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N년차인 당신은 누구와 어떤 협상을 하는가?

스타트업의 협상전략 1 – LIST OF DEMANDS 다루기

스타트업 N년차인 당신은 누구와 어떤 협상을 하는가?

협상의 상대를 ‘장기적인 관계’와 ‘단기적인 관계‘의 측면으로 나눠보자. 단기적인 관계는 일회성의 거래를 하는 경우로, 중고차 딜러와의 협상이 그 적절한 예다. 가격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다시 볼 일 없는 상대방과의 ‘관계’는 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

반면, 정부기관, 투자자, 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당연히 ‘장기적인 관계’에 해당한다. 일관성이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신뢰가 쌓여 있어야 한다.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니까.

그런데도, 협상이라 함은 어차피 거절당할 제안임을 알면서도 더 높고 낮게 시작해야 그나마 내 목표에 근접할 것이라는 협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다. 하이볼과 로우볼 (high ball & low ball) 전술은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크게 효과가 없다. 양측 모두 의미 없고 지리한 협상에 에너지를 낭비하면서도 이를 반복할 경우, 상대방의 수는 읽히게 되어 신뢰도 갉아먹는 결과만 초래한다.

애초에 신뢰가 없는 경우라면, 나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전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굴복시켜 내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은 협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투쟁에 불과하다. 협상은 투쟁이 아니다.

자, 이제 우리는 투자자를 만나러 가야 한다. 물론 투자자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좀 다르다. 투자자는 나와는 다르게 내 기업의 가치를 매길 것이며, 의결권 측면에서도 이사회에 들어오려 한다 던지, 지분을 더 가지려 한다던지 나와는 의견이 많이 다르다. 아무튼 최대한 그들의 요구 조항을 줄이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가정하자. 물론 투자자의 경우, 투자 받을 회사의 요구가 많은 경우에도 똑같이 해당한다. 이 경우, 바로 상대방의 요구사항이 복수조항 (LIST OF DEMANDS)일 때 특히 도움이 되는 협상 기술을 알아보자.

이 기술은 ‘MPC (Multi Pointed Claim)기법’이라고 칭한다. 복수항목을 요구하는 쪽과 이를 방어해야 하는 쪽은 당연히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요구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가 구사하는 테크닉이 다르다.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먼저, 복수 항목 (LIST OF DEMANDS)을 요구하는 쪽이다. MPC – Basket 전략을 사용한다. 아래의 순서를 따른다.

  • 개별 항목에 집중해서 항목 별로 상대방의 답변을 요구한다. 마치 하나의 항목밖에 없는 것 마냥, 이유와 근거로 무장해서 요구하며 설득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한다.
  • 답변의 형태는 보통 ‘Yes’, ‘No’, ‘Pending’ 또는 ‘부분 동의’의 4가지 답변으로 나누어진다.
  • Yes를 받은 항목들을 모두 바스켓에 넣는다. 잡은 물고기이니 잠시 잊어버리고, 다시 남은 항목으로 돌아간다. 더 강한 논거나 감정적인 방법으로 설득을 다시 시작한다.

MPC-Basket 전략은 이미 합의가 된 항목을 협상테이블에서 빼고 (내 바스켓에 넣어 놓고) 나머지 항목을 협상하는 방식이다. 내가 잡을 물고기를 다시 돌려줄 일이 없는 만큼 협상에 유리해진다.

 

반대로, 요구를 받아 이를 방어해야 하는 자는 MPC – CATA (Can’t hAve Them All)의 전략을 사용한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할 수 있다.

  • 상대방이 요구하는 개별적인 항목을 모두 경청한다. 피드백이나 의견을 제시해선 안 되며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말하면, “더 요구할 게 남아있는가?”라고 계속 묻는다.
  • 모든 항목에 대한 요구가 끝났다면, ‘이번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1~2가지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의 이유를 묻는다.
  • 상대방은 “다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지혜로운 대화로 우선순위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여러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아야 저희도 방법을 찾기 쉬워진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 저희 의사결정자를 내부에서 설득하기가 어려워진다’, ‘저희도 우선순위를 알려주겠다’ 등의 대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상대방의 우선순위를 알았다면 일은 쉬워진다. 우선순위에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을 먼저 제외시킨다. 나의 우선순위와 이유 또한 알려준다.
  • 다음 협상에서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 남은 항목만 협상테이블에 올린다. 그러나 이 또한, 그냥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잊지 말자. 협상은 상호간에 TRADING하는 것이다! 이를 내가 가능한 테두리안에서 양보(Concession)는 동시에, 요구할 것(Wish List)이 포함된 역제안 (Considered Counter Proposal)을 준비한다.

MPC – CAT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항목의 요구에 대해서 절대로 Yes, No 등의 확답이나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MPC 전략에서는 요구하는 쪽 (BASKET)과 요구를 듣는 쪽 (CATA)의 전략이 서로 다름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단 투자자 뿐 아니라 임직원과 협상 시에도 유용한 전략이니 기억하자. 그러나 무엇보다도, 협상테이블에 앉을 때에는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일 것이다. 거기에 협상의 구조와 기술을 익히면 의미 없는 감정과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는 건설적인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협상은 상대방의 말은 하나도 안들어주고 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하여 승리라고 표현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결국 WIN-WIN이어야 한다. 왜냐면, 협상의 정의는 “갈등 상황에서 덜 중요한 항목을 더 중요한 항목과 교환하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벤처스퀘어의 입장이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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