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로 만들어 가는 시장의 표준

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 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경쟁사 없는 서비스 차별화, 테크 기업의 생존 전략 – 가우디오랩’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AER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Author: AER지식연구소 최화준 연구원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은 업계의 선도기업을 넘어 산업의 표준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창업자들은 자사 기술이 최고라고 자부하며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시장에 기술 표준을 제시할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오디오테크 스타트업 ‘가우디오랩(Gaudio Lab)’이 걸어온 길은 시장에 기술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우디오랩. 스페인의 세계적은 자연주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은 독특한 이름이라 한 번 들으면 기억하기 쉽지만 주변에서 회사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폰을 꽂고 생활하는 현대인들이라면 이미 가우디오랩 기술의 혜택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멜론, 벅스뮤직 등과 같은 국내의 대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의 균일한 음질은 가우디오랩이 개발한 음량 정규화(loudness normalization)기술 덕분이다. 네이버와 같은 포탈 서비스에서 송출하는 영상 서비스 속 음성 역시 가우디오랩의 보정 기술을 통해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가우디오랩은 2015년 설립된 오디오테크 스타트업이다. 가우디오랩을 창업한 오현오 대표는 국내외에서 이름이 익히 알려진 음향 엔지니어이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오디오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LG전자에서 오디오 엔지니어로 근무한 뒤 음향 지적재산권 관련 스타트업 ‘윌러스표준기술연구소’를 창업했다. 첫 창업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중 VR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를 목격한 오현오 대표는 두 번째 창업회사를 차렸다. 그렇게 ‘VR 오디오테크’ 기술의 표준을 꿈꾸는 그와 함께 가우디오랩은 탄생했다.

2018년 1월 가우디오랩은 국내의 거대 포탈 회사 네이버로부터 한 가지 요청을 받는다. 당시 네이버가 야심차게 출시한 동영상 서비스 ‘네이버 TV’는 균일하지 못한 음질 송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영상 제작자들이 제각각 다른 음량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네이버TV에 전달했고, 이를 시청하는 최종 사용자들은 영상마다 음량과 음질의 편차가 달라 큰 불만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는 당시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던 온라인 개방형 방송 서비스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였다. 방송 음향 규격이 있던 공중파 영상과 다르게, 네이버 TV나 유튜브와 같은 오픈 동영상 플랫폼들은 음향 규격이 없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플랫폼에서 콘텐츠 공급을 담당하는 중요한 한 축이기에 그들에게 동일한 음향 규격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도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가우디오랩을 찾은 것이다.

스타트업인 가우디오랩 입장에서 대기업과의 협업은 좋은 소식이었지만 협업 형태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었다. 네이버는 SI(System Integration)형태의 협업을 원했고, 가우디오랩은 라이선스(license) 형태의 협업을 원했다. 네이버와의 협업은 일일 사용자가 수백만명이 넘는 서비스에 규격화된 음향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국내 디지털 음향 업계 표준의 시작점일 수 있기에 오현오 대표와 가우디오랩은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론은 라이선스였다. 두 형태의 협업 모두 기술을 개발 및 제공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SI와 라이선스는 장기적으로 완전히 다른 청사진을 그린다. 고객사에 필요한 IT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SI는 보통 외주 기술 용역으로 간주된다. 반면 라이선스 모델은 고객사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판매해 지속적으로 매출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MS 오피스나 어도비 포토샾 솔루션을 필요수준에 알맞게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좋은 예시이다. 옷으로 비유하자면 SI가 맞춤형 의류라면 라이선스는 기성복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선스 모델과 SI모델 비교

라이선스는 소품종 대량 생산을 추구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나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독점 기술이나 모방하기 힘든 서비스를 보유한 회사들은 라이선스 사업 모델을 선호한다. 같은 이유로 가우디오랩도 네이버와의 협업에서 라이선스 모델을 선호했다.
창업 실습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비즈니스 캔버스를 가우디오랩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라이선스 모델의 선택 근거는 더욱 선명해진다.

 


가우디오랩을 기술한 비즈니스 캔버스

작성된 비즈니스 캔버스는 가우디오랩의 핵심 활동과 자원이 음향 기술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기술회사임을 보여준다. 반면 파트너십과 마케팅, 영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한 느낌이다. 이 때문에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소구하는 B2C보다는 기술 수요가 있는 기업 고객과의 협업 혹은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가 더 알맞은 전략임을 알 수 있다. 동시에 SI와 같은 단기적 관계가 아닌 라이선스 모델 형태로 B2B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가우디오랩이 꿈꾸는 시장 내 음향 기술 표준 정립 도달에 더 용이할 것이다. 물론 이 전략을 관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에 대한 오현오 대표와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있었다.

오디오 테이프의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로 시작한 음향 기술 회사 ‘돌비(Dolby)’는 세대를 거듭하며 글로벌 음향 기술의 지침점을 마련하고 표준 기술로 자리잡았다. 오현오 대표는 디지털 음원의 대중화와 앞으로 다가올 가상 현실 세상에서는 가우디오랩의 솔루션이 디지털 시대의 돌비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의 바람처럼 국내 온라인 음원 및 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가우디오랩의 솔루션을 채택해 이용하고 있다. 가우디오랩의 음향 기술이 하나의 표준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시장 속에서 기술적 포지셔닝을 항상 고민한다. 기술 에이전시, 개발 용역, 기술 컨설팅 등 모두가 세부적 차별화를 통해 다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기술적으로 경쟁적 우위를 가진 기술 스타트업이라면 가우디오랩의 라이선스 모델 전략을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면 산업 내 기술 표준이라는 시금석을 만들어낸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가가치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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