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음식 배달 서비스, 직접 써보려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이 지난 10월 13일부터 음식 주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미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전 세계로 서비스가 퍼질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서비스 시작을 보면서 “우린 배달 문화 분야에서 과연 페이스북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과 다른 한편으론 “이건 분명 한국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긍심이 들었다. 서비스가 궁금해 직접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할 때부터 점심은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한 음식을 먹겠노라고 아내에게 자랑하듯 말하고 식당 개점 시간을 기다렸다.

페이스북이 10월 13일부터 시작한 음식주문서비스

음식 주문 메뉴를 누르면 근처 음식점이 나온다. 지역과 배달 가능 여부, 가격대 등 부가 선택을 통해 음식점 범위를 좁힐 수도 있다. 사실 우리집 근처에 이렇게 식당이 많았는지 몰랐다. 자장면을 먹겠다는 생각에 중식당을 골랐다. 사실 자장면과 짬뽕 메뉴는 없지만.

음식주문을 클릭하면 나오는 주위 식당 목록

식당을 선택하고 난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배달 제공 업체를 고를 수 있다. 필자에겐 3가지(delivery.com, EatStreet, Grubhub) 선택이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맨 앞에 있지 않은 그럽허브(Grubhub)를 골랐다. 그리고 페이스북 정보를 이용한 간단한 회원 가입과 배달 주소를 입력한다.

식당을 고르면 배달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제 주문할 차례다. 아내를 불러 당당하게 뭘 먹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최소 30달러(한화 3만 5,000원대) 이상을 주문해야 음식 가격 중 15%인 배달 비용을 면제해준다는 문구가 보인다. “기껏해야 5,000원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지” 싶은 마음에 메뉴를 골라봤다.

음식배달에는 최소 주문가격이 정해져있다

점심 특선이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먹을 만한 듯해 아내와 필자를 위해 2개를 시키고 조금 미안한 마음에 군만두를 대신해 완퉁누들스프를 추가했다. 이렇게 하니 27.97달러. 30달러가 되지 않아 배달 비용 4.20달러가 추가됐고 세금이 더해지면서 총금액은 34.94달러.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만 음식 가격이 30달러가 되지 않아 2.03달러만큼 주문을 더 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그렇다. 여기는 미국이다. 모든 상품에는 세금이 붙는다. 가격표에 있는 0.99달러짜리 메뉴를 먹기 위해 1달러로도 음식을 사먹지 못했던 가난했던 유학 시절이 떠올랐다.

음식주문의 마지막 정산 페이지

울며 겨자 먹기로 메뉴 1개를 더 추가하고서야 마지막 정산 페이지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곳은 미국이 아닌가. 바로 팁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식당에 가면 팁을 15∼25% 준다. 한국 문화에선 참 아까운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의 서비스 문화이고 팁 역시 노동의 대가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식당에 직접 가지 않아 팁을 내지 않고 배달 비용으로 대신하겠다는 생각에 배달 업체에 지불해야 할 팁을 잊고 말았다.

팁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되어있다

결국 모든 비용을 계산하니 총비용은 47.40달러(한화 5만 3,000원대)가 나왔다. 음식 가격은 31.62달러, 배달 비용 4.74달러, 세금 3.14달러 그리고 팁 7.90달러. 이 정도 금액이면 직접 식당에 가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 결국 오늘 점심은 아내가 끓여준 맛있는 김치찌개로 대신했다. 더 맛있게.

페이스북이 선보인 새로운 서비스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밥상까지 장악하려는 듯하다. 페이스북은 이제 음식점을 검색하는 기능을 뛰어넘어 주문과 배달까지 서비스를 넓힌다. 식당도 점점 페이스북 배달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곧 한국에도 상륙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전통 깊은 음식 배달 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이 성공할 지는 페이스북 역시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국내 음식 배달 서비스 앱이 미국에 온다면 어떨까. 오히려 페이스북으로 인해 음식 배달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어 미국 진출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때론 개척자보다는 팔로어가 시장 개척이 더 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상품이라도 막상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면 아무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입장에선 페이스북의 이번 서비스가 앞으로 성공할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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