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2편] 전쟁을 위해 강력한 대변인 그룹을 준비, 이스라엘

전쟁도 위기다. 전쟁 시에도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전쟁을 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체계를 차근차근 마련하여 실제로 강력하게 활용한 국가가 있다. 정치적인 해석 이전에 하나의 국가가 자국을 위해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근에도 다시 전쟁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준비성에 대한 이야기다.

2008년 12월 27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공습이 단행했다. 이날 오후 뉴욕의 유엔본부를 출입하는 전세계 기자들은 독특한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메일을 보낸 곳은 이스라엘 프로젝트(The Israel Project)라는 단체로 이메일 제목은 ‘이스라엘 관리(官吏) 및 전문가의 코멘트 가능’이었다.

이 이메일은 당일 시작된 가자 지구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 측 입장을 대변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내 전문가들이 즉각 인터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대변인들과 제3자인증그룹들에 대한 정보였다. 그 그룹들은 총 16명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친이스라엘 인사 6명과 이스라엘에 주재하는 유명인사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이메일에는 16명 각각의 인적 사항, 연락을 위한 휴대전화 번호, 자세한 프로필까지 제공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주미 이스라엘 대사,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 외교차관, 홍보처 국장 등 외교와 정부 홍보관련 고위 관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들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적극 응하고 있다고 안내 했다.

게다가 각 대변인과 인터뷰 가능한 언어들을 영어·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 등으로 표시해 놓았다. 당시 e-메일 도착 시점은 이스라엘 시간 밤 12시였다. 기자들의 시간에 인터뷰 시간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이 이메일을 보낸 이스라엘 프로젝트(The Israel Project)라는 단체는 전세계 주요국가들을 대상으로 이스라엘의 핵심 메시지들을 공유하고 여론을 형성하려 시도하는 단체로 TIP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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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일간지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얼마 전 다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두고 벌어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루면서 TIP의 보고서 하나를 소개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이스라엘을 위한 미디어 전쟁(media war)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로 미국과 유럽 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가 만든 이스라엘 대변인을 위한 트레이닝 자료였다.

이 보고서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대변인들이 가져야 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같은 의미라 할지라도 미국과 유럽 언론에게 어떤 특정 단어와 표현을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표현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거하고 있다. 기자들과 대화를 할 때에 대변인이 익혀야 할 자세와 행동 방식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위기를 대비해 자신들이 ‘꼭 해야 할 일’들을 하나 하나 준비해왔던 것이다. 전쟁의 정의나 정치적 해석을 떠나 전쟁을 대비하며 갖추어야 할 것이 무기와 전비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준비했다는 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위기 시 항상 목말라하는 대변인 그룹과 제3자인증그룹에 대한 준비와 사전 훈련 등은 이스라엘 전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정점이라 볼 수 있다. 현재도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적 논란과 비판으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꽤 존재한다. 그들의 고민은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를 대변해주고 지원해 줄 권위 있는 분들이 어디 없을까?”하는 데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적 논란에 대응하는 데 있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제3자 인증그룹에 대한 갈증은 여러 기업에게 동일하게 존재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필요성을 기반으로 이스라엘이 대변인 그룹을 준비한 방식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미디어들이 인터뷰 하고 싶어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과 고위 관료들을 사전에 선정했고, 그들이 대변인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 할 수 있도록 토킹 포인트들(talking points)을 개발 해 공유하고 훈련시켰다. 그들이 인터뷰 가능한 언어들을 조사하고 해당 언어로 인터뷰 진행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공식적인 지원이 있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주체가 아니라 표면적으로라도 비정부단체가 준비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위그룹을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상당히 선진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정부나 스스로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은 자국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냈다. 이 간단한 ‘따름’이 큰 ‘다름’이 되었다. 기업들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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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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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archives/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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