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모든 회사는 설립 목적이 있다. 어떤 회사는 최고급 유기농 야채를 공급하는 일을 하기위해, 어떤 회사는 인터넷클라우드 사진공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회사는 이러한 설립 목적에 맞추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회사가 돈만 잘 벌면 되지, 목적이니 비전이니 따질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물론 회사가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태어나서 숨 잘 쉬면서 잘 먹으면 되는 것인지, 삶의 목적이나 의미 같은 것을 묻지 말라는 것과 비슷하다.  

미션을 정해놓은 회사도 실제로는 돈 되는 일을 우선하는 회사도 있다. 마치 학교 다닐 때 벽에 걸려있는 급훈이나 교훈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단지 액자 속에 들어있을 뿐이다. 무조건 돈이 된다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핵심이 없어지고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당장 돈을 벌 수 있을 지 몰라도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돈이라도 많이 벌며 직원 급여라도 많이 줄 수 있을 때는 인재를 잡아놓을 수 있을 지 몰라도, 조금만 힘들어지면 인재를 잡을 명분이 없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인재도 갈 곳은 많이 있기 때문이고, 돈도 충분치 않다면 더더욱 있을 필요가 없게되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CEO 마음이다. 그냥 숨쉬고 밥 먹고 살겠다는데 “너는 왜 삶의 목적이 없어?”라고 따질 필요도 없다. 이 글은 삶의 목적이 중요하듯 기업의 미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만 읽으면 된다. ^^;

나는 기업의 미션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기업이 성장하는데 기준점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는 조직이다. 모두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생각들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목적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이 명확해야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 사업 전략이 적합한 지 아닌지 하는 것을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은 미션에 부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돈이 된다는 이유로 사업 아이디어를 낸다면 장기적으로 중구난방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유기농 야채를 제공’하는 것이 미션인 회사가 있다. 그런데 야채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이익율이 떨어지고 있다. 가격을 올리거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 한 직원이 의견을 냈다. “몇 몇 야채를 품질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B 농가 것을 사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최고 품질의 야채를 포기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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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농장 양배추싹(출처:장안농장 홈페이지)
돈되는 것을 하는 게 우선인 회사라면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고객에게 품질이 저하된 야채라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션 공유가 명확히 된 기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전략이다. 고객은 몰라도 직원들은 다 안다. 약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품질을 포기했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사명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회사구나.’라는 것을.
 
캠퍼스21은 2000년으로 넘어오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닝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동종 회사들이 그러하듯 ‘기업 대상 이러닝 서비스’가 암묵적인 미션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대부분 기업 대상 이러닝 회사라면 이러닝 서비스 뿐만 아니라,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개발을 비롯하여 이러닝 컨텐츠 개발 및 용역 사업 등 이러닝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를 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해서는 차별점이 별로 없었고,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도 없었다.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를 더 생각했다.

과연 고객은 ‘이러닝을 하는 것이 목표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는 목표가 교육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교육을 받는 목표는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이 목표로 하는 바인 것이다. ‘변화 관리’ 교육을 받으면 교육을 받는데 의의가 있는게 아니라, 실제 변화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이러닝 역시 그렇다. 이러닝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것이 목표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닝 회사를 미션으로 삼지 않았다. 우리는 ‘개인과 조직의 성공을 돕는 HR 파트너’라는 미션을 새로 정했다. 즉, 학습을 통해 학습자 개인과, 조직(기업만 고객이 아니라, 공공기관, 공기업, 공무원도 있어서 조직으로 했다)이 목표한 학습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여야 했다. 그렇게 HRD 회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우리는 이러닝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목표를 중심으로 이러닝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좋은 컨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두어야 했다. 컨텐츠 개발부서에도 컨텐츠를 기술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내용 중심, 목표 중심으로 개발할 것을 공유했다. 교육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학습자들이 꾸준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독려 시스템을 만들었다. SMS 독려 시스템은 캠퍼스21이 업계에서 가장 처음 시도한 방식이기도 했다. 또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러닝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집합 교육, 독서교육 등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그래서 교육장을 만들어 오프라인 교육까지 시작했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었다.
단순한 용역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닝을 하다보면 LMS 개발이나 컨텐츠 개발과 같은 일이 용역 사업으로 많이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입찰이 많은 편인데, 이들 입찰은 교육 자체의 성과보다는 웹 에이전시가 하는 것처럼 주어진 금액에 해당하는 스펙을 맞추면 되는 일이었다. 이러한 일들은 자체 자산을 늘리는 쪽보다는 매출을 늘리고 목돈을 만드는데 유리한 일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일에 역량을 싣지 않기로 했다. 이쪽에 투입할 인재가 있다면 자체 교육 과정 개발 및 자체 기술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캠퍼스21은 기술 중심의 이러닝 기업이 아닌 서비스 중심의 HRD 회사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업계에서 영업이익율이 가장 높은 회사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미션을 바꾸면서 비전과 전략이 바뀌게 된 경우이다.

여러분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방향이 회사의 미션과 일치하는지 생각해 보자. 여러분 회사의 미션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미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생각의 틀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미션은 기업의 영혼이자, 존재 이유이다. 숨쉬고 밥먹고 사는 게 인생의 목적이 아니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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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망고의 감성적인 미션>

글 : 조성주
출처 : http://blog.naver.com/sungjucho/13013752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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