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OUT – 결정적 순간에 차별화 되는 패키징

P&G에 다니던 시절부터 shopper marketing관련된 업무를 많이 하다보니 마트에 가도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것이 많다. 그냥 쇼핑만 하기 보다는 매장의 구조나 디자인, 상품들의 머천다이징, 프로모션, 패키징 등을 눈여겨 보는 버릇이 있다.

얼마전에는 엉덩이가 좀 아파서 파스를 붙였는데 하루종일 붙이고 있었더니 두드러기가 약간 생겼다. (참고로 파스는 24시간 이상 붙이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까운 CVS 에 가벼운 피부약을 사러 갔다.

사실 미국에서 이런 약을 사본적이 없어서 도대체 뭘 사야 하나? 그리고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 근처에 있는 CVS (= 편의점 체인이지만, 매장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수퍼마켓 크기)에 갔는데, 의외로 itch relief  (가려움증) 코너에 꽤 많은 크림들이 있었다.

하지만 또 한가지 고민은 이럴때, 잘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고, 게다가 CVS는 자신들이 만든 PL(Private Label)의 천국과도 같은 곳으로 도대체 제품들간의 구분이 안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제품들은 모두 Cortizone 혹은 Cortisone 등등 성분에 대해서 클레임이 적혀져 있고, 빨간색 패키지에 하얀색 글씨로 거의 비슷비슷한 패키지 디자인이었다.

이 가운데 눈에 딱 띄는 한 브랜드가 있었으니 그건 Aveeno 였다. 아비노는 존슨 앤 존슨의 브랜드로 보통은 피부 보습제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이 브랜드를 달고 의약품도 나오는 모양이었다. 특히 나는 매대에서 이 제품을 보는 순간 ‘아비노’라는 피부 보습 분야에서 강한 brand equity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itch relief로 expand하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제품의 패키지는 다른 제품들 대비 확실히 눈에 띄었다. 그래서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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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구매의사결정의 80% 이상을 막상 매대 앞에 서서 내린다고 한다. 물론 이런 통계도 제품 카테고리마다 다르고, 또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처럼 새로운 브랜드가 많이 나오고, 특히 제품간의 차별화가 크지 않은 소비재에서는 더 그런것 같다. 마트에서 어떤 샴푸를 사냐고 물어보면 많은 여성들이 ‘행사중인 상품’이라고 대답한다는 예가 이런 통계를 증명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며칠 전에는 부침가루를 사러 한국 마트에 갔다. 부침가루라는 카테고리도 어떤 한가지 브랜드가 독점하는 곳은 확실히 아니다. ‘부침가루 사자’ 라고 하면서 가지 ‘백설에서 나온 XX부침가루 사자’ 라고 생각하면서 그쪽 매대로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막상 가보니 이 매대도 완전 똑같은 패키지의 제품들 일색이었다. 모두 ‘부침가루’라는 말 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튀김옷을 입힌 음식들의 비주얼을 패키지에 맨 앞에 보여주고, ‘부침가루’ 라는 글씨를 엄청 큰 폰트로 쓰는 것이 똑같다. 아마도 이 제품 카테고리에서 1등을 하던 누군가의 패키지를 2등이 베끼고, 3등이 베끼고 .. 이렇게 반복되면서 모두 똑같은 패키지를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중에서 딱 하나 눈에 띄는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왼쪽 위 코너에 자리잡은 유기농 부침가루였다. 다른 제품들은 폰트도 패키지 칼라도 비슷했지만, 이 제품만은 옅은색 패키지에 폰트도 달랐다. 튀김옷을 입힌 음식들을 강조하지도 않고, ‘부침가루’라는 폰트를 엄청 위협적으로 크게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뭔가 green해 보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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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은 바로 이런 제품들이 흔히 말하는 Golden Zone 즉, 눈높이 정도에 있는 위에서 2-3번째 줄의 shelf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 띄었다는 점은 놀랍다. 많은 영업사원들이 자신의 제품을 두번째 줄과 세번째 줄에 넣으려고 마트의 바이어들에게 엄청난 로비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안습인 순간이다. 애초에 패키지 디자인만 차별화 해서 해도 그런 수고를 덜 테니 말이다.

매대에서 stand out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키징이다. 패키징에서 90% 이상 승부가 나는데 그 다음에 POP 머티리얼이나 온갖 장신구를 매대에 달아봤자 헛고생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예전 회사에서 많은 shopper research를 해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 POP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나 같은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격보다도 제품의 신뢰도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려움증에 바르는 크림이나 부침가루가 가격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는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또 어차피 잘못된 제품을 샀다가 실망하거나 또 다시 마트에 와야 하는 코스트가 너무 고통스럽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차라리 한번 살때 제대로 된 제품을 사겠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즘 이런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비노 케이스에서 갖는 힌트는 이렇게 비슷비슷한 제품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분야에서 느껴지는 Brand Expansion 의 힘이다. Aveeno의 보습제로서의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의약품 분야에서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Aveeno의 제품력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1)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모두 매장내에서 제품의 패키지에 너무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넣다 보니 너무 noise가 많다. 차라리 simple 한 디자인이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한다.
2) 다른 category의 브랜드 expansion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이렇게 복잡한 매대환경에서 큰 leverage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 패키지 디자인만 제대로 신경 쓴다면 golden zone에 제품을 넣어야만 된다는 미련따위는 버려도 좋을 것 같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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