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서 사인하기 전 5가지 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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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타트업을 한다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뭘까. 팀빌딩, 프로덕트 제작, 유저 확보, BM 검증, 투자 유치 등 전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투자 유치는 협상부터 투자계약서 날인하기까지 모든 게 처음 겪는 일이므로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투자를 업으로 하는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상대로 텀시트(Term & Conditions) 내용을 조정하거나 협상한다는 건 더 어렵고 주도하기 어려운 게 현실.

하지만 투자자와 피투자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감 있게 조정해 명시하지 않는다면 회사를 경영하거나 후속 투자를 진행할 때도 계속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자로부터 제시 받은 투자계약서 투자조건 즉 텀시트(Term & Conditions) 중 꼼꼼히 살펴봐야 할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전환권 조항이 있다면 내용을 살펴보자=보통은 신규 유상증자 즉 신주발행 방식으로 투자를 받는다. 이때 보통주를 발행해 투자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에게 보다 더 다양한 이익을 줄 수 있는 종류주 그 중에서도 전환상환우선주(RCPS) 형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전환권이 있는 경우 전환청구기간동안 인수한 주식을 일정한 비율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데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전환권 내용에서 스톡옵션의 경우 전환권 행사에 제한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신규 유상증자와 달리 임직원 등에게 스톡옵션이 부여된 경우 스톡옵션 행사가액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이 때 투자자가 전환권을 같이 행사하게 된다면 전환율이 매우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 방식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스톡옵션이 부여되었을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지분율의 변동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진술과 보장 조항을 확인하자=일반적으로 피투자회사의 계약체결 능력 및 현황, 주식에 관한 내용, 분쟁관여여부, 법률준수 및 정부인허가, 제무재표 및 장부 기타 자료 등 피투자회사나 이해관계인이 회사 현황에 대해 사실과 다름 없음을 보장해야 할 내용을 기재한다. 이 때 진술과 보장 위반에 대한 법적 구속력에 관해 투자자가 이미 알고 있었던 사항에 대해선 배상청구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한 규정이 있으면 피투자자 입장에선 좋다. 나아가 핀테크 산업 분야처럼 인허가 또는 규제 산업이거나 업종의 경계가 모호한 서비스일 경우 진술과 보장 조항을 배제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공동매도요구권과 공동매도참여권은 다르다=주식 매각을 주도하는 주최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투자자가 주도하느냐 대주주(또는 이해관계인)이 주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공동매도요구권(Drag along)은 투자자가 자기 주식을 매도할 때 대주주 또는 다른 주주의 주식도 거래에 끌어들여 같은 조건으로 같이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엑싯(Exit)을 목적으로 대주주 지분을 동반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프리미엄을 주장해 비싸게 매각할 수 있는 있다는 이점이 있는데 이 조항은 독소조항이 될 여지가 높다. 이와 달리 대주주(또는 이해관계인)가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할 때 투자자도 대주주 지분의 매각 거래와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함께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공동매도참여권(Tag along) 또는 투자자의 공동매도권 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대주주(또는 이해관계인)가 제3자가 아닌 내부 임직원에게 주식을 매각하거나 또는 지분의 일정비율(예 10%)안에서 매각할 때는 투자자의 공동매도참여권(Tag along)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면 더 좋다. 왜냐하면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내부 임직원 또는 영입할 외부 인재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가 발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투자자의 공동매도참여권을 행사하지 못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쨌든 공도매도요구권(Drag along)과 달리 투자자의 공동매도참여권(Tag along) 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콜옵션과 풋옵션은 상식 정도로만 알고 있자=콜옵션은 투자자가 미리 정해진 조건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매출액이나 성장률이 일정 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자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생각치 못하게 지분율이 높아져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풋옵션은 콜옵션과 반대로 투자자가 미리 정해진 조건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결국 회사가 잘 안될 때 발 빼고 나간다는 말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최소한 엑싯할 방법을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풋옵션 행사가격이다. 풋옵션 행사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을 경우 차액만큼 투자자는 이득을 볼 수 있다.

투자금 용도제한 조항과 투자자 동의권 조항도 꼼꼼하게=투자금의 용도제한 조항이 예를 들어 R&D (개발연구비)라고 특정하게 제한된다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서면 동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진다. 이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용도에 사용하게 되면 투자금 반환, 손해배상청구, 횡령 배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항목이 일반적 중요 사항이 아니고 쓸데없는 항목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경영권에 심각한 간섭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도 여러 조항이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위에 나열한 내용만 잘 검토해도 투자계약서로 인해 골치 아플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주위에 잘 나가던 스타트업 중에서도 초기 불리한 투자계약서 탓에 회사 경영에 심각한 간섭을 받거나 후속 투자유치도 난항을 겪는 경우를 보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니 사전에 잘 검토해 투자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이 정답이다. 피투자회사 입장에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투자자에게 심리적으로 밀릴 수 있지만 그럴수록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계약서를 면밀히 살펴 확인하는 모습은 투자자에게도 오히려 투자의 확신을 주기도 한다. 현재 투자 얘기가 잘 진행되고 있다면, 상대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전문투자회사(PEF)가 사용하는 양식의 투자계약서 초안 또는 텀시트(Term & Conditions)를 먼저 받아보고 위에 적시한 내용을 잘 점검해 수정 또는 변경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투자계약을 한다면 투자자도 피투자회사도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리하자면 스타트업이라도 마땅히 주장할 건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계약서는 심플하면 심플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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