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가 말하는 “블랙엔젤 피하는 법”

초기기업에 펀드레이징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그러나 적시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만큼이나 누구에게 투자를 받느냐도 중요하다. 소위 “블랙엔젤”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투자 대가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거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 불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받는 순간, 섭정이 시작된다. 사업 계획부터 채용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는 엔젤투자자 때문에 후속투자는 커녕 사업이 존폐위기에 처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블랙엔젤을 피할 수 있을까.

SK 전략실, 카이스트창업투자지주를 거쳐 현재 액셀러레이팅 기업 컴퍼니비에서 근무 중인 정재호 이사는 “당장은 1,000∼2,000만 원 더 투자해주는 곳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땐 멀리 봐야한다”며 나쁜 투자자를 거르는 3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는 해당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꼭 확인해야한다는 것. 이전에 투자했던 기업이 투자 이후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면 투자자의 안목은 물론 투자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둘째 투자자가 돈을 얼마나 주느냐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지, 거기에 따른 이해관계는 어떤지 체크해야한다. 투자하고 나서는 본인이 만든 개발사를 억지로 연결시키려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핵심가치에 직접 관여하려는 투자자는 위험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직접 해야 한다. 개발이 핵심인 회사인데 투자자가 직접 해주겠다거나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겠다고 한다면 막아야 한다.

정 이사는 “이런 걸 구분하지 않고 무턱대고 투자를 진행하면 기업이 위험해진다”면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여러 명에게서 자금을 조달해 특정 개인 투자자의 입김을 덜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는 모두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이 중에 액셀러레이터는 시스템과 조직을 갖춰 기업 경영에 자문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차별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젤투자자도 조합 형태로 모여 경영자문 등 액셀러레이터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일이 많고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엔젤투자와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진행하는 등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정 이사 역시 액셀러레이터이면서 개인 엔젤투자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로 18개 기업에 자금을 조달했다며 좋은 투자자를 만나려면 열심히 돌아다녀야한다고 말한다. 데모데이도 다니고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행사에 가서 명함도 전달하며 자신을 알려야 한다. 온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유치 의사를 전달하면 와디즈 같은 플랫폼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엔젤투자자와 VC가 펀딩 이후 따로 연락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좋은 투자자는 창업자와 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전 그 팀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창업을 해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 자사의 제품/서비스가 어떤 영향을 만들기 원하는가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문제 정의가 잘 된 팀이어야 어떤 상황에 닥쳐도 무너지지 않는다. 초기 기업은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가야할 길, 다시 말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내겠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있는 팀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솔루션은 창업팀과 투자자가 함께 노력하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

좋은 투자자를 만났다면 기업 가치를 잘 협상해야한다. 정 이사는 초기 단계에 높은 밸류로 평가받으면 대단한 기업이 된 것 같지만 이는 자칫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많은 투자금을 조달하면 좋다. 하지만 시리즈 A에서 B, B에서 C로 넘어가려면 처음 기업가치보다 몇 배에 달하는 성과를 만들어야한다.

시드단계나 시리즈 A에서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측정되면 이후 투자유치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 잘못 받은 투자 때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초기투자유치를 할 때 기업의 성장 단계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와디즈캐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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