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특허, 나쁜 특허, 이상한 특허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특허는 늘리고, 나쁜 특허는 피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이상한 특허는 되도록 줄여야 한다. 다들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특허가 좋은지, 나쁜지, 이상한지는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반대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고 우리 회사의 특허가 좋은 특허인지 아니면 나쁜 특허인지 지금 바로 살펴보자.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특허라고 하니깐 넙죽넙죽 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즈니스적으로 좋은 특허는 바로 ‘길목’을 지키는 특허이다. 사업을 한다면 ‘고객의 길목을 지켜라’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고객이 지나는 길목을 지킬 수 있다면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고 제품과 서비스도 손쉽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허는 고객에게 팔기 위해 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길목은 ‘경쟁사가 쫓아오는 길목’을 말한다.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기술 분야라면, 선도자가 가지는 지위와 혜택은 크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야라면, 나보다 더 우수한 경쟁사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그들은 어쩌면 고속도로를 탄 것처럼 빠른 속도로 우리를 쫓아와서 앞지를지도 모른다. 그때 필요한 것이 특허다. 특허의 본질은 ‘모방을 막는 것’이다. 본질을 중시한다면 특허로 길목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도 말씀하셨지만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

그럼 특허를 어떤 길목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쫓아오는 상대방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면 고속도로 -> 일반국도 -> 지방도로 순으로 특허를 두고 길목을 지켜야 한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다음 과제는 이것이다. 적어도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스스로 구분할 줄은 알아야 한다. 고속도로는 목적지까지 거의 직선인데 반해 지방도로는 갈림길이 많다. 목적지는 우리 제품의 어떤 기능일 수도 있고, 또는 궁극적으로 우리 제품의 비전일 수도 있다. 경쟁사 출현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경쟁사가 지나는 길목은 막을 수 있다. 큰 길을 막고 샛길로 우회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쁜 특허는 ‘불량 식품’처럼 달콤하지만 먹을수록 독이 되는 그런 특허를 말한다.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먹으면 탈이 나고 병들 수 있다. 특허를 받으면 득이 되는 경우만 보았지 실이 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을 텐데 그런 경우가 정말 있다.

좋은 특허가 특허의 본질에 집중하는 특허였다면, 나쁜 특허는 특허의 본질에 역행하는 특허이다. 대표적인 예로 과시형 특허가 있다. 기술 보호 목적은 내팽개쳐 두고 그저 특허증 확보나 건수만 늘리려는 접근 방식의 결과물이다. 대내외 기술력을 과시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뿐 실제로 써먹지는 못하는 특허들이다. 제품으로 구현해낼 능력은 처음부터 없었다. 특허를 상장이나 표창으로 오해한 탓이다. 특허 나눔이나 무상 양도 같은 것에도 관심을 주지 말자. 이미 10년이나 지난 특허들이 우리 회사를 빛나게 해줄 수는 없다. 명의 변경과 특허 유지를 위한 비용만 들일 뿐이다.

나쁜 특허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경우도 있다. 당사자의 무관심은 공범이다. 바로 이런 경우다. 얼핏 보면 자사 제품에 관한 것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사 제품과 다른 내용에 대해서 특허를 받은 경우이다. 일선 변리사들 중 이렇게 일을 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등록만을 원하는 소비자와 타협했기 때문이다. ‘발명자가 되고 싶지 않다’라는 소망은 속으로만 되뇐다. 무조건 등록을 받아주겠다면서 고객이 제시한 원본 아이디어에 이것저것 살을 갖다 붙여서 이상한 아이디어를 창작해낸다. 청구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특허출원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불완전 판매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상한 특허는 이상한 아이디어를 보호한다. ‘굳이… 이런 걸 왜?’하는 아이템들에 대해서 특허를 받은 경우이다. 생각보다 많다. 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그리고 개인 발명가들에게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걸 특허로 받아서 뭐 하려는 거지’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사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상한 특허를 많이 낸다. 강의 중에 필자는 작은 경품을 걸면서 퀴즈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종종 보행자 사고의 부상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자동차 보닛에 끈끈이를 붙여놓은 특허의 도면을 제시하면서, 어떤 내용의 아이디어인지 권리자가 누구일 것 같은지 맞춰보라고 한다. 권리자가 ‘구글’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놀라워하거나 황당해한다. 한편으로 그런 여유와 창의성이 부럽기도 하다. 투자 자금이 넘치고 사업 기회가 많은 빅테크들에게는 유효한 전략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효율과 성장이 중요한 스타트업에게는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적인 아이디어들을 챙기는 것조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줄 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스타트업은 ‘굳이… 이런 걸 왜?’가 아니라 ‘이거 아니면 안 돼’라고 여기는 아이템에 특허를 집중해야 한다. 사소한 것들에는 눈을 돌리지 말자.

특허의 개수를 당장 늘리고 싶은 마음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더 이상 개수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위에서 부는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자. 고객이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또는 선택하리라 예상하는) 이유가 한 가지라면 그것에 대해서 특허를 받는 것으로 족하다. 공급자 시각에서 이것저것 핵심과는 거리가 먼 특허들을 받아보았자 앞서 말한 갈림길만 지키고 있는 꼴이 된다. 다시 강조하겠다. 고속도로를 막아야 한다. 고속도로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 소비자에게 답을 구하자. 왜 우리 제품을 선택했는지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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