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액셀러레이터, 그들의 ‘투자와 회수’

민간 액셀러레이터는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지금까지만 봐도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초기에 돈을 투자하고 인력과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데모데이 등 행사를 치르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액셀러레이터가 섣불리 시장에 참여했다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대규모 투자회수(EXIT)를 경험한 선배 창업가가 시작한 이유도 이런 막대한 비용과 네트워크, 시간적 비용을 투자할만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일찍부터 사업화하여 새로운 형태의 보육 프로그램으로 상품화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플러그앤플레이는 광범위한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한국이나 인도, 싱가포르, 덴마크 등 정부에서 선발한 스타트업을 대리 보육하는 형태의 사업을 진행중이다. 투자는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정부에서 스타트업을 보육하기 위한 비용을 지급한다.

테크스타 등 기업화된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 대행하고 있으며 R/GA와 커넥티드 디바이스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을 구성해주고 공동으로 운영 협력하는 경우가 있다. 디즈니 역시 ‘Powered by’ 프로그램을 통해 테크스타와 함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의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보조받으며 대기업은 이로 인해 소싱한 스타트업을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삼거나 협력과 제휴처로 활용해 수익보전에 대한 장기 투자를 모델로 삼는 경우도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대기업 내부의 전문 인력이 멘토로 참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SK 브라보리스타트 프로그램이나 노키아 스타트업 공모전 등을 벤처스퀘어 총괄로 위탁 수행하는 경우가 있으며 정부의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K-글로벌 사업이 위탁 운영사로 여러 액셀러레이터가 참여하기도 한다. 이 때 인건비와 멘토링비, 행사 진행비 등의 비용을 보조받는다.

하지만 이런 보조 프로그램 위탁 운영 대행만으로는 액셀러레이터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으로 투자 보육 기업이라는 속성상 비용을 낮추고 자체 펀드 운영을 투자한다고 해도 투자를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현금 흐름이 막히거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2016년 이후 다수의 중소 액셀러레이터가 자체 프로그램 진행을 멈추었다.

표. 미국 액셀러레이터 성과표

액셀러레이터 보육 기업 투자 회수 총 투자금
Y Combinator 1173 $3,714,208,100 $12,494,934,881
Techstars 880 $212,800,000 $3,429,366,144
500startups 529 $21,300,000 $879,245,351
AngelPad 122 $481,750,000 $832,982,971
DreamIT Ventures 197 $7,000,000 $444,135,282
Seedcamp 118 $137,000,000 $307,164,115
Flashpoint 59 $0 $278,189,727
Imagine K12 76 $5,000,000 $265,837,982
RockHealth 49 $500,000 $240,062,735
The Alchemist Accelerator 166 $0 $239,716,030
Upwest Labs 42 $0 $237,961,189
Amplify.LA 36 $57,000,000 $227,720,737
Mucker Lab 27 $0 $218,621,857
LaunchpadLA 33 $45,000,000 $188,949,479
NYC SeedStart 21 $130,000,000 $172,176,000
Capital Innovators 40 $0 $165,055,545
New York Digital Health Accelerator 21 $0 $138,652,554
Portland Incubator Experiment (PIE) 30 $0 $138,215,303
Boost VC 138 $0 $116,904,129
fbFund 45 $359,500,000 $112,151,039

자료. Seed-DB, http://seed-db.com/accelerators, 2017. 2. 5.

국내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가장 큰 고민은 외부 자본을 유치하여 펀드를 운영하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창업진흥법이 바뀌어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지만 자격 요건이나 펀드 규모, 펀드 참여자 역시 제한적이다.) 외부 자금으로 구성된 펀드를 운영하게 되면 자체 투자금 비율이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이를 액셀러레이터들이 바라는 것은 자체 투자금을 축소하더라도 투자 회수에 대한 기대가 현재로서는 많이 낮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생존을 택하는 셈이다.

해외 액셀러레이터의 데모데이는 많은 후속 투자자에 의해 기존 액셀러레이터의 지분을 인수해주는 투자 유치 행위가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액셀러레이터 투자 이후 후속 투자 행위는 대부분 구주 인수가 아닌 유상증자 형태로 이뤄지면서 초기 엔젤을 비롯한 액셀러레이터들이 투자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일부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이러한 위험 요소를 감안해 스타트업의 지분을 과다 보유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액셀러레이터 산업이 태동기인 국내에서 수익모델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신규 액셀러레이터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수익성을 포기한 액셀러레이션 사업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시장을 양극화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벤처캐피탈과 엔젤클럽, 액셀러레이션 등 초기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이 투자의 성과로 회수와 성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지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내의 M&A 활성화와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시간의 단축, 벤처 캐피탈 등 후속 투자 기관이 액셀러레이터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투자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할 때라는 지적이 십 수년째 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해결책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우리나라 민간 액셀러레이터들의 협의체인 액셀러레이터 리더스 포럼(alfkorea.org)에 따르면 ALF 16개 회원사는 2016년까지 3년 동안 총 40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178개의 스타트업이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유치 총액은 약 2,800억 원이며 후속투자 유치 당시 총 기업가치는 약 1조 3,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표. 민간 액셀러레이터 배출 스타트업의 투자 회수(EXIT) 성공 사례

액셀러레이터(설립시기) 배출 기업명 배출기업 서비스 설명 투자회수(EXIT) 내용
프라이머(2010년 1월) 퀵켓 모아일 중고장터 앱 ‘번개장터’ 2013년 11월 NHN 네이버에 인수 (약 100억원)
텔레톡비 자동 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2014년 8월 메이커스에 인수
몬캐스트 SNS기반 인기영상 제공 서비스 2014년 8월 메이커스에 인수
스파크랩스(2012년 12월) 5Rocks 모바일 게임 고객생애가치(LTV) 극대화 및 분석과 마케팅 운영 플랫폼 2014년 8월 글로벌 기업 탭조이에 인수 (금액 비공개)
더벤처스(2014년 1월) 셀잇 디지털 기기 중고거래 전문 서비스 ‘셀잇’ 2015년 5월 다음카카오 케이벤처그룹에 인수

(약 100억원)

파킹스퀘어 주차장 정보·예약 서비스 ‘파크히어’ 카카오 그룹에 인수 (약 100억원)

자료 : 이정우, 창업대중화의 주역, 액셀러레이터, Entrepreneurship Korea, 2016 Spring, Vol.1. 2016

액셀러레이터를 말하다 시리즈 연재 목록

  1. 액셀러레이터, 기로에 서다
  2. 한국형 창업 지원의 함정의 대안, 액셀러레이션
  3. 액셀러레이터의 원형과 변형, 분화
  4. 제각각인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보육 방식
  5.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와 회수
  6. 액셀러레이터도 기업, 미래 성장과 수익성 제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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