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가설 검증을 통한 린스타트업의 정석 – 퀸잇

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팬데믹 시대에
브랜드의 자리를 찾다 – 퀸들이 주인공인 패션앱, 퀸잇’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사례는 AER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퀸잇은 팬데믹 패션 앱이라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시장에서 4050 여성 소비자층을 새로 발견했고 이를 통해 개발사 라포랩스㈜는 빠르게 패션 앱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퀸잇은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350만명을 달성하였고 ‘2021년 월간이용자수(Monthly Active User, MAU)가 급증한 한국 쇼핑앱’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1년 기준 누적 투자규모는 약 550억원, 월 거래액 100억원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2021 올해를 빛낸 일상생활 앱’으로 선정되었다. 라포랩스㈜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던 4050 여성 패션 시장을 찾아 퀸잇 브랜드를 자리잡게 했다.

<그림 1> 중 · 장년층 관련 기사들과 연령별 온라인쇼핑 경험 비율
(출처: AER – ‘팬데믹 시대에 브랜드의 자리를 찾다 – 퀸들이 주인공인 패션앱, 퀸잇’)

 

그러나 4050세대가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높은 구매력을 갖춘 시장임이 드러나면서 많은 업체가 4050세대를 겨냥하여 뛰어들고 있으며 경쟁은 급격히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패션 앱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은 퀸잇을 벤치마킹하여 4050시장으로 진출하며 퀸잇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무신사는 2022년 5월 9일 40대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온라인 패션 편집숍 ‘레이지나잇’을 오픈했다. 1020세대 여성을 타겟으로 해 온 업체인 브랜디도 30대 여성을 위한 ‘플레어’를 출시하였고, 그와 비슷한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4050 여성을 위한 플랫폼 앱인 ‘포스티’를 출시하였다. 퀸잇은 그저 시장의 선점효과만으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애당초 많은 이들의 관심 밖에 있던 4050 여성 패션 시장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으며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4050 시장의 발견이라는 퀸잇의 성공의 이면에 손쉽게 간과되는 경쟁우위 요소에 대하여 알아보자.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발생하는 낭비를 최소화하기위해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을 통한 가설검증 프로세스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안한다. 린 스타트업 모델은 창업 생태계에서, 특히, IT 서비스나 솔루션을 개발하는 창업가들에게 정석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러한 프로세스에 문외한인 체 창업을 하는 창업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림 2> 린 스타트업 모델
(출처: AER – ‘팬데믹 시대에 브랜드의 자리를 찾다 – 퀸들이 주인공인 패션앱, 퀸잇’)

영어 단어 중 ‘rigorous(1. 철저한, 2. 규칙 적용 등이 엄격한)’ 라는 단어가 있다. 매우 꼼꼼한 검증절차(rigorous validation)를 거치거나, 면밀한 분석(rigorous analysis)을 수행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결과의 중요성이 매우 높거나 분석에 높은 정확성을 요구할 때 우리는 철저한 검증을 수행한다. 많은 창업가들이 린 스타트업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고 그 효과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퀸잇의 성장과정은 린 스타트업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퀸잇의 개발사 라포랩스㈜는 실제로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개발한 MVP를 A/B 테스트와 같은 방식으로 엄격하게 가설을 검증(rigorous hypothesis testing)하고 이렇게 학습한 인사이트를 업데이트를 통해 철저하게 제품에 적용(rigorous application)하여 성과를 창출하였다.

 

인터뷰를 통한 아이디어 구체화

라포랩스㈜가 4050세대 대상의 모바일 시장을 타깃으로 패션 앱이라는 플랫폼 개발을 선택한 것부터 리서치의 결과물이었다. 공동 창업자인 최희민 대표와 홍주영 대표는 4050세대에 대해 모바일 사용 행태부터 시작해서 먹는 것, 입는 것, 취미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소비자 리서치를 실시하였다. 소비자 리서치는 알바천국이나 알바몬을 통해서 모바일 사용자를 섭외하거나 커피숍, 백화점이나 길에서 30분 정도 인터뷰를 요청하여 진행했다. 4050세대가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섭외하여 인터뷰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모되었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매주 10명씩 4050세대 소비자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퀸잇 출시 전까지 300여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선 4050세대가 앱 서비스를 제공하기 알맞은 시장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 매력적인 시장에 어떤 앱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도출할 수 있었다. 4050세대에 대한 인터뷰는 퀸잇의 본격적인 런칭과 함께 끝난 것이 아니며 현재진행형이다. 라포랩스㈜는 여전히 시장조사를 통한 아이디어 도출에 소홀하지 않고 있다.

