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실험적 연구공동체– 모두의연구소

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 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모두를 위한 실험적 연구공동체– 모두의연구소’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AER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 시간, 직장인들이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나 둘 모여든다. 퇴근 후 휴식을 마다하고 ‘모두의연구소’에서 그들만의 연구를 하기 위함이다. ‘드론 개발’, ‘인공지능 솔루션 제작’, ‘금융 거래 알고리즘 개발’ 등 그들의 연구 주제는 다양하다. 연구소의 미팅 공간에는 열정이 가득하고 활기가 넘친다. 직무향상 교육을 들으며 자기계발을 하기에도 바쁜 시대에 직장인들이 스스로의 연구에 몰입하게 만드는 모두의연구소의 매력은 무엇일까?

모두의연구소는 스스로를 상생기반의 연구공동체 혹은 성인들을 위한 연구커뮤니티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한다. 종종 해외의 유명한 대안교육기관인 북미지역의 ‘미네르바스쿨’이나 유럽의 ‘에꼴42’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모두의연구소가 가진 정체성은 교육기관보다는 연구커뮤니티이기에 분명 다르다.

 

모두의연구소 사용설명서 출처: 모두의연구소 홈페이지

 

커뮤니티가 생성 및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간의 경쟁보다는 자율성 기반의 상생과 협업이 중요하지만, 교육시장에서 실제로 이런 미션을 장기적인 사업모델로 구현해 낸 스타트업은 없었다. 끝없는 시험과 경쟁으로 가득한 국내 교육 생태계 속에서 모두의연구소가 상생에 의존한 연구 커뮤니티를 시장에 제안했을 때 많은 이들은 단기적 이벤트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두의연구소는 해마다 성장하며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상생과 협업에 기반한 교육을 실험하는 모두의연구소 커뮤니티의 성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무형의 가치인 그들의 미션을 완전하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개리슨 교수와 그의 동료(Garrison et al., 1999)들이 제시한 탐구 공동체(Community of Inquiry)이론은 모두의연구소가 가꾸어가고 있는 커뮤니티 생태계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는 그의 이론은 타자와의 대화 및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통해 배움은 확장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탐구공동체는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적 존재(Social Presence), 인지적 존재(Cognitive Presence), 교수적 존재(Teaching Presence)가 그것이다. 세 가지 구성 요소들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교집합을 만들어 다른 세 가지 요인을 형성한다. 교육미션 형성(Supporting discourse), 교육환경 형성(Setting climate), 교육콘텐츠 형성(Selecting content)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여서 총체적으로 긍정적인 교육 경험이라는 목적을 성취한다.

 

출처: (좌)출처: Garrison et al. (2001) (우)출처: AER 모두의연구소 티칭노트

 

탐구공동체 이론은 오늘날 주목받는 온라인 혹은 혼합학습 기반의 교육 스타트업의 모델과 성공요인을 설명하기에 적절하다. 실제로 오늘날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교육사업모델에는 사회적 존재, 인지적 존재, 교수적 존재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의 혼합비율에 따라 교육제공 사업자의 차별점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모두의연구소는 앞선 세 가지 요인에 하나의 요인을 더해 그들만의 차별점을 만들었다. 바로 자율성이다. 모두의연구소에는 한국 특유의 서열 문화가 없다. 성별, 연령, 교육 배경과 관계없이 수평적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구성원들의 자율성 발현에 단단한 토대가 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질문을 교환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협업을 통한 지식 공유가 확산되며, 새로운 구성원들이 추가적으로 커뮤니티에 유입된다. 학습공동체에는 지식 공유, 자유로운 생각의 교환, 강력한 내적 동기등이 활성화되고 커뮤니티는 성장한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연구환경 덕분이다.

최근 다양한 연구 내용이 축적되면서 모두의연구소는 여러 분야의 콘텐츠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구세미나 ‘모두팝’과 연구 컨퍼런스 ‘모두콘’이다. 조직 운영을 돕는 일부 구성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연구 커뮤니티에 속한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제작하고 운영하는 이벤트다.

 

(좌)모두팝 포스터 (우)모두콘 포스터 출처: 모두의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

 

‘교육’과 ‘커뮤니티’는 창업 생태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픽으로 경쟁이 치열한, 소위 레드오션시장이다. 높은 성장성 때문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는 사업영역이기도 하다. 이런 경쟁시장속에서 교육 서비스업체들이 탐구공동체의 세 가지 주요 존재만으로 사업모델을 만들어 갈 때, 모두의연구소는 자율성이라는 또 하나의 요인을 추가했고, 성인들을 위한 자율성 기반의 연구환경은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틈새시장(niche market)이 되었다. 즉 전례 없는 성인들을 위한 자율성 중심의 연구커뮤니티는 경쟁적인 성인교육 시장 속 블루오션 영역이 된 것이다. 경쟁 시장에서 분투하는 오늘날 창업자들과 스타트업들에게 모두의연구소는 의미있는 생존 해법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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