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의 조건과 목적, “우리도 피벗(Pivot)을 해야 할까요?”

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 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피벗의 조건과 목적 – 짐티’ , 저자: 최화준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AER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도 피벗(Pivot)을 해야 할까요?”“우리도 피벗(Pivot)을 해야 할까요?

비교적 산업계의 변화에 둔감한 공공기관 관계자와의 대화 속에서 흘러나온 ‘피벗’이란 용어에 적잖이 놀랐던 경험이 있다. 피벗은 창업생태계에서는 ‘빠른 전략적 변화’를 의미하는 대중적인 용어이지만, 다른 산업군에서는 비교적 듣기 힘든 낯선 단어이다. 최근 몇 년간 창업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피봇의 개념은 스포츠에서 왔다. 농구와 같은 구기 운동이나 댄스에서 한 발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행동을 의미하는데, 이런 특징을 차용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피벗은 사업의 전략적 이동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이자 스타트업 전략 활동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그의 서적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그는 피벗을 ‘구조적인 방향 수정(structural course correction)’이라고 정의했다. 오늘날 피벗은 기업과 공공영역에서도 종종 인용되며 확장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전략적 변화’라는 핵심은 동일하다.

많은 사업가들, 특히 창업자들은 십중팔구 피벗을 고민한다. 창업 초기 아이템의 실현화가 어려움을 겪는 순간 머리속에 가장 빠르게 떠오르는 것이 피벗이다. 그렇다면 실현화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무조건적인 피벗은 해답일까? 피벗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언제 하는 것이 옳을까?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커틀리 교수와 보스톤 대학교의 오마호니 교수(Kirtley & O’Mahony, 2020).의 공동 연구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들은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술창업 회사의 성장을 추적하며 “피벗은 무엇인가? (What is a pivot?)”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 연구는 피벗을 “기업 활동·자원·관심의 재구조화나 재분배”라고 정의하고 새로운 정보의 유입이 피벗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사업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피벗의 과정도 함께 기술하였다. 우선 새로운 정보가 스타트업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의 유무를 우선 판단한 뒤, 이를 위기와 기회로 분류하고 적절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위기에는 출구전략이, 기회에는 추가 전략이 함께하고 있다.

Kirtley & O’Mahony(2020)의 연구 내용을 재구성

찾아가는 이동형 프라이빗 트레이닝 서비스를 표방하며 2105년 봄에 설립한 피트니스테크 스타트업 짐티는 피벗의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은 좋은 예시이다. 짐티의 시작은 트럭을 개조한 모빌리티 운동 공간 짐트럭이었다.

짐티의 초기 서비스, 짐트럭 (출처:짐티)

판교 IT밸리에서 시작한 짐트럭은 초기부터 지역 직장인들과 주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사전 예약률이 70%를 넘었고, 이용자의 절반이상이 재구매를 진행했다. 모바일로 서비스 예약을 했기에 노쇼(no-show)고객도 적었다. 운영비라고는 차량운영과 트레이너 인건비가 전부였기에 운영이익률도 훌륭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런칭하고 4개월 동안, 뛰어난 사업 지표와 운영이익에도 짐티는 과감히 피벗을 결정한다. 짐티 박경훈 대표는 피벗 결정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짐트럭 운영 관련 핵심 성과 지표, 매출, 이윤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운용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많았습니다. 교통량 증가로 서비스 시작이 늦어진다든가, 굳은 날씨로 레슨이 취소되는 등의 외부에서 기인한 돌발 변수는 선제적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짐트럭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음에도 결국 서비스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런칭 4개월 만이었습니다.”

짐티의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위기와 기회가 혼재했다. 오롯이 개인을 위한 피트니스 공간과 개인화 서비스를 위한 시장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교통체증이나 거친 날씨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위기로 작용했다. 짐티는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들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빠르게 인지했다. 오피스 지역의 협소한 주차공간, 러시아워 시간의 교통 정체, 그리고 폭염, 폭우와 같은 천재지변은 창업자나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들이 아니었다.

결국 짐티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위기의 요인을 제거하고 기회의 요인으로 전환하며 피벗을 실행한다. 파란색 텍스트로 표시한 부분으로 짐티는 운동의 공간을 이동형 짐트럭에서 실내로 변경했다. 위기의 요인을 기회로 바꾼 부분이다.

Kirtley & O’Mahony(2020)의 연구 내용을 짐티의 사례에 알맞게 재구성

동시에 짐티는 개인화 피트니스 서비스의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추가 전략을 실행하고 기회 요인을 더욱 강화했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강화하여 고객 예약의 편의성을 높였고, 회원의 운동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였다. 전화로 예약을 진행하고, 수기로 회원의 운동과정을 기록하는 관행을 답습하는 1인 트레이너 피트니스 사업자들의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

짐티의 사례에서 보이듯 피벗에도 체계가 필요하다. 그들은 시장에서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대한 정보를 목격하고, 출구전략을 실행하여 사업방향의 전환, 즉 피벗을 실행했다. 동시에 추가 전략을 실행하여 기회의 요인을 강화한 것도 대단하다.

사업에서 진전이 없다고 창업가들이 막연히 입버릇처럼 피벗을 고민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짐트럭의 사례에서 보이듯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형태를 분류하고, 이들이 미치는 영향을 세세하게 살펴야 한다. 피벗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에릭 리스도 피벗은 구조화의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창업초기 아이템을 다듬듯 가설 설정을 통한 구조화가 선행된다면 피벗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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