<그림 3> 라포랩스의 유저 인터뷰
(출처: 라포랩스㈜)

 

MVP 제품 개발과 A/B 테스트를 통한 측정

창업초기 최희민 대표는 홍주영 대표와 함께 4050 여성과 1020 여성이 원하는 패션 제품 스타일에 차이가 있는지, 또 차이가 있다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4050세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가짜 모바일 앱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처음 만들어진 가짜 패션 앱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 나타난 4050 여성이 좋아할 만한 옷을 모두 판매하는 쇼핑 앱으로, 다른 기능은 없고 구매 기능만 있는 매우 불편한 앱이었다. 이런 불완전한 가짜 앱으로 패션 제품 사진과 함께 온라인에서 광고를 시작했다. 가짜 앱의 검증을 위해 온라인 배너 광고를 올려서 앱 사용자를 랜딩페이지로 유도했다. 이 가짜 앱 테스트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생각보다 빠르게 구매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두 대표는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를 개발하여 런칭하고 다양한 가설을 검증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개선 과정은 직접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소비자에게 직접 질문하기보다는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여주며 소비자의 행동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된 기법이 A/B 테스트이다. A/B 테스트에서는 프로토타입을 여러 개 만들어 비교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A 프로토타입에는 1020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을 많이 포함시키고, B 프로토타입에는 4050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을 많이 포함시키고, C 프로토타입에는 섞어서 포함시킨 후, 인터뷰하는 대상에게 세 개의 프로토타입을 모두 사용하게 하였다. 이 세 개의 서비스 중 어떤 것이 제일 좋은지, 왜 좋은지에 대해 인터뷰하였고, 소비자들은 이 세 개의 프로토타입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더라도, 어떤 것이 좋은지, 왜 특정 서비스가 더 좋은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림 4> 초기 MVP(우패션)부터 진화한 퀸잇
(출처: 라포랩스㈜)

 

매번 하나의 가설을 설정하고 소비자 인터뷰를 3일 정도 계속 진행하였다. 하루 8명씩 일주일에 50명가량을 한 달 동안 진행하였다. 낮에는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밤에는 바로 인터뷰 결과를 적용시킨 앱을 개발하였으며, 이렇게 개선된 앱은 다시 그 다음 사용자 인터뷰에 사용되었다. 이 지속적인 개선 과정이 한 달여 동안 반복되었다. 10명 중 8명이 좋아하는 앱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한 명이라도 높은 강도로 좋아하는 앱 서비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개발방향을 잡았다. 자원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앱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기능 하나만 있어도 10명 중 한 명의 소비자가 정말 필요하고 좋다고 한다면 그 피처부터 제대로 개발하고자 하였다.
인터뷰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최희민 대표와 홍주영 대표는 앱을 개발하여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테스트했던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2주 만에 개발을 마무리하고, 바로 스토어에 런칭하였고 시장은 폭발적으로 반응하였다.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학습

퀸잇의 4050 패션 앱 시장의 성공적 안착은 폭발적인 유저 풀(pool) 확대로 이어졌다. 그리고 확대된 유저 풀은 다시 라포랩스㈜가 세운 가설을 검증할 새로운 데이터의 원천이 되었다.


<그림 5> 퀸잇 월간활성사용자수와 신규 앱 설치 건수
(출처: AER – ‘팬데믹 시대에 브랜드의 자리를 찾다 – 퀸들이 주인공인 패션앱, 퀸잇’)

 

퀸잇은 100% 모바일 환경이기 때문에 고객의 유입에서부터 앱 내에서의 활동 하나하나 모두를 확인할 수 있다. 한 달에 100만 명 이상 들어오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데이터가 모두 구글에 기록되는 것이다. 따라서 퀸잇은 디지털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기에 적합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데이터 애널리스트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 고객을 분석하고 세분화된 집단에 맞춘 마케팅 활동이나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의 유입은 광고를 보고 이를 통해 들어오거나, 광고를 통하지 않고 직접 퀸잇 앱으로 들어오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러한 과정은 모두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다. 이때 광고를 통하지 않고 유입되는 경우를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로 판단한다. 실제로 소비자 인터뷰 중에도 동네 친구들에게서 소개를 받았다는 응답이 많이 있었다. 이로써 4050세대 여성들에게는 SNS 광고만큼 입소문이 효과적인 광고 채널임을 교차 검증할 수 있었다.

4050세대에 집중된 인터뷰, A/B 테스트 그리고 데이터 마케팅으로 대표되는 퀸잇의 행보는 면밀한 시장분석과 철저한 가설검증이 린 스타트업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 사례이다. 퀸잇의 개발사 라포랩스㈜는 모바일 의류시장에서의 퀸잇의 성공과 이를 가능하게 만든 4050세대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2022년 신선식품 산지 직거래 플랫폼 ‘팔도감’을 런칭하였다. 그들은 이번에도 이미 포화상태인 모바일 신선식품 시장에서 4050세대를 타깃으로 잡고 출사표를 던졌다. 라포랩스㈜의 타깃 시장 중심의 확장전략의 귀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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