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시장의 현주소

IT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 놨다. 그 중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는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전화기라 부르기에 무색할 정도. 최근에는 지급결제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금융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 지급 결제 유형에는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간편결제와 오프라인에서 사용되는 앱카드, P2P방식이 있다. 국가별로 선호 방식이 다르지만 이는 국가 제도 차이에 따른 결과다. 모바일 결제 인프라가 구축됨에 따라 국내외로 가상통화를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인도는 위조지폐를 방지하고 검은돈과 테러단체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2년 전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전자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모바일 결제 업체는 정부의 화폐개혁 결정에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얻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0년 안에 인도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결제 규모가 5,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삼성페이와 구글, 왓츠앱 등 글로벌 큰손이 인도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낮은 신용카드 이용률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의 결과로 모바일 결제와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여기에는 ‘선 발전 후 규제‘ 방침으로 관련 산업을 띄워주는 정부의 입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길거리 노점상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일상생활 깊숙이 퍼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올해 총 166조 위안으로 원화로는 3경원에 달할 전망이다. 막대한 사용자수, 기술적 혁신과 제도적 혁신이 맞물려 핀테크 산업이 급격하게 활성화 됐다.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국가 또한 매력적인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성장 잠재력 덕에 많은 해외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동남아는 세계에서 모바일 인터넷에 소비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6시간으로 가장 높은 측에 속한다. 동남아의 인터넷 경제 규모가 2025년에는 2,0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에 따른 모바일 결제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됨에 따라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아직까지 신용카드가 결제지급수단의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보유율은 80.2%, 체크카드 보유율은 66.0%로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 들어 모바일 지급 결제 거래액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중국과는 다르게 신용카드사의 앱카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앱카드는 신용카드 정보를 단순히 모바일에 저장한 것으로 중국의 모바일 결제와는 다른 방식이다. 중국의 계좌 기반 모바일 결제는 가맹점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신용카드 기반 모바일 결제는 수수료가 비싼 편으로 판매자(가맹점) 입장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기가 힘들다. 소비자 또한 신용카드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에서 굳이 자신에게 익숙한 결제 방식을 바꿀 유인이 높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이용자와 가맹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모바일 결제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정책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의 의견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 같은 경우에도 한도가 현재 200만원인데 이에 관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금융위 측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에서 모바일 간편결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6일 열린 ‘모바일 결제 활성화’ 간담회에서는 계좌 기반 앱투앱 방식 등 이용자와 판매자간 혁신적인 모바일 결제 방식이 도입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방식의 도입을 억제하는 규제나 기존 방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제도나 법규는 폐지 혹은 조정해 기술 중립성을 견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암호화폐도 최근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은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원더페이’ 연동을 통해 가상통화 결제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티몬을 창업해 주요 유통기업으로 성장시킨 신현성 티몬 의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1,000억원 상당 결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간 은행이나 신용카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0%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가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코인덕’을 선보인 바 있다. 코인덕은 이더리움 기반 모바일앱으로 결제 즉시 거래 여부를 딥러닝 기술로 판별해 정상 결제로 예상되는 거래를 선승인 처리한다. 가맹점 수수료는 결제액 중 2%로 업계 평균 측에 속하는데 이는 이더리움 특성상 거래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다양해지고 편리해지는 결제 시장에 가상통화가 전통적인 신용카드와 PG사를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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