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을 지키는 위기관리: 벤츠 A Class, 강호동, 그리고 노원구 방사능 사례

이 내용은 켈로그 MBA의 필수 수업중에 하나인 Values and Crisis Decision Making 이라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자, Reputation Rules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관련 포스팅: 위기의 순간, 원인규명 보다는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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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A-CLASS

1997년에 메르세데스 벤츠 (이하 벤츠)에서 A Class를 출시하려던 때의 사례이다. A Class는 기존의 벤츠의 E Class, S Class 보다 저가형 차량으로서 젊은 세대, 특히 여성층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라인이었다. A Class는 기존의 세단형 벤츠와 달리 약간은 웨건에 가까운 모습. (그림 참조) 가격을 낮추면서 벤츠의 안전과 기술에 대한 명성을 유지할 것을 고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디자인의 변화였는데, 차의 앞부분이 짧아짐에 따라 충돌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이 짧아지는 단점이 생겼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운전석을 약간 높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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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 출시를 몇달 앞두고 유럽의 한 독립적인 차량 테스트 전문가가 실행한 실험이 문제가 된다. 그 테스트는 바로 Moose Test 라고 불려진다.

Moose는 사슴의 일종인데, 북유럽 지역이나 북미지역에 사는 큰 사슴이다. 이 테스트는 이처럼 거대한 사슴이 갑자기 나타났을 경우에 운전자들이 아래 그림과 같이 급격하게 옆 차선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현상을 테스트 해 보는 것이다. 즉, 이 테스트는 급하게 핸들을 꺾을 때, 차량이 전복되지 않는지 실험해 보는 것.

Reputational Terrain

여기서 잠깐 아래 그림을 보자. 책의 본문에서 나오는 미디어 커버리지에 대한 도표이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결국에 ‘시청자들의 관심도’와 ‘사회적 중요성’ 이라는 두가지 축으로 이뤄진 도표로 구분하여 설명이 가능한데, 그 결과 네 종류의 미디어 커버리지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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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eputation Rules 본문 p62
1. simple reporting

먼저 왼쪽 아래부터 보자. 이 영역은 사람들의 관심도 낮고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성이 떨어지는 상태. 즉, 전문가들끼리만 보는 잡지나 저널 등에 다뤄지는 내용이다. 벤츠 A Class의 경우, 처음에 Moose Test가 독립적인 실험가에 의해서 테스트 되었을때만 해도 이런 상태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2. extensive reporting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일부 케이블 TV 채널이나 전문 채널등을 통해서 ‘infortainment’(= information + entertainment) 의 형식으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매우 파장을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사람들이 들었을 때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3. mass-market coverage

오른쪽 위로 이동하게 되면, 이제는 TV의 주요 방송에서 다뤄지는 ‘전국적인’ 커버리지가 된다. A Class 사례는 결국 여기까지 커버리지가 번지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으로 치면 60 minutes 같은 프로그램이겠지만, 우리나라는 ‘그것이 알고싶다’ ‘추척 60분’ ‘시사매거진 2580′ 혹은 MBC 뉴스데스크의 ‘카메라 출동’ 같은 프로그램들이 이런 영역에 속한다.

4. in-depth coverage

그 다음에 왼쪽 위로 가보면 ‘The Economist’ 같은 권위있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영역으로 가게 된다. 이 영역은 사실 특정 영역의 내용에 대해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심깊게 지켜보기는 하지만, 대중들은 아직 관심이 많이 없거나, 혹은 예전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그 후로 follow-up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벤츠 A Class는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나?

벤츠의 CEO였던 Schrempp 는 일단 이러한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 부정하기 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보를 택한다. 한 개인의 독립적인 테스트 결과를 굳이 인정하지 않고, 벤츠 내부적으로 이 테스트를 재현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때까지 실험을 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가 보여준 모습은 공감과 인정이라는 성숙한 모습이었다.

