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어디까지 알아보고 왔니?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와 처음 만났던 건 지금은 인덕션이 되어 버린 아이폰이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때입니다. 그때 저는 막 법률을 배우던 학생이었는데 알고 지내던 분이 사업을 하겠다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계셨습니다. 모바일로 콘텐츠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을 설명하던 그 분의 입에서 처음 이 말을 듣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 회사지.”

그게 뭐에요?”

고속 성장하는 로켓을 의미하는 거야!”

구글 전 CEO 에릭 슈미트가 페이스북 COO가 일자리를 알아볼 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사실은 한참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시대는 급변해 스타트업이 이전에 사용되던 벤처를 밀어내고 사실상 공식용어로 활용되는 때가 도래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창업되고, 또 많은 예비창업가가 미래의 유니콘이 되기를 꿈꾸며 창업을 준비합니다.

이런 꿈을 창업가가 꿀 수 있게 되고 고속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창업할 수 있게 된 것은 스마트폰과 글로벌 모바일 마켓(앱스토어/구글플레이)이 열린 덕이 큽니다. 하나의 상품/재화/서비스를 만든 후 고객과 접촉하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판매처를 뚫는 일은 기존 제조업 중심 대기업 경제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축으로 하는 모바일 앱 마켓에서는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서비스를 위한 마케팅과 서비스 판매가 훨씬 용이해진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꿈을 시작하기 위한 단계, 창업은 언제 어떻게 시작될까요?

처음부터 기초 자본금을 충분히 갖고 사무실을 대여하고 업종을 확정해 서비스나 물품을 판매하거나 중개할 수 있다면 법인부터 설립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창업가는 충분한 씨드머니를 갖고 있지 못하고 때문에 펀드나 금융기관의 투자 또는 대출을 통해 씨드머니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 확립입니다.

일단 사업 모델이 확정되어 있어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고, 또한 초기 팀 빌딩을 위해 구성원을 모을 때 구성원에게 설명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창업자 본인이 사업 비전과 실제 액션 플랜을 정확하게 수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할 때,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이 놓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리걸 이슈, 법률 문제 입니다.

제게 처음 이 스타트업이라는 용어에 대해 설명했던 예비창업가는 당시에는 아직 정착하지 않았던 ‘E북’ 업체를 창업하고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E북’이란 컴퓨터에서 불편한 플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읽는 것으로 그다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현재는 일반화된 유료 구독 모델은 더욱 먼 이야기였습니다.

예비창업가도 유료 구독 모델도 당시에는 꿈도 꾸지 않았고 ‘모바일 광고’ 무료 이북과 저렴한 가격의 책 판매를 모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모바일 광고를 도입해 책에 넣으려 하니 당장 표시광고법이 문제가 됐고 극단적으로 책 가격을 낮추려고 하자 이후에 도입된 도서정가제가 또한 문제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표류하게 됐고 사업 전체가 시작하기도 전에 위기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예비창업가는 제게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찾아오게 됐고 비즈니스 모델의 적법성과 돌파구, 그리고 일종의 법적 우회로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최근에 규모는 훨씬 큰 사업이지만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여전히 숙박업법률 인허가 문제에 시달리고 공유주방이 위생관리법 문제에 직면하며 무엇보다도 타다가 이른바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위반 문제로 검찰에 기소된 것도 결국 비즈니스 모델의 적법성 문제입니다.

당연히 이 문제는 어떤 변호사에게 예비창업가님이 들고 간다고 하더라도 쉽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방향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이런 방향은 적법한지, 저런 방향은 어째서 위법한지 변호사에게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최소한 위법 논란은 있더라도 검찰에 기소 당하지는 않는 우회로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당시에 결국 이 예비창업가는 정가가 문제라면 정가 자체를 낮추면 되는 게 아니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 결과 연재 형태로 책의 형태를 바꾸고, 연재물 자체의 단가는 분량이 작다는 이유로 가격 자체를 연재 회차만큼 다운시키는 형태의 우회로를 찾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방식 자체는 기 출판된 작품에는 적용되기 어려웠고, 다시 우회로를 찾다가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출판물을 이북으로 만들거나 신진 작가를 찾아 웹콘텐츠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수립하게 됐습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적법하게, 또는 우회로를 통해 수립한 결과 이 비즈니스 모델이 웹툰/웹소설 콘텐츠와 만나게 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현재는 사실상 성공 후 엑싯한 이 창업가의 일화에서 여러분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중요성이나 성공할 때가지 기다리는 뚝심, 피벗의 중요성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호사 관점에서 볼 때 이 창업가는 처음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변호사에게 가지고 왔다면 초기의 사업 혼란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스타벅스에서 첫 비즈니스 모델을 동업자나 팀과 같이 만들 때, 아이디어나 시장성만 보시지 말고, 한 번쯤 아는 변호사에게 들고 가는 지혜를 발휘하시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세상에 변호사는 많고, 이 정도 상담을 해줄만한 변호사도 그 중에는 있을 겁니다.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은 스법센(스타트업을 공부하는 청년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과 벤처스퀘어가 진행하는 연재물이다. 스법센은 법률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모델, 성공 케이스에 대해 공부하는 변호사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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