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출원, 죽 쒀서 개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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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

[인벤트업 칼럼] 애써 한 일을 남에게 빼앗기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한 결과가 됐음을 이르는 말로 “죽 쒀서 개준다”는 속담이 있다.

소비자는 기능이나 설명으로 제품을 특정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브랜드 또는 상표로 제품을 특정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에게 브랜드가 각인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업화가 어렵다. 제품을 출시한 회사가 브랜드를 알리는 일은 사업화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전단지, 팸플릿, 홈페이지부터 검색광고, SNS, 전시회 출품 같은 수단이 총동원된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기억하는 수단이고 동시에 공급자에게 제품을 광고하는 도구다. 마케팅과 그에 따른 브랜드의 인지도가 어느 시점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브랜드가 유명해 질수록 브랜드에는 신용이 축적되고 브랜드 자체가 영업력을 가지게 된다.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상표권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노력에 더불어 인내심까지 필요하다. 유명 SNS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소개를 한번 부탁하기 위해 중국까지 날아가거나 매스컴에 제품이 한번 소개될 수 있도록 담당자를 찾아 삼고초려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정작 브랜드를 알리고 가꾸는 데는 열심이면서 이를 보호하는 데는 의외로 문외한이거나 적절한 보호방법을 마련해 두지 않는 업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문 기술지식이 없으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특허와 달리 제품 브랜드는 전문 기술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모방할 수 있다. 한 가지 제품 또는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브랜드를 직접 베끼거나 인터넷 상 검색어를 선점해 유명해진 브랜드에 편승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다. 이 상황에서 브랜드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죽 쒀서 개 준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적절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상표권을 확보하려면 상표 출원을 통해 상표 등록을 확보해야 한다. 상담 중 많이 받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상표출원을 알아보자.

Q1. 상표권은 왜 필요할까?=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데에는 많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나. 또한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시간과 마케팅 비용이 담긴 브랜드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업무 태만을 넘어 사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브랜드를 독점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하이에나처럼 시장을 살펴보고 있는 경쟁자가 마케팅 효과를 뺏어가게 된다. 동일 브랜드 제품 여러 개가 있으면 제품 신뢰가 유지될 수 없다.

최악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브랜드를 뺏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상표 제도는 원칙적으로 특허청에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 등록의 우선권을 부여한다. 내가 먼저 사용한 상표인데 사업을 실제 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이 먼저 동일한 상표를 출원하게 되면 그 다른 사람이 상표권을 확보하게 된다. 다시 되찾아 오는 것은 법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Q4. 상표 출원은 제품 출시 전에?=상표 출원 심사를 받아 등록까지 받는 데는 대략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남짓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제품 또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면 사업 준비 단계부터 미리 상표출원을 해둬야 실제 사업을 시작할 때 상표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미 상표를 정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해당 상표가 나중에 등록이 안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마케팅이 한창인 브랜드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심사를 통해 최종 등록까지 기간을 절반인 3∼4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도 있다. 물론 우선심사에는 비용이 더 소요되고 상표를 사용 중이라고 하거나 사용 준비 중이라는 입증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

Q5. 브랜드 네이밍과 함께 상표등록 가능성을 검토?=브랜드를 먼저 정하고 상표를 출원해 등록받을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을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상표를 결정한 다음 추후에 상표 등록을 시도하다 실패해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거나 결정한 브랜드를 포기하고 상표등록이 가능한 브랜드로 다시 바꾸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에는 마음에 둔 후보군에 대해 상표 등록 가능성을 변리사에게 사전에 진단 받아 두는 것이 좋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표 등록요건을 간단히 살펴보면 상표출원이 특허청 심사를 통과하려면 상표법에서 정한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여러 요건이 있지만 크게는 1> 상표로서 식별력이 있어야 한다(상표 자체의 자격) 2> 상표로서 다른 선행상표와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다른 상표와의 관계)는 2가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먼저 식별력. ‘진통제’라는 상품에 ‘진통Zero’라는 상표를 출원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표는 상표명과 지정 상품 간 상관성이 높고, 또 상품 성질을 설명하는 설명적 상표 또는 보통 명칭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상표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표 자체로서 자격이 있냐는 것을 식별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식별력이 높은 상표는 무엇일까. 가장 식별력이 높은 상표는 ‘조어’로 이루어진 상표이며 그 다음이 상품의 성질과 상관없이 임의로 선택된 단어인 ‘임의선택’ 상표다. 조어 상표의 예를 들면 SONY나 KAKAO 같은 게 있다. 임의상표로는 Galaxy, Apple, CITIZEN 같은 상표가 있다.

