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와 전직장 사이 체결되는 전직금지 관련 약정의 유형 및 그 효력

근래에는 직원과 회사 사이 체결되는 전직금지 관련 약정의 유형이 다양해졌다. 그런데 판례는 체결되는 전직금지 관련 약정의 유형별로 그 효력 인정 여부와 효력이 인정된다면 약정된 내용 그대로 인정해 줄 것인지 즉, 그 인정범위를 달리하고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1. 경쟁사 또는 동종업체로의 ‘이직을 금지한다’는 약정의 경우

직원이 입사할 때 체결하는 근로계약서, 직원이 퇴사할 때 작성하는 비밀유지서약서 등 직원과 회사 사이 체결되는 계약서에 ‘경쟁사 또는 동종업체로의 이직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직원이 이러한 전직금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에 사인했다면, 그 효력은 조건 인정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직금지약정’은 직원에게 보장된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약정이기 때문에, 통상의 약정과 달리 그 효력이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이 되고 있다.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판례는 ① 전직금지기간, 범위가 적정한지에 대하여 고려함은 물론 ②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③ 근로자가 전직금지가 필요한 지위 및 업무에 종사하였는지 여부 ④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⑤ 근로자의 퇴사에 배신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 효력을 주장하는 사용자에게 있다. 때문에 전직금지 소송을 하려는 회사는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여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그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아 퇴사한 직원의 전직을 금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전직금지약정을 할 때에는, 위와 같이 판례가 제시하는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한 기준들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유의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무턱대고 장기간, 광범위한 전직금지의무를 부과하거나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지득한 적이 없어 전직을 금지할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전직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판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임에도 전직금지약정을 무작정 체결했다 그 효력의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종종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려고 했으나 직원이 그 작성을 거절하여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지 못하거나, 회사 입장에서 미처 이러한 약정을 체결해둬야 하는 사실을 모르고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이렇게 전직금지약정을 못한 경우, 직원의 전직을 금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까. 그렇지는 않다. 전직금지약정의 목적이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한 경우라면 가능하다. 전직금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법률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제4호에서는 영업비밀이 침해된 경우 침해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판례는 필요한 조치의 내용으로 전직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 침해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 청구권에 근거해서라면 전직금지 소송이 가능하다. 단, 이 청구권에 근거해서 소송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보호하려는 대상이 영업비밀에 해당해야만 한다. 여기서 영업비밀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사의 중요 정보가 아니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이 정한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갖춘 경영상, 기술상의 정보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직금지청구를 하기 전 회사의 중요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부터 먼저 검토해야 보아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 경쟁사 또는 동종업체로 ‘전직하면 퇴직위로금 등 회사로부터 받은 금전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의 경우

과거에는 ‘경쟁사로의 이직을 금지한다’는 내용만 포함된 전직금지약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직을 금지하는 내용 외에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 퇴직위로금 등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전을 반환한다’ 또는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 일정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약정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앞서 전직금지약정은 그 효력을 엄격히 인정하기 때문에 그 유효성을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고 살펴보았는데, 경쟁사로 이직 시 전직장으로부터 받은 금전을 반환하거나 전직장에 일정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약정의 효력 역시 엄격한 판례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인정될까. 그렇지 않다. 판례는 직접적으로 이직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간접적으로 이직을 금지하는 이 약정들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환하거나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전은 무조건 ‘전액’ 반환하거나 지급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판례는 이직 시 회사로부터 받은 금전을 반환하거나 일정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의 효력은 인정하는 대신 반환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금전의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라면 반환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금액의 범위를 제한해주고 있다.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경쟁사의 이직으로 인하여 이전직장에 미치는 피해의 규모, 퇴사한 시점과 이직한 시점 사이의 간격, 같은 직종의 회사가 아닌 다른 직종의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가능성, 전직금지의 대가로 지급받은 금전이 있다면 그 규모, 퇴사자의 생계 위협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로 보이는 경우 감액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 경우는 그대로 인정되므로, 약정 시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도록 그 적정선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최근 반환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금전 액수를 제한하는 데에서 나아가 ‘경쟁사 이직 시 회사로부터 받은 금전을 반환하거나 일정금액을 회사에 지급한다’는 약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판례가 등장했다. 전직금지의무 위반 시 금전 반환, 금전 지급 약정 역시 간접적으로는 전직금지약정으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전 반환 또는 금전 지급의 조건이 되는 ‘경쟁사로 이직한 때’를 엄격하게 즉, 직업 선택의 자유를 덜 침해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판례는 퇴사자 작성한 각서에 ‘명예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한 경우 퇴직위로금을 반환한다’라고 기재되었던 사건에서, 명예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한 경우 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순한 경쟁업체에의 재취업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쟁업체에 재취업하였고, 재취업 직장이 원고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어 원고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보아야 한다고 제한 해석하였고, 판례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로 보건대 퇴사자가 경쟁사로 전직하긴 했지만 전직장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하여 전직장에 손해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는 아니라고 보아 전직장의 퇴직위로금 반환청구를 기각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4924 판결).

