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 경제적인 가치가 없다고? (영업비밀 시리즈3)

이 글은 최앤리법률사무소 이수현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 경제적으로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 맞을까?

중견기업의 CEO A는 회사의 핵심 연구임원이었던 B가 경쟁업체로 이직한 후, 경쟁업체가 회사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영업비밀침해에 대한 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소송이 시작되자 상대방 경쟁업체는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적 없다면서도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영업비밀의 요건 충족을 위하여 꾸준히 기울여온 노력으로 비밀관리성과 비공지성을 충족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경제적 유용성이라는 걸 도대체 어떤 식으로 입증해야 하는 걸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2차례의 저번 칼럼에 이어, 영업비밀의 요건 중 하나인 ‘경제적 유용성’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영업비밀의 요건 ‘경제적 유용성’

영업비밀의 요건 중 경제적 유용성은, 회사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정보 및 자료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대법원(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도6223 판결)은 “정보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는,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바, 어떠한 정보가 위와 같은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면, 위 정보가 바로 영업활동에 이용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된 단계에 이르지 못하였거나, 실제 제3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준 바 없거나, 누구나 시제품만 있으면 실험을 통하여 알아 낼 수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위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①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 ②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라면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경제적 유용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엄격한 판단 기준(즉각적으로 정보가 영업활동에 이용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었는지, 실제 해당 정보자가 제3자에게 도움을 주었는지, 시제품만 있다면 실험을 통하여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인지 등) 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가 경쟁상의 이익, 예를 들어 생산비를 절감하거나 판매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이거나, 해당 정보의 취득을 위하여 제3자에게 사용료를 내거나, 독자적인 개발을 하기 위하여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영업비밀의 경제적 유용성은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2. 법원의 판례를 통해 알아보는 ‘경제적 유용성’의 인정 사례

이처럼 대법원은 원칙적인 기준인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정보의 취득 또는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 노력이 필요하였는지 등을 토대로, 다른 영업비밀의 요건 및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되는지에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를 토대로 법원이 어떠한 방식으로 경제적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가. 서울고등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노 2121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9477 판결 : 본 사건에서 피고인은 원심이 영업비밀로 인정한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로도의 회로설계기술이라는 것은 중계기 모듈 업계 종사자가 모듈을 만들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부룸 및 회로구성에 불과하므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성을 충족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반하여 고등법원은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는데,

피고인이 상고하자 대법원은 “회로도를 설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자의 선택과 소자의 배열 등이고, 향후 제품에서 실현할 구체적 기능 구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규격에 따른 성능 테스트 등을 통하여 세부 규격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므로, 설령 회로도에 담긴 추상적인 기술사상이 공지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회로도의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원심이, 이 사건 회로도에 담긴 위상제어기능을 통하여 발진위치를 현 통화대역에서 다른 통화대역으로 이동시켜 발진을 제어하는 기술사상이 공지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회로도의 독립된 경제적 가치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설사 어떠한 영업비밀의 정보 중 일부 정보가 공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성능 테스트, 세부 규격을 정하는 과정 등 회사의 상당한 비용 또는 노력이 존재하였다면, 일부 정보가 공지되었다고 하더라도 영업비밀의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02. 10. 1. 선고 2000가합54005 판결 :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엔디 마그넷 제조에 관한 구체적인 기술(이 사건 노하우)은 원고가 수년에 걸쳐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여 시행착오 끝에 습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는 엔디 마그넷 제조에 관한 일반적인 공정 등이 공개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생산하는 업체의 제조, 판매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서 원고가 이 때문에 경쟁업체에 대하여 경쟁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므로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 (중략) 소극적인 정보, 즉 장기간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 연구 및 실험결과를 통하여 어떤 공정이 유용하지 않다는 정보 역시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그 실험을 생략하여 연구개발비를 절약하는 등으로 사업활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라고 판단하였는데,

이와 같은 판시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자면, 설사 특정한 공정 등이 외부에 공개되어 있더라도 그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술, 노하우 등을 습득하기 위하여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여 노력을 통하여 습득하였고, 이로 경쟁업체에 대하여 경쟁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면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정보, 즉 어떤 공정이 유용하지 않다는 정보 역시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연구개발비를 절약하는 등 사업활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영업비밀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고, 그러므로 설사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실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실패로 인하여 얻어진 정보라 할지라도 그와 같은 정보 역시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5. 선고 2011가합 117339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판결에서 재판부는 “원고의 이 사건 특허는 외부의 에너지 공급 없이 지속적으로 원적외선을 발생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러한 원리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라는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경쟁업체로서는 독자적인 연구와 실험을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나머지 기술상 정보를 알아낸다면 비록 실패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자신의 제조공정 등과 비교·보완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을 하거나 시간절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나머지 기술상 정보는 영업비밀로서의 비공지성 및 경제적 유용성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위 사건의 피고 중 1인이 원고 특허에 대하여 제기한 등록 무효 소송에서 같은 이유로 본 사건의 판결보다 이 사건 특허가 무효로 판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의 재판부는 실패한 기술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시행착오에 따른 데이터 역시 영업비밀의 경제적 유용성이 갖추어진다고 본 것입니다.

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1가합 34076 판결 : 본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A사가 원고와 같은 내비게이션 제품의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직원을 포섭하고, 원고의 직원이 영업비밀을 유출한 후 피고 A사가 이를 사용하여 침해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경제적 유용성이 없는 이유로 차량의 역설계를 통해 기술정보를 취득하였다는 점 등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에 대하여 “① 설령 역설계 등으로 이 사건 기술정보의 취득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차량의 출시 이후에나 가능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하여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로서는 이 사건 기술정보를 바탕으로 독점적으로 아시아 내비게이션의 개발이 가능하고, 다른 경쟁업체들로서는 ***사가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의 개발사양 등을 확정하기 어려워 그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③ 비록 원고가 이 사건 기술정보 중 일부를 ***사로부터 제공받았다 하더라도 원고는 독점적으로 이를 제공받아 다른 업체보다 앞서서 이를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의 영업비밀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설령 역설계가 가능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에 대한 영업비밀로써의 경제적 유용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단, 재판부는 이 사건 기술정보의 경제적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내비게이션 개발기간이 약 1년 6개월 가량 소요되었고, 이 사건 기술정보가 고도의 기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보다는 특정 자동차 회사의 모델 차량에 맞는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제반 사양에 관한 것으로서 내비게이션 개발 경험이 있는 업체의 경우 역설계 등을 통해 **351 모델 차량의 사양을 파악할 수 있다면 위 차량에 맞는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데에는 원고의 위 개발기간(1년 6개월)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영업비밀의 침해금지기간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원고 회사의 직원이 회사를 퇴사한 날로부터 3년을 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역설계가 가능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비밀의 침해금지기간은 3년 가량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재판부는 영업비밀의 경제적 유용성에 대하여 판단할 때, 원고가 영업비밀의 취득, 개발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비용이나 노력을 투자하였거나, 경쟁업체보다 어느 정도의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면 경제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며, 영업비밀의 다른 요건과 같이 종합적인 상황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3. 결 론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 중, 보다 첨예하게 다툼이 이루어지는 비공지성 및 비밀관리성에 비하면 법원은 경제적 유용성의 요건의 인정에 대하여 실무상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재판부가 특정한 정보의 영업비밀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각 요건을 분리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사실관계 및 다른 요건의 충족 여부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영업비밀 인정 여부를 판단하므로 경제적 유용성의 인정 여부 역시 종합적인 상황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회사가 자사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영업비밀의 전체적인 요건 충족을 고려하여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사내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총체적인 차원에서 영업비밀의 관리를 시행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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