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른 韓 30대, 조 기업 이끄는 中 30대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가까이 지내는 한 30대 초반 스타트업 대표가 거의 매일 듣다시피 하는 말이다. 32세 나이에 취업을 포기한 채 자기 손으로 업을 일궈가는 그 친구가 50대 거래처 사장들,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얼마나 기특하고 특이하게 보였을 지 짐작은 간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한국의 20∼30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평범한 한국 20대는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업을 한 사회 초년생이고, 30대는 한 조직의 일원으로 결혼과 육아, 가계 대출 상환의 압박에 목메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20대 혹은 30대를 만났을 때 그의 연령대와 학력 혹은 직장을 알고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을 추측해 보면 그 추측이 아주 틀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 청년들의 활동이 평균 지향적이고 안정 지향적으로 바뀌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다. 다만 느낄 수 있는 분명한 현실은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때에 맞는 임무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메여 살고 있으며 그 길에서 벗어난 삶을 살 경우에는 실제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사회적 편견과 압력에 부딪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스타트업 대표도 어린 나이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비즈니스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혹은 이용만 하고 정당한 급부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많은 나쁜 사람을 만나봤다며, 아직도 많은 기성세대들이 속으로는 ‘30대까지는 사회 경험이 많지 않아 창업하기 이르다.’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중국 대기업, 스타트업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낀 가장 신선한 충격은 나이 편견, 젊은 나이에 대한 불이익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 비즈니스 혹은 네트워킹에서 아주 친밀한 관계가 아닌 파트너를 만날 때 상대방이 젊든 나이가 들었든 형님 아우 같은 말을 듣거나 뱉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태 만난 대다수 중국인들은 그 연령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연배가 한참 높은 사람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도 그 누구도 나이가 어렸던 필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두 나라가 왜 이렇게 다를까?’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이 문제의 해답을 얻기 위해 필자는 중국판 카카오톡 격인 텐센트에 근무하는 중국 파트너 (30대 초반의 부장급 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한편으로는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대답을 들었다.

“32세가 어린 나이라고? 우리 회사에선 늙은 나이야. 우리 회사 평균 연령이 31세야, 30대 중반이면 우리 회사에서 부문장을 할 수 있을 나이지. 요즘 중국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회사 중에 나이나 연공서열을 따지는 회사 없을 걸? 중요한 건 능력이야. 우리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시가총액 수십 조짜리 유니콘 기업 상당수를 30대 대표가 운영하고 있어. 수백 조 기업을 움직이는 우리 회사 회장님은 71년생이야, 그분도 30대에 이 회사를 창업하셨지. 너도 어디 가서 나이 같은 소리 하지마. 프로페셔널 하지 못하다는 이야기 듣는다.”

정신이 번뜩 든 필자는 중국 후룬 보고서가 발표한 2018년 1분기 중국 유니콘 랭킹 中 Top 10으로 선정된 기업 창업자 연령을 하나하나 조사해봤다. 그 결과 대기업 계열 회사를 뺀 6개 회사 중 무려 4개, 디디추싱(모빌리티 기업, 기업가치 약 51조, 대표 쳉웨이 1983년생), 메이퇀 디앤핑(음식 배달 등 O2O 서비스 회사, 기업가치 약 34조, 대표 왕싱 1979년생), 진르 터우탸오 (AI 기반 뉴스서비스 회사, 기업가치 약 34조, 대표 장이밍 1983년생), 콰이쇼우(Social Network Service 회사, 기업가치 약 17조, 대표 수화 1982년생) 대표가 아직 30대라는 놀라운 결과를 발견하게 됐다.

30대 유니콘 기업 총수가 계속 등장하고 ICT 대기업에서 20∼30대 부장, 부문장 승진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며 청년 VC투자자가 수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중국. 우리는 이런 중국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나이나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이 우선하는 것이 당연하고 젊은이의 도전을 특이하게 여기지 않는 중국의 문화 제도가 중국을 4차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면 우리도 좀더 경쟁력 있는 미래를 맞기 위해 편견 없는 시각으로 젊은이를 바라보고 그들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문화와 사회, 기업 구조를 갖춰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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