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조직 사고기준’을 다시보자

조직 사고의 기준, 준거틀의 문제이다

사람에겐 사고의 기준(Frame of Reference) 이 있다. 개인이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 또는 규범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데 표준으로 삼는 기준, ‘준거틀’이라고도 부른다. 즉 대상을 인식하는 기본적 기준이다. 이것은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최고 경영자의 개인적 철학이나 기준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기업 조직이 성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맺으며 사회의 구성일원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회사만의 ‘준거틀’이 형성된다. 기업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그것에 부합하는 기준에 의해 자신의 비즈니스 활동과 행위를 하게 마련이다.

2013년 올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 포스코에너지 임원,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대리점주 만행, 카페베네 고객 항의 등의 사건이 소셜미디어로 인해 해당 이슈가 확산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해서 이것을 ‘소셜미디어 위기’라고 명명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본질은 개인의 준거틀을 떠나 조직의 준거틀에 대한 문제이다.

위기는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집중되고 해당 규범과 가치를 판단하는 준거틀에 변화가 생기면서 기존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식품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관리감독 기관의 관리 기준도 사회의 성숙도와 비례해 따라가지 못하면서 많은 이슈가 야기되었다.

기업은 경제적 변화요인에만 민감했고 제품 판매에 조직의 자원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시장은 커지고 살아남은 기업은 성장하면서 관계를 맺는 이해관계자도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고객, 투자자, 공급자, 유통협력사, 정부기관, 내부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의 관계는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적 관계’를 기초로 한다. 그 ‘관계’는 상호 경제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장의 발달은 ‘이해’와 ‘관심’에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적 관계에서 ‘교환적 관계’ 즉 사회적 관계 자산이 점차로 중요해지게 되었다. 관계 지배력이 있는 주체가 통제했던 관계를 끊고 대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형성되었다. ‘조안리의 창’에서 미지, 은폐의 영역은 이제 없어지고 ‘개방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었다. 개인의 행위가 사회의 준거틀에 반하게 되었을 때, 당사자간의 법적, 윤리적 관계의 숨은 영역에서 논의가 되었던 것이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다.

Source:http://goo.gl/qaap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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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정 ‘관계’를 생각해야 할 때

기본적으로 ‘공중관계학(Public Retions)’에서 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 ‘관계’이다. 명성이나 위기라는 개념은 결국 ‘관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따라서 명성관리나 위기관리는 다시 말해 ‘관계 관리’이다. 이것은 사후적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기업과 공중,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해당 관계자산을 우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조직에게 해당 ‘관계 자산’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수준 및 범주가 단순히 이론적 이해만으로 수용되지 않는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 경영의 규모, 제품 및 서비스의 고도화 과정, 다양한 비즈니스 이해관계자 형성, 내부 시스템의 복잡화 그리고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직관 등 여러 요인들이 ‘관계 관리’의 수준을 결정한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문제는 ‘위기관리’라는 개념 하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본질은 남양유업의 시장 환경 변화, 유통 경쟁 구도, 대형 할인점과의 제조사 직거래, 대형 유통사의 영향력, 소비자의 제품 선택 폭 확대 등이 심화되는 환경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불씨에 곶간이라도 타야 살펴보게 되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도 해당 ‘화재’만 잘 끄고 뒷처리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조직안에 만연했을 것이다.

변화관리인가?

공급자, 협력자, 유통자, 규제감독자,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등과의 ‘관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영 지시와 조치에 반영되는 내부 절차는 어디서 책임을 지고 역할을 하는가? 분명한 것은 기존 홍보부서가 아니라는 것이며, 각각 개별화되어 있고 어느 부서의 한 사람에게 중복 업무로 맡겨져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조직 부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변화관리인가?

통일된 하나의 조직 부서에서 이해관계자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핵심은 그 관계관리를 통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전 점검하고 문제점을 규명하는 담당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게 해주는가, 제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가 등의 경제적 관계가 아니라 교환적-감성적 관계를 ‘사정’하고 내부 조치, 대응 그리고 변화 전략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관계관리’는 꼭 ‘변화관리’를 수반한다.

위기가 아니라 성장의 진통이다.

관계는 끊어지기도 하고 밀접해지기도 한다. ‘위기’는 ‘관계’가 끊이진 상황이며 순간이다.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변명하고 해명할 것이 아니라 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고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흔하게 이야기하는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단어의 조합이다. 위기가 기업에게 주는 기회란 조직의 ‘준거틀’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관습과 관행이 없었는지, 알고도 변화를 저항 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조직의 장애물을 하나 하나 제거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일원으로서 호혜적 균형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글: 강함수
출처: http://goo.gl/vVQu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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