“We have taken the public criticism and the concern for our customers to heart. Nobody regrets more than us that in extreme driving tests, the A-Class has exhibited a weakness. Our engineers have worked day and night to look for an optional solution.”
(우리는 우리에 대한 비판과 염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A-Class가 실험 결과에서 약점을 보였다는 점에 대해서 우리 자신보다 더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밤낮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벤츠는 판매된 모든 A-Class를 리콜했고, EPS(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해서 재출시를 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그들이 한 일이 흥미롭다.

1. 자동차 안전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Critical Task Force Team을 구성해서 모든 이슈에 대해서 대응하도록 한 것.
2. EPS가 장착된 모델로 Moose Test 를 재현해서 안전성을 확실히 검증한 것.
3. Nikki Lauda라는 스페인의 카레이서를 고용해서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

두번째와 세번째 스텝이 흥미롭다. 그 이유는 위에서 보았던 reputation terrain에서 왼쪽 윗부분인 in-depth coverage로 이미 가버린 이슈를 다시 mass-market coverage로 되돌리기 위해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차례로 건드린 것이다. 이렇게 다시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A-Class는 기존에 moose test로 퇴색된 명성을 되찾고, A-Class는 1998년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게 된다.

나는 벤츠 A-Class 케이스에서 핵심은 CEO의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불궈진 의혹이 일파만파로 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가면, 그 때는 ‘전문성’이나 ‘원인조사’ 등의 애매한 말들로 대중에게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과감한 액션을 취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이득이 된다.

강호동 탈세의혹과 노원구 방사능사건

이 케이스를 보면서 생각난 한국과 관련된 두가지 케이스는 1) 강호동의 탈세의혹과 2) 노원구 방사능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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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Vreport
강호동은 2011년 자신에 대한 탈세의혹이 불궈지자 바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강호동의 경우, 1) 그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국세청도 아닌 한 개인이고, 2) 탈세의혹을 받는 금액이 미미했을 뿐 아니라, 3) 실제로 세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개인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강호동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과감하게 잠정은퇴를 선언했다.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의 시점에서 강호동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사건이 처음 불궈질때 ‘강호동 너마저..’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를만큼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별로 잘못이 없다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그의 과감한 결단에 대해서 동정표도 많이 얻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12월에는 그의 텔세의혹에 대해서 국세청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런 행정의사결정은 결과가 나올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백을 증명하기에는 영원같이 긴 시간이다. 이런 모든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강호동은 일이 불궈진지 불과 2-3일만에 잠정은퇴를 내리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고, 그의 행동은 장기적으로 그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2011년 가을에 벌어진 노원구의 한 지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사건은 강호동 잠정은퇴 사건과 전혀 반대로 전개되었다. 이 역시도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한 개인이 장비를 들고 다니면서 조사한 결과 노원구의 한 길거리에서 포장용 아스팔트로부터 기준치의 몇배가 넘는 방사능이 측정되어서 이를 신고하면서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노원구청과 각종 정부단체들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방사능이 검출된 아스팔트를 폐기처리하는 등 (그 과정에서 폐기처리물을 대충 방치해서 또 문제가 됨),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11년 말에 비로소 해당 도로에서 방사능 측정결과 ‘안전하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노원구, 아스팔트 도로 방사능 측정 결과 ‘안전’ 판명

하지만 무려 2개월을 끌었던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더 커진 방사능 공포에 대해서 정부기관 어느 곳에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들 ‘원인조사’, ‘전문가’ 등등, 또 똑같은 말들만 되풀이한 것이다.

이로서 시민들은 정부의 방사능 유출 대응능력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정부가 만약 기업이었다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기업이 되었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명성’을 지킬 수 있는 리더십

결론적으로 소비자들, 일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리더들의 ‘공감과 책임’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뉴스를 창조하는 기능은 없지만, 생성된 뉴스를 훨씬 더 빠르게 실어 나르고, 더 오래 지속되게 하는 기능은 한다고 한다. 즉,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서 사람들이 좀처럼 한번 이슈가 된 내용들에 대해서 예전처럼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몇몇 주요 언론을 통해서 쉽게 사람들의 기억을 통제할 수 있던 시대는 갔다.

공감과 책임… 소셜 미디어 시대에 리더들이 보여줘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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