3. 회사와 근로자 사이 ‘근로자가 일정기간 근무하는 대가로 약속이행금을 지급받되 약정한 기간 동안 근무하지 않고 퇴사하는 경우 회사에 약속이행금의 두배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의 경우

앞서 살펴본 두 유형의 약정과는 다르게, 회사와 근로자가 일정기간 근무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고 그 대가로 약속이행금을 지급받기로 하면서 약정한 기간 내 퇴사하는 경우 두배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도 직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기러한 반환 약정의 효력은 인정될까. 판례는 이러한 퇴사 시 약속이행금 반환 약정은 효력이 없으므로 근로자가 약정기간 이전 퇴사한다고 하더라도 약속이행금의 2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8.10.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판례가 퇴사 시 약속이행금 반환 약정의 효력을 부인했던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20조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계속 근로하도록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계약 체결시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 판결 중 일정기간 회사에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회사 합병에 따른 매각위로금 받은 근로자가 약정기간 전 조기 퇴사한 경우 지급받은 위로금을 월할 계산해 반납하기로 한 약정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는 위약금 약정으로 볼 수 없고, 그러한 약정은 유효하다고 본 판결이 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이 같은 약정이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계속적인 근로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2014년 S사가 H그룹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직원들은 ‘S사 매각대응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 운동에 나섰다. H그룹은 주식 인수 전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를 원했고 이에 S사는 위원회와 협상을 진행해 매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S사는 H그룹으로의 매각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일부 근로자들과 ① 전체 근로자들 중 2014년 11월 26일 이전에 입사 시험해 합격한 근로자들에게 ‘위로금 4000만원 + 상여금 기초 6개월분(평균 6000만원)’을 지급하고, ②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년 12월 31일 이전에 퇴사할 경우 해당 직원은 회사에 매각위로금을 월할 계산해 반납한다는 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던 중 매각위로금을 받았던 직원들 중 1명이 매각 성사 이후 약 한 달 만에 퇴사하였고, 회사는 해당 직원을 상대로 위로금 반환을 요구해다. 약정대로라면 위로금을 반환해야 했으나 해당 근로자는 이 약정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서 무효라며 그 효력을 다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정은 매각위로금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해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회사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며, “매각위로금은 회사의 경영상 필요 때문에 주식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하여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사측은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은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고 안내했는데,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했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사측이 주식 매각 사실을 이미 알고 입사한 사람이나 상대적으로 이탈 방지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람들을 매각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점에서 비춰보면 회사는 주식 매각에 대한 기존 근로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일정 기간의 계속근로를 유도함으로써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의 목적에서 약정을 하고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무근로기간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나 액수 등을 종합하면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이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어 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즉, 퇴사 시 약속이행금 반환의무를 부과하는 약정이라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효력이 있다, 없다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 성격, 출처 등 사정에 따라 그 효력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4. 마치며

전직금지 관련 약정은 회사에게는 영업비밀 등 회사 주요한 영업자산의 유출을 막거나 회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점에서, 퇴사자에게는 생계에 위협을 받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전직금지 관련 약정은 판례에 의해 형성된 법리 적용이 중요하고, 법리에 맞는 사실관계와 증거 발굴이 중요하다. 따라서 전직금지 관련 계약 체결 시 또는 관련 분쟁 시 관련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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