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안 팔리는 한국 인기 상품, 왜?

미국에서 팔리는 제품과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문제를 간단하게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은 지역별로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은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만큼 제품에 대한 취향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치 시골쥐와 도시쥐 얘기에 나오는 두 쥐의 라이프스타일 차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농촌과 대도시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취향은 다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사람들은 더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고 좋아할 만한 물건도 많이 존재하지만 여러분이 개발한 제품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이라는 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개인음주 측정기, 셀피스틱, 블랙박스, 뽀로로, 팥빙수.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판매가 어렵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미국은 음주 문화가 달라 개인 음주 측정기가 필요 없다. 사진을 찍는 습관이 달라 셀피스틱은 널리 퍼지지 못한다. 사고에 대한 대처나 경험이 달라 블랙박스 판매도 수월하지 않다. 뽀로로는 한국만의 캐릭터이며 팥빙수의 팥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도 많을 뿐 아니라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물론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한국만큼 다수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필요성의 차이=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있었는데 미국에서 판매가 저조한 위 제품 중 블랙박스를 예로 들어보겠다. 10여년 전부터 블랙박스를 미국에 수출해보려는 한국 기업이 많았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마켓에선 수많은 대시캠(미국에서 블랙박스를 일컫는 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판매가 한국만큼 선풍적이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업체는 “처음엔 진출하기 힘들겠지만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을지 모르지만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아시아 지역에선 선풍적이던 블랙박스가 왜 미국에선 아직도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을까. 한국에선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게 미국에서 그렇지 않은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소비자가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미국 운전사 대부분은 블랙박스가 필요 없다고 여긴다. 미국 일부 대도시에서 운전하는 트럭이나 택시 운전사는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 다수는 제품을 왜 사야하는지 이유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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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일단 미국은 교통 사고율이 많지 않고 사고가 나도 분쟁에 휘말릴 경우가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도 20년 가까이 뉴저지에 살며 뉴욕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지만 접촉 사고를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아내는 2번 가량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했지만 경찰 보고서와 보험회사 등을 통해 아무 문제 없이 모두 보상을 받았다. 서로 믿어주는 정직한 행동 때문이기도 하고 비싼 보험료를 거두는 보험회사의 서비스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아주 고약한 분쟁을 경험했던 운전자를 빼고 어쩌다 사고를 경험하게 되는 일반 운전자 대부분은 그 처리가 대체적으로 순조롭기 때문에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혼잡한 도로가 많은 대도시 주변에서도 교통 사고 경험은 드물다. 미국의 다른 지역, 드넓은 땅에서 운전하는 수많은 소비자는 어떨까. 사소한 접촉 사고를 자주 경험하며 잘못을 가려야 하고 보험회사와 논쟁해야 하는 환경에 있는 일부 운전자를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이 제품을 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블랙박스 판매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라이프스타일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능 선호도=물론 두 지역에서 동일하게 잘 팔리는 제품군에서도 기능적 선호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나 미국 모두에서 진공청소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같다. 미국은 카펫 바닥이 많기 때문에 진공청소기에선 파워가 중요한 판매 요소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소음이 적은 마루 전용 진공청소기는 미국에서 팔기 상당히 어렵다. 미국 소비자는 진공청소기나 공기청정기라면 소리가 크게 나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청소기는 작동성이 떨어진다고 여겨 구입을 꺼린다. 따라서 다이슨 청소기처럼 소리가 클수록 작동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등 미국에서 팔리는 다른 기능적 제품도 모두 소음이 크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성능을 단순하게 보는 경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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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선호도 차이=미국 소비자는 대체적으로 단순한 걸 좋아한다.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고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시아 지역 소비자와 제품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또 제품군마다 기능에 맞게 색상과 재료가 다르다.

이렇게 보는 눈의 차이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들의 오래된 문화에서 습득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퍼져 내려온 개인을 중시하는 서구문화와 가족, 단체를 중시하는 동양문화의 차이 때문에 광고 포스터 하나를 보는 관점이나 한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본 3가지 차이점은 미국 상품과 한국 상품이 달라지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맞게 개발한 제품이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현상이 생겨나게 된다.

지금 제품을 개발 중인지?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 여러분의 제품을 팔고 싶은지? 미국 소비자도 한국 소비자처럼 여러분의 제품을 좋아하게 될까. 미국에 오래 살아보지 않는 이상 대답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한인 창업자 진출을 돕는 기업이나 단체,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먼저 리서치를 시작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니 해당 제품과 관련한 생활 습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자세하게 알아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 물건을 보여주면서 질문을 해볼 수도 있겠다. 소비자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자신의 제품을 그 상황에 맞추는 건 중요하다. 약수터에 온 사람에게 콜라를 팔려고 하는 창업자가 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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