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핀테크 시장이 해외 사례를 활용하는 법

전세계적으로 IT와 금융의 융합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국경간 상거래가 급증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도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소비자와 산업의 거래 습관과 환경에 변화를 촉발 시키며 핀테크 기업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핀테크(FinTech)는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금융서비스의 변화로는 모바일, SNS,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기술 등을 활용하여 기존 금융기법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이 대표적이며 최근 사례는 모바일뱅킹과 앱카드 등이 있다.

삼정 KPMG의 ‘2020 한국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5개국(호주·홍콩·일본·싱가포르·한국) 가운데 투자 규모 면에서 현재 호주가 최대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성장률 측면에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267%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은 지난 2012년 76개에 불과했지만, 7년이 지난 2019년 기준 345개로 크게 증가한 상태다. 정부 또한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는 등 산업의 성장 틀이 갖춰지며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은 시장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핀테크 스타트업은 해외 우수사례를 참고해 국내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하며 시장 활성화는 물론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 한국판 인튜이트 ‘자비스앤빌런즈’

AI 세무회계 플랫폼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 ‘삼쩜삼’을 주축으로 세무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며 한국판 인튜이트(Intuit)로 떠올랐다.

미국의 금융 핀테크 종합 서비스 업체 인튜이트는 한화 기준 자산 연매출 9조, 자산 12조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자국민들의 세금 신고 및 환급 플랫폼인 터보택스로 잘 알려진 인튜이트는 지난해 핀테크 스타트업 크레딧 카르마를 인수하며 이를 발판삼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개인과 기업 대상의 통합 금융 솔루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 역시 삼점쌈 서비스를 통해 700만에 달하는 국내 사업소득자 시장에 주목해 N잡러,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등 소액의 세금신고 대상자들에게 보다 간편한 세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무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국내 개인 세금신고 시장의 파이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10월 기준 66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삼쩜삼이 머지않아 국민 세금환급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연내 삼쩜삼 연말정산 기능을 새롭게 선보이며 세금 서비스 대중화에 나선다. 이에 더해 보험금 신청, 실업급여 등 국민 모두가 손쉽게 세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의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 한국판 그랩 노리는 ‘토스’, 타다를 품은 진짜 이유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는 최근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를 전격 인수하며 각 서비스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금융과 모빌리티가 결합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나섰다. 토스는 본격 시장 공략에 앞서 동남아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랩’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랩은 2012년 콜택시 앱으로 시작해 2014년 우버와 같이 개인 차량을 공유하는 모델을 선보인 이후 몸집을 키우면서 페이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동남아를 대표하는 슈퍼 앱으로 성장했다. 그랩은 오는 2022년 초 인터넷 은행 정식 출범을 목표로 현재 결제와 송금, 대출, 보험, 투자에 이르기까지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금융 서비스 거래액이 무려 9조 9500억 원에 이른다.

토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연간 매출액이 약 12조 원에 이르는 국내 택시시장에서 간편결제 이용자를 늘리고 복합 금융 앱으로서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2000만 토스 고객과 900만 타다 고객을 대상으로 확장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 한국판 펀딩소사이어티스 ‘윙크스톤파트너스’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서비스 ‘윙크스톤’을 운영 중인 윙크스톤파트너스는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상공인(SME) 대출자에 대한 중금리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업자들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윙크스톤은 지난 2019년 첫 금융상품을 선보인 이후 10월 기준 누적상환액 615억 원을 달성하기까지 단 한 건의 원금 손실 없이 모두 상환해 ‘연체율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또 사업 초기부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자에 집중한 윙크스톤은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구축해 맞춤형 중금리 상품을 선보이며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한 것은 물론 투자자들에겐 승인율 10%의 엄격한 절차를 거친 우량 투자상품만을 공급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윙크스톤파트너스가 벤치마킹하는 회사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SME 디지털금융 및 P2P플랫폼을 제공하는 펀딩소사이어티스다. 펀딩소사이어티스는 핀테크 불모지나 다름없던 동남아시아 대출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며 핀테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싱가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수많은 중소사업자들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누적상환액이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펀딩소사이어티스는 1.27%의 낮은 연체율을 유지하며 추산되는 기업가치만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윙크스톤 역시 SME 대상의 인보이스 파이낸싱(invoice financing)을 통한 현금흐름 분석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하면서 고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중소상공인 대출자에게 자금을 제공해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는 물론, 평균 10.27%의 수익률과 투자 손실 없는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 글로벌 탑 티어 앤트그룹 성공 사례 적용한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은 해외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 업계 탑 티어로 불리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세계 디지털금융 기업 중에서도 앤트그룹이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성공 사례를 적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앞세워 대출, 보험, 은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대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특히 AI 기술에 기반해 신용 평점을 산출 및 평가하는 ‘즈마 신용’을 활용해 재무제표에서 신뢰도가 낮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에 관한 결제, 판매, 재료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 능력 평가의 확장성을 가져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알리바바의 앤트그룹처럼 플랫폼 내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토대로 금융 서비스 모델을 고도화하고 중소상공인들의 자금 융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쇼핑·결제·송금·증권·보험까지 다양한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고객들의 금융 생활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다.

◆ 롤모델 아마존 판박이 ‘쿠팡’

쿠팡은 지난해 8월 쿠팡페이를 분사시키면서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페이(쿠팡페이)는 비밀번호 입력이나 지문인식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원터치 결제 시스템으로, 쿠팡이 자체 개발한 부정거래 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2015년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쿠팡페이의 누적 결제 금액은 11조 1266억 원으로 네이버페이(12조 8288억 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고, 가입자 수도 2145만 명을 넘어선다.

현재 쿠팡과 쿠팡이츠 내에서만 서비스가 이뤄지는 쿠팡페이는 온·오프라인 쇼핑 사이트 등 외부로 사용처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지난해 7월 쿠팡이 특허청에 ‘나중 결제’라는 상표를 등록하면서 후불 결제시스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쿠팡은 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이 아마존페이를 앞세워 종합 핀테크 서비스에 뛰어든 것처럼 쿠팡페이 역시 간편결제를 넘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실제 아마존페이는 대출중개, 신용평가, 온라인 펀드, 보험 등 금융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빅테크 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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