 위해 일반 전자 부품을 이용하고 있지만 아더랩을 재정 지원하고 있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드론 사용 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전자 회로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런 기술을 결합한다면 향후에는 자연스럽게 부품 흔적까지 없애는 드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압사라의 또 다른 장점은 종이 접기처럼 조립식이라는 것이다. 마치 조립식 장난감처럼 시트 모양을 그대로 옮겨 현지에서 조립할 수도 있어 운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미 골판지로 만든 압사라 본체를 이용한 비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테스트에선 일반 쿼드콥터 드론에 매달아 원하는 지점까지 GPS로 유도하는 걸 확인 중이지만 실제 상용화되면 수천 대까지 압사라를 상공에서 투하, 물자를 나르게 된다. 짐을 모두 나르면 드론은 흔적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 환경 부담이 적은 건 물론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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