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가 고민? 원효와 무왕의 바이럴 역사기

[역사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에겐 항상 홍보 방법이 큰 고민이다. 그렇다면 오늘만큼은 역사 속 홍보 전문가를 채용해보면 어떨까? 역사 속 흥미진진한 홍보사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 신라의 실력파 불교 아이돌, 원효=‘프로듀스 101’의 신라 불교 버전이 있다면 누가 센터를 차지할까? 신라의 유명한 승려로는 원효와 의상, 왕오천축국전을 지은 혜초 등이 있지만 필자는 단연 원효를 꼽고 싶다. 그의 연습생(?) 시절, 하룻밤 해골 물에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던 이야기도 유명하지만, 그는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을 지닌 홍보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의 활약상은 파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어느 날부터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겠는가? 나는 하늘을 받칠 기둥을 찍으련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사람들은 노래의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무열왕(김춘추)은 노래에서 그의 욕망을 읽고, 과부였던 딸 요석공주를 만나게 했다. 그렇게 해서 아들을 얻었는데, 그가 신라의 대학자 설총이다.

출처 GettyImages

이후 그는 소성거사(小姓居士: 부처가 될 가능성이 적은 중)를 자처하며 거리 포교에 집중했는데, 우연히 광대들이 가지고 노는 큰 바가지를 얻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무구(춤을 출 때 사용하는 도구)를 만들고 ‘무애가’와 ‘무애춤’이란 노래와 춤을 개발하여 수많은 촌락과 거리에서 박을 두드리며 부르고 다녔다. 이에 글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도 어려운 경전을 읽지 않아도 따라서 부를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또 누구나 ‘나무아미타불’만 외우면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민중의 호응을 얻었다. 사실이전의 불교는 귀족 중심의 특권층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처럼 단 한 줄만으로 핵심을 정리하고 알린 원효의 노력 덕분에 많은 사람이 불교를 접할 수 있었다.

◇ 마~보이, 백제 무왕=그런가 하면 옆 나라 백제에서는 ‘마보이’ 무왕을 꼽을 수 있다. 무왕은 특이하게도 CEO(?) 출신이다. 어렸을 적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야 했던 시절, 마를 캐서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를 ‘마를 파는 아이’ 서동(맛동)이라고 불렀다.

힘든 나날이었지만 그의 효성과 근면함, 성실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록에 의하면 도량이 커 헤아리기 어렵다는 성격 표현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던 서동에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지, 마를 캐던 곳에서 황금을 발견하는 로또를 맞게 된다. 삼국유사에 무왕이 “나는 어릴 때부터 마를 캐던 곳에 황금을 흙처럼 많이 쌓아 두었소”라고 말할 정도니 성실하게 일에 매진하다가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백제 공산성(출처 GettyImages)

그러던 차에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신라의 수도 서라벌(경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평범한 백성 신분이었던 서동이 공주를 만날 방법은 당연히 없었다. 이에 꾀를 내어 자신의 대표상품 마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이내 친해지자 노래를 따라 부르게 했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정을 통해 두고/ 서동 도련님을 /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이 노래가 익히 알려진 서동요다. 공주의 부적절한 스캔들이 담긴 노래가 널리 퍼져,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왕실의 체면을 생각한 그는 선화공주를 귀양 보내게 된다. 그리고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선화공주 앞에 서동이 나타나고, 그녀는 역시 서동의 지혜를 믿고 따르게 되어 이후, 서동은 백제의 30대 무왕이 된다.

비록 그가 전파했던 내용은 ‘가짜뉴스’였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만, 본인이 직접 노래를 불렀던 원효와 다르게 아이들의 입을 빌려 적국의 공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서 설명한 원효와 무왕은 동시대의 사람으로 둘 다 노래를 지어 불러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 한 사람은 위에서 아래로, 고귀한 사람들만의 종교를 일반 백성, 민중에게 알렸고, 한 사람은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미천한 신분에서 공주를 얻어 왕가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노래만 잘 지었다고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승려의 권위를 던진 채 저잣거리로 나가고, 국경을 넘어 적국에까지 가는 대담함이 있었다. 어려운 내용을 쉬운 언어로 만들고,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분석이 있었다.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을 잘 알릴지, 보도자료는 어떻게 작성하고 이번 주 타임라인에는 어떤 SNS 콘텐츠를 올릴지 항상 고민이 많을 것이다.

원효와 무왕에서 보듯 결국 고객에게 한발 짝 더 다가서는용기와 실행력, 그리고 짧지만 공감되는 한 마디가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가사 말이 된다. 내일은 과연 어떤 스타트업의 노래가 고객의 입과 입으로 전해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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