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베트남 진출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작은 제언

이 글은 ㈜펫핀스 심준원 대표의 기고문으로 벤처스퀘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글을 쓰게 된 배경

최근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진출관련 ‘멘토링’ 내용들을 보며 너무 ‘교과서’적인 내용들만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과연 저 멘토들이 중국과 베트남 사업진출을 위한 현실적인 경험이 있나? 현지에 확실한 네트워크가 있을까? 저대로 하면 정말 성과를 낼까?’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것은 몇 년전 아는 지인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내가 보고 겪은 일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꽌시(关系, guanxi)”를 통해 중국 심천지역 당간부로부터 투자유치 마무리까지 하고, 최근 베트남과의 성공모델을 눈앞에 둔 사람으로서 중국과 베트남 진출을 고민하거나, 또는 현지에 진출하고도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기업들이 있다면 다음의 제언이 하나의 돌파구로서 대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개인적인 ‘뇌피셜’을 적어본다.

전통적인 자본주의/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용되는 방법대로 한다면 100% 실패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인구가 1억명 가까이, 30대 이하 인구가 전체 50% 이상이라는 베트남 시장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개방정책을 모델로 하고 있으면서 바로 옆에 위치한 베트남은 물론, 앞으로 북한과 ‘00스탄’으로 끝나는 국명을 가진 구 소련연방의 국가들도 중국과 비슷한 “꽌시” 문화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중국이나 베트남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시장의 크기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사업의 대상이 ‘현지교민’이 아닌, ‘현지인’이어야 한다. 물론 교민대상으로 시작해서 현지인으로 확대될 수도 있겠으나 시장을 빨리 선점하지 않는다면 중간에 현지기업으로부터 사업을 카피당할 위험이 높아진다.

공산권 국가에서 특허권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는 다들 한두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모 기업의 대표는 자신이 만든 제품이 중국에서 카피된 사실을 알게된 후 특허소송으로 3년 간 뛰어다니다가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요즘은 카피가 나왔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성공징후라 치부해 버리고, ‘명품마케팅’을 열심히 사업을 키우라고 조언하는 경험자들이 많다.

법규나 제도 관련해서도 현지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정권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법률적용이 번복되기도 하는데, 하물며 공산권 국가는 더하지 않겠는가. 특허권이 있다고 해서 중국이나 베트남의 (당간부나 그 가족이 운영할 수 있는) 현지기업을 상대로 소송하여 이길 수 있겠는가? 문화와 정서, 법률체계가 우리와 달라 대기업도 버거운 것을 스타트업이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말을 잘하는 현지인을 채용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럼 어떻게? 고위 당간부에게 ‘진상(進上)’을 하고 나의 지분은 10~30%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이 글의 본론이다. 중국과 베트남 진출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확실한 기술이 있고 결국 목적이 ‘돈’이라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통해 고위 당간부나 공무원의 ‘자녀’와 합작법인(Joint Venture)를 설립하고 그들에게 지분을 50% 이상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은 자기기업으로서 자신과 부모의 “꽌시”를 적극 이용해서 사업을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경영전반을 담당하고 우리기업이 기술을 제공하며 품질관리를 담당해야 한다. 그리해야 법률리스크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확실한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JV 설립을 어느정도 기정사실화 하고나서 우리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휠씬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부의 프로그램만 따르며 ‘교과서’적인 방법으로만 한다면 현지 정책 및 사업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아마 진행중에 지치거나 정말 괜찮은 사업이라면 현지인에게 사업이 카피당할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꽌시”를 통해 연결해준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룰이다. 10억원 짜리 기업의 지분 100%가 좋은지, 1조원짜리 기업의 지분 10%를 가질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고위 당간부의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사위가 된 A씨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A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데, A씨의 고교 동창으로서 그를 대리하는 변호사에 의하면 “제발 작은 사업 말고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오라.”라고 했다고 한다.

진출 가능 업종

시장을 빨리 장악해야하는 업종일수록 위에서 조언한 내용을 잘 참고하기 바란다.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이용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이나 상품, 뷰티 관련해서는 지금도 높은 수요가 있다. 하지만 IT나 금융 분야는 지금 당장은 차이가 있다 해도 금세 (카피해서) 따라올 것이므로 면밀한 시장조사 후 진출을 결정해야 한다.

마무리하며

전통적인 서구유럽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아닌 중국과 베트남은 분명 무언가가 다르다. 이것은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현지에서 10년 이상 사업하시는 분,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 임원, 20년전 중국내 사업권을 따내고 현재는 장관급 고위 공산당 간부를 대상으로 로비리스트로 활동하는 분, 국내에는 안 알려져 있어도 나름 중견기업 이상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는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고, 그들로부터 공산권 국가들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나름의 규칙(Rule)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관계는 정말 소중하다. 결국 사람사는 곳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꽌시”가 없을 수 없다. 최근에 특정분야에 대해 베트남 쪽에 의사타진을 했고 어느 한 고위 공무원의 관심사와 맞아 좋은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불과 2~3개월만에 도출된 결과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시장규모가 큰 사업으로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다면, 또는 현지에 지점은 설립 하였는데 이렇다할 사업진척이 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돌파구로서 위 제언을 검토해 보기 바란다. 현지에서 명확하고 보고 느낀바가 있어 다시 강조해 본다. 그들도 성공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보는 안목은 뛰어나다. 어설픈 기술로 접근하면 소용없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교과서’적인 방법만을 고집하다가 시간과 비용, 정신적으로 지쳐갈때쯤 사업이 카피(Copy)당해 철수하는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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