다음은 차별성. 식별력이 상표 자체의 문제라면 차별성은 다른 상표와의 관계의 문제다. 즉 동일 유사한 업종의 타인 상표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표 출원은 어떤 상표를 사용할 것이냐는 ‘상표명(표장)’에 대한 것과 이를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지정상품’이라는 2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정의된다.

즉 먼저 출원되거나 등록된 상표의 상표명이나 지정상품이 유사한 상표출원은 등록 받을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선행 상표와 비교해 상표명과 지정상품 중 어느 하나라도 유사하지 않으면 선행상표가 유명한 상표가 아닌 이상 다른 상표로 취급되어 등록이 가능하다. 따라서 동일 상표명을 여러 업종 걸쳐 다른 상표권자가 상표권으로 보유할 수 있다.

Q8.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 출원해서 등록을 받으면?=우리나라는 상표출원을 먼저 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사용주의를 보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표 출원을 하지 않고 상표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다.

상표권자는 상표 사용자에게 상표사용 중지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상표를 사람에 대해서는 선사용권이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인정한다. 먼저 상표를 사용한 사람에게까지 권리행사를 허락하는 것은 가혹하기 때문이다. 상표의 출원시점 이전에 이미 상표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은 상표를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선사용자는 상표권자의 권리행사를 막을 수 있을 뿐, 여전히 상표권자는 다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선사용자의 유사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상표권에 기반으로 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죽 쒀서 개주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Q7. 상표등록은 각 국가마다 받아야 한다?=한국에 등록 받은 상표는 한국에만 권리를 갖는다. 이런 속성을 속지주의라고 한다. 속지주의를 따르는 상표권의 속성 때문에 국가별로 별개의 상표권이 존재한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경우 한류 영향으로 한국 상표를 모방출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상표권을 되찾아 오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까다롭다.

실제 화장품 분야 고객 브랜드를 중국 및 동남아에서 중국 업체에게 선점 당해 이를 되찾아 온 적이 있었는데 국가마다 심판이나 소송에 준하는 절차와 입증 과정을 진행했던 탓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 경험이 있다.

Q8. 하나의 상표하나의 상표권?=상표출원은 특허출원에 비해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은 편이고 절차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또 한번 등록된 상표는 10년마다 갱신을 통해 권리를 연장할 수 있어 축적된 브랜드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열 기술 부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표권 확보 없이는 브랜드를 잘 키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일단 상표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표에서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표에서 바뀌지 않는 것은 상표 명칭이다. 브랜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순수하게 명칭 자체에 대한 상표출원을 하는 것이 좋다.

상표 명칭을 한번 등록받으면 원래의 상표권자 외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명칭 또는 로고가 추가된 상표를 해당 업종에서 등록 받을 수 없다. 로고 없이 명칭만으로 이뤄진 문자 상표를 먼저 등록한 이후 디자인된 문자 또는 로고화된 문자를 추가하거나 또는 해당 명칭에 다른 부가명칭을 붙여서 등록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본 명칭에 대한 문자상표는 10년마다 갱신을 통해 계속 유지하면서 시대에 따라 변하는 문자의 디자인 형태 또는 로고는 한번 상표권을 획득한 후 갱신 시점에 유지할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열 기술 안 부럽다.

About Author

조욱제 특허법인 MAPS 변리사
/ wjcho@mapsip.com

특허법인 MAPS의 공동대표 변리사로 스타트업의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해주는 인벤트업(InventU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및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파트너로 엔슬파트너스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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