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균이 가죽이 되는 상상, 현실이 된다 ‘마이셀’

“아이들, 지구에 사는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두려움 없는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하고 싶다” 현대자동차 사내스타트업 마이셀 사성진 책임이 딸들과 원주 기후변화센터를 찾았을 때였다. 한 전시물 앞, 딸 아이가 말했다. “너무 무섭다” 전시물은 해수면 높이가 1.5도만 높아져도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딸 아이는 3일을 내내 울었다. ” 거대한 환경 변화 앞에서,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며 그저 생존을 위해 사는 것이라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 책임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쓰고 버리고 지구를 병들게 하는 산업체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자연 순환 구조로의 전환이다.

“자연 자원의 순환성은 이미 완성됐다. 석탄기 말, 균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지구 표면에 쌓여있던 대량 목재를 균들이 분해하기 시작했다. 균의 등장으로 세상에 쓸모를 다한 것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사 책임은 2016년,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 선발에 응모하면서 지속가능한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 영역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그가 발견한 건 머스칸이 만든 버섯 가죽이었다. 머스칸은 버섯균을 배양해 대체 가죽을 생산하고 있었다. 자연에서 유래한 버섯균은 쓸모를 다한 이후에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국 농업 인프라와 연결하면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다고 봤다. 마이셀은 사내스타트업으로 선발되며 균사와 소재 가공 연구에 돌입했다.

마이셀은 생물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자연방식에서 원료를 찾았다. 원료 물질인 버섯 배양체를 얻는 ‘라이필로’ 기술이다. 라이필로는 기존 버섯재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버섯 재배는 갓 형태로 생긴 자실체를 목적으로 한다. 버섯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생장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다. 균사 배양체의 경우 균의 대사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산소 농도, 영양분 조성 등을 통제한다. 예컨대 마이셀의 경우 버섯균을 자실체를 갖춘 버섯으로 배양하는 게 아니라 매트 형태로 부풀어 오르도록 배양한다. 사 책임은 “생장과 관련한 변수를 조절해 배양하고 이를 통해 소재 목적에 맞는 원재료를 얻는 ‘생물전환제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톱밥배지에 버섯균을 배양했다. 버섯 재배를 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이지만 소재 자체 강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마이셀은 반액체 형태 배지에 주목했다. 톱밥 배지 방식보다 배양이 빠르고 균사 배양체의 물리, 화학적, 특성에 따라 원하는 질감을 얻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균 배양후 버려지는 톱밥 배지와는 달리 부산물을 활용할 수도 있었다. 현재 라이필로를 통해 필름 형태 가죽 대체제 라이필름, 라이텍스, 라이에센스 제품군 원재료를 얻고 있다. 라이필름과 라이텍스가 균사 배양체를 가공하는 방식이라면 라이에센스는 균사 매트 배양 후 배지 내에 남은 효소 물질을 이용한다.

버섯가죽 ‘라이텍스’

“라이텍스는 3단계를 걸쳐 만들어진다. 1단계는 균사 배양체를 빠른 시간에 높은 밀도, 치밀한 조직으로 배양하는 단계다. 적합한 균을 선별하고 각 영양조건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현재 새로운 균과 무작위 유전자 변형을 통해 후보생물군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2단계는 배양된 균사체를 가죽화하는 단계다.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동물처리과정이 아닌, 마이셀 고유 방식을 따른다. 마지막으로 가죽화된 배양 균사체를 염색, 도장, 코팅하는 과정이다”

라이필름과 라이텍스는 대체 가죽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 라이텍스는 일반적으로 소비재에서 활용 가능한 지갑, 가방 등 패션분야를 비롯한 소비재에 쓰인다. 품질은 가죽 공방에서 사용할 정도라는 게 사 책임 설명이다. 실제 라이텍스로 만든 가죽을 만지면 실제 가죽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죽 특유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약 2,000평 배양 규모를 갖추면 국내 가죽 생산의 6%를 생산할 수 있다. 하루 생산되는 48SF 원피 2,000장 규모다. 사 책임은 “버섯 재배 자체가효율성이 높다”며 “버섯 농업 배양 시설 규모가 약 1~2만평만 돼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필름의 경우 가죽 차량 내부 부품, 전자제품 등 내구재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사 책임은 “현재 대체 가죽은 원단형태의 가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활용 부분이 패션 잡화 일부로 제한되어 있다”며 “라이필름은 비거니즘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내구재가 될 것”으로 봤다. 자동차 업계도 비건 소비자 층을 고려한 소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테슬라는 이미 동물가죽 대신 대체 소재를 차량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벤틀리 또한 차량 인테리어에 버섯, 해파리, 단백질 가죽을 동물 가죽 대체제로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에센스는 화장품을 만드는데 활용되는 원료다. 사 책임 “라이에센스는 배양부산물에 남아있는 버섯 체외다당체, 효소, 합성아미노산 등 유용물질을 이용해 만든 화장품 원료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균사 배양체 부산물을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생산 프로세스를 설계하면서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기술 개발 업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화장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줄기세포 배양액을 원료로 한 화장품은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선보이는 동시에 캐시카우로 활용할 수 있다.

사 책임은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실제 공정 과정이나 부산물 낭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녹색세탁을 경계했다. 마이셀은 출범과 동시에 행위 기준을 세운 이유다. 폴 호큰 저작 <자연자본주의>에 제시된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생물 모방을 통한 생산, 부산믈 최소화를 위한 극단적 효율성 추구, 자원 재활용을 위한 공유 서비스 디자인, 생태계를 유지하는 자연 자본으로의 투자가 그것이다. 정리하자면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낭비 없이 활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상품화 과정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라이필름과 라이텍스를 가죽으로 만드는 과정은 3단계. 일반적으로 동물 처리과정은 10단계에 이른다. 이 때 각 단계마다 맹독성 화학물질 처리가 이뤄진다.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공업 용수가 활용되고 높은 수준의 수질환경오염이 발생한다. 균사배양체로 가죽을 대체할 경우 화학처리 단계가 필요치 않아 단위면적당 물 사용량을 99% 절감할 수 있다. 염색 과정 또한 천연 염색으로 환경 부담을 최소화했다.

사 책임은 마이셀 분사 시점을 내년 2월로 바라보고 있다. 분사 후 1년 실증기간 동안은 생산성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해외 생산시설 구축과 바이오매스로 버섯 배지를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푸드테크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비건 시장이 커지고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대체육을 만드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신규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궁극적인 목표는 생산하고 쓰고 버리는 선형구조에서 다시 이전의 순환 자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다” 사 책임은 나아가 균류를 이용해 생활폐기물을 자연순환 사이클에 넣을 수 있다고 봤다. 플래스틱을 분해하는 버섯균에 대한 논문도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사 책임은 “인간의 활동을 통해 나오는 다양한 폐기물을 자연 순환 사이클에 넣어 자연 자본을 확장하고 싶다”며 “지속가능한 자연생태계와 인간의 공존을 만드는 것이 마이셀 구성원